5년만의 한파경보, 학생들은 밤새 ‘소녀상’ 지켰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대책위 학생들이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한일합의무효 4차 토요시위 누가 죄인인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대책위 학생들이 2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한일합의무효 4차 토요시위 누가 죄인인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김철수 기자

영하 18도의 한파가 몰아친 24일 새벽, 대학생들은 밤새 침낭에 의지해 ‘소녀상’ 곁을 지켰다.

기상청은 23일 오후 서울에 2006년 이후 5년만에 한파경보를 내렸다. 24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8도, 강한 바람에 체감온도는 영하 26도까지 내려갔다. 차량 통행과 행인마저 확연히 줄어든 올 겨울 최강한파였지만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지킴이들은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지난 12월 28일 한일 정부간의 ‘위안부’ 문제 합의가 발표됐다. 그러나 합의 내용은 피해 할머니들이나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부족하고 부실했다. 이에 평화나비네트워크 등을 주축으로 한 대학생들은 합의 무효화와 소녀상 이전 약속 철회를 요구하며 노숙 농성에 들어갔다. 일본 관료와 언론이 연일 한국 정부가 소녀상 이전에 노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히면서 학생들의 농성은 장기전으로 접어들었고 시민들의 지원과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농성 초기 일부 방한용품 반입이 경찰에 차단됐으나 지금은 침낭과 비닐 등이 공급된 상태다. 그러나 여느 해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시민사회와 SNS 등에는 ‘천막이라도 치게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경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아울러 야당에 대해서도 학생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급기야 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강신명 경찰청장과 통화해 소녀상에서 20미터 떨어진 공터에 천막을 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소녀상 곁을 떠날 수 없다며 요지부동, 결국 올 겨울 최악의 혹한을 침낭과 비닐로 버텼다.

이날 밤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도 현장을 둘러보고 학생들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근거해 천막을 불허하고 있다. 천막을 치면 인도를 오가는 이들의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사 등 부득이하게 인도 통행이 어려울 경우 등에 비춰보면 천막을 아예 못 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된 법 적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편, 20일부터 방한 중인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s to freedom of peaceful assembly and of association)’은 24일 오후 농성 중인 대학생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주한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대학생들이 찬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을 덮고 있다.
주한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대학생들이 찬바람을 막기 위해 비닐을 덮고 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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