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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칼럼] 2016년 쌀과 백남기

2015년 농업의 현실을 상징하는 두 단어는 ‘쌀’과 ’백남기‘였다. 그리고 그것은 2016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2015년 시작과 동시에 쌀 시장이 관세화로 전면 개방되었다. 누구든지 관세만 부담하면 쌀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도록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쌀 재고가 많아서 쌀값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밥쌀 수입을 일방적으로 강행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쌀값 보장과 밥쌀 수입 중단을 절규하던 백남기 농민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아 쓰러지게 만들었다. 백일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정부는 살인적인 폭력진압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으며, 살인진압의 책임자인 경찰청장은 오히려 농민들을 향해 사법처리를 운운하며 협박하고 있다.

20년 이상 계속된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은 빠르게 몰락해 왔고, 이제 그 마지막은 남은 ‘쌀’마저 벼랑위에 서 있다. 마지막 남은 쌀이라도 살리기 위해 노구를 마다하도 아스팔트에 서서 온몸으로 호소하던 고령의 농민 ‘백남기’는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쌀’과 ‘백남기’는 2015년 농업이 처한 현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쌀은 곧 백남기이며, 백남기는 곧 쌀이다.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시민과 농민들이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지 100일 하루 전인 20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100일 전야 문화제’가 열리는 대전시청 앞 소녀상광장으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과 농민들이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의식을 잃은 지 100일 하루 전인 20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100일 전야 문화제’가 열리는 대전시청 앞 소녀상광장으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정의철 기자

2016년에도 그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 지금 농민들은 ‘백남기’를 마음속에 품고, ‘쌀’을 지키기 위해 보성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도보순례를 하고 있다. 이 도보순례는 2월 27일 열리는 제4차 민중총궐기 대회로 이어진다.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는 농민들의 구호는 여전히 ‘백남기’와 ‘쌀’이다.

도보순례의 종착지가 민중총궐기 대회는 아니다. 오히려 민중총궐기 대회는 새로운 싸움의 시작일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여전히 ‘백남기’와 ‘쌀’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도, 올해도 쌀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쌀의 과잉재고로 최근 쌀값은 80kg 1가마당 약 14만5천 원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예년의 정상적인 쌀값에 비해 3만 원 가량 폭락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없다면 올해도 여전히 쌀값이 회복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여 진다. 쌀값 폭락의 주 원인이었던 과잉 재고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며, 정부는 올해도 밥쌀을 계속 수입하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올해 쌀의 추가 개방 여부가 걸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도 추진하고 있어서 쌀 문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악화하는 쌀 문제, 정부 대책은 재배면적 축소 뿐

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유일한 대책은 벼 재배면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올해 약 3만ha를 줄이라고 지자체와 농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쌀이 재고에 주는 부담은 약 25∼30만 톤인데 비해 수입쌀은 약 40만 톤 이상의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수입쌀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규제나 관리방안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그저 우리 쌀 재배면적을 줄이라는 말만을 하고 있다. 밥쌀 수입을 중단하거나 일본과 같이 수입쌀을 처음부터 사료용으로 수입하는 합리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정부에 대해 농민들이 “수입쌀을 우대하면서, 오히려 우리 쌀을 홀대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리고 쌀 재배면적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쌀 자급률이 떨어지고 식량자급률이 급감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나면 또 다시 정부는 부랴부랴 쌀 재배를 늘리라고 호들갑을 떨 것이다. 이는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사실로서 쌀값과 자급률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행태이다. 농민들이 그동안 꾸준히 요구하면서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수급조절, 생산조정, 가격안정, 소득보전 등을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식량주권을 지킬 수 있는 해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임시미봉책에 불과한 땜질처방에만 급급하다.

또한 지금 정부는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데 따른 연쇄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아몰랑’ 식으로 방치하고 있다. 만약 3만 ha에 달하는 쌀 재배면적이 다른 작물 재배로 전환될 경우 고추, 마늘, 양파, 배추, 콩 등 쌀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농산물 15개 품목에서 약 10∼30% 가격하락 및 소득손실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어떤 대책도 없이 그저 지자체와 농민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무능하기도 하지만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결국 농민들은 민중총궐기를 시작으로 올해 아스팔트 농사의 각오를 다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에 정부가 10만 톤 이상의 밥쌀 수입을 계획했지만 농민들이 아스팔트 농사를 통해 6만 톤을 수입하는 선에서 막아냈던 것과 같이 우리 쌀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농민들은 머리띠를 동여맬 수밖에 없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민중정치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식에서 창준위 공동대표인 이광석(가운데)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대표인 강승철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광석 전 전농 의장, 손솔 흙수저당 대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민중정치연합(가칭)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식에서 창준위 공동대표인 이광석(가운데)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동대표인 강승철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광석 전 전농 의장, 손솔 흙수저당 대표ⓒ김철수 기자

그리고 올해 농민들은 아스팔트 농사에 더해 선거농사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이른 바 농민당을 만들어 농민이 직접 선거농사를 짓겠다고 나서기까지 한다. 여당은 물론 제도권 야당조차 ‘백남기’와 ‘쌀’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무기력하기 때문에 직접 선거농사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나 역시 농민들의 아스팔트 농사와 선거 농사를 지지하며 조그만 힘이나마 보탤 생각이다.

오늘도 ‘백남기’와 ‘쌀’을 가슴에 품고 묵묵히 걷고 있는 농민들에게 우리 모두 따뜻한 마음을 보태도록 하자. 그리고 가능하면 단 하루만이라도 함께 걷도록 하자. 함께 걷는 그 마음이 민중총궐기로 모여 선거농사로 향하는 농민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도록 하자.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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