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중한 이웃 지켜주세요” 경비원 해고 막기 위해 나선 주민들
서울시 가양동 D아파트 주민들이 보안시스템 도입에 따른 경비원 해고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자보를 부착하고 있다.
서울시 가양동 D아파트 주민들이 보안시스템 도입에 따른 경비원 해고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자보를 부착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다른 아파트 통합관리시스템 부러워한 적 없습니다. 경비아저씨가 계시는 우리 아파트가 제일 좋습니다”,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경비아저씨를 쫓아낸단 말입니까”,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을 챙겨온 소중한 이웃, 잃기 전에 지키고 싶습니다”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D 아파트 단지 내 곳곳에 이같은 내용의 쪽지가 붙었다. ‘경비원 44명 전원을 해고하겠다’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입장에 반발한 주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발전을 위해 ‘통합전자보안시스템’(보안시스템) 도입-경비원 해고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주민들은 경비원 해고를 유발하는 보안시스템 도입은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안시스템 도입=집값 1억 상승한다’는 아파트 회장
“경비 해고는 안 된다” 주민 반대에도 보안시스템 추진 강행

D 아파트 보안시스템 도입 논란은 작년 3월부터 고조됐다. 세무사 출신 김 모 아파트 대표 회장이 ‘집값이 상승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보안시스템 도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경비원 해고는 안 된다”며 보안시스템 도입 주민투표 안건을 부결시켰다. 앞서 2014년 5월 진행된 주민투표 때도 주민 79%는 보안시스템 전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경비원 44명 전원 해고하겠다는 아파트 대표, 반대하는 주민들)

2일 오전 서울시 가양동 D아파트 경비원이 분리수거 용품을 나르고 있다.
2일 오전 서울시 가양동 D아파트 경비원이 분리수거 용품을 나르고 있다.ⓒ민중의소리

하지만 지난달 중순께 김 회장이 다시 보안시스템 도입하겠다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공표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주민 의사를 묻기도 전에 이미 설계 업체에서 견적서와 설계도면 등을 받아본 상태였다. 이는 ‘단지 내 주요 사업을 신설할 시 전체 주민 과반의 동의 받아야 한다’는 주택법 시행규칙 제26조 3항에도 반한 행동이다.

보안시스템 추진사업은 순식간에 진행됐다. 공표된 지 10여일 만에 김 회장과 관리사무소 직원 등이 직접 찬반 동의서를 들고 다니며 주민들에게 시스템 도입 찬반 의사를 물었다. 김 회장 등은 시스템 도입에 찬성하라고 권유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했고, ‘반대’에 체크한 주민들을 만류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정한 의사를 묻기위해 무기명 주민투표를 진행했던 전례를 무시하고 대면 동의를 받는 절차의 문제점이 드러난 부분이다.

김 회장이 아파트 곳곳을 돌아다닌 지 3일 만에 660가구중 406가구의 동의를 얻었다. 그리고 지난 1일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동의 절차가 끝나 ‘보안시스템’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각 통로에 붙였다.

1993년 6월에 준공된 D 아파트는 660가구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10개동의 아파트 각 통로를 지키는 44명의 경비원은 24시간을 일하고 다음 날 쉬는 2교대 방식으로 근무한다.

‘소중한 이웃’ 지키기 위해 나선 주민들
보안시스템 강행에 대한 법적대응도 검토

왼쪽은 서울시 가양동 D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내에 부착한 호소문, 오른쪽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보안시스템 동의 철회서
왼쪽은 서울시 가양동 D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내에 부착한 호소문, 오른쪽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보안시스템 동의 철회서ⓒ민중의소리

‘보안시스템’ 졸속 추진 소식을 접한 입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주민들은 직접 ‘보안시스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자보를 단지 내 게시판에 붙이기도 했다. “보안시스템 도입 내용을 잘 몰랐다”며 동의를 철회하겠다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2일 현재 ‘동의 철회’ 가구수가 40가구를 넘어섰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 자보는 부착 직후 김 회장과 관리소 직원들에게 뜯겼고, 주민들의 동의 철회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반대 자보를 붙인 주민 김모(60) 씨는 “주민투표를 통해 확인된 주민 의견과 다르게 44명의 경비아저씨를 해고하고 10억원이 넘는 보안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아파트 대표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반대 주민들의 의견을 막고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아파트 회장의 전횡에 주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취재 도중 만난 주민 현모(67) 씨는 “보안시스템을 도입해 관리비를 2~3만원 줄이는 것보다 통로마다 경비아저씨가 계시는 상황이 주민들에게 훨씬 도움이 된다”면서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대신해 애들을 챙겨주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을 도와주시는 우리 이웃 경비아저씨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반대 주민들은 단지 내 ‘경비 해고’를 막기 위한 활동뿐만 아니라 보안시스템 졸속 추진 실태를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 등의 대외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또 사업 강행을 앞둔 보안시스템 공사 효력중지 가처분 신청과 경비원들의 대규모 해고가 발생할 시 구제신청 등의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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