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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백남기와 세월호는 함께 걸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이 분향을 하고 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이 분향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26일 아침,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안에 있는 세월호 참사 정부합동분향소에 초록색 조끼를 입은 50여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초록색 조끼에는 ‘민주주의 회복’,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은색 글씨가 선명했다. 이들은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비는 도보순례 단원들이었다. 도보순례단은 희생자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기억하겠다는 듯 영정사진을 천천히 바라본 후 일제히 묵념했다. 가톨릭 농민회의 손영준 사무총장은 “세월호 참사는 백남기 농민과 같은 국가폭력사건”이라며 “국가 폭력의 가장 절박한 장소인 분향소에서 오늘 순례의 시작을 알린다”고 말했다.

초록색 조끼를 입은 순례단에는 세월호 유가족 10명도 함께 있었다. 분향소를 둘러 본 백남기 농민의 큰 딸 백도라지씨는 “이번에 안산에 있는 세월호 분향소는 처음 가봤다”며 “유가족 분들이 함께 와주셔서 정말 힘이 된다” 말했다. 백 씨는 참가자들에 “많은 분들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강신명 경찰청장이 사과할 때까지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 은인숙 씨는 “세월호 희생자나 백남기 농민이나 모두 국가폭력에 희생된 사람들 아니냐”며 “이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에서부터 도보순례에 참가한 은 씨는 “많은 분들이 중간에 합류해주시고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한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걷게 만드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향을 모두 마친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정부합동분향소를 출발해 1시간 쯤 걸었을까. 참가자들 앞에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100여 명의 봉안함이 임시 안치되어 있는 추모 공원이 나타났다. 입구에서 작은 언덕을 오르고 난 뒤 희생자들이 있는 봉안 시설 앞에 발길이 다다르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고 오준영 군 아버지 오홍진 씨가 “여기가 세월호 단원고 아이들의 봉안함이 임시로 보관되어 있는 곳”이라고 말하자 참가자들은 슬픔을 감추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순례단은 저마다 봉안함에 붙어있는 사진과 글귀들을 읽거나 묵념을 하는 등 조용히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백남기 농민의 큰 딸 백도라지씨는 한참동안 희생자들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단원고 희생자 고 권순범 군의 어머니 최지영 씨는 엄마가 왔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아들의 봉안함 앞에 붙어있는 사진을 연신 쓰다듬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단이 세월호 희생 단원고 학생들이 안치된 안산 하늘공원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 딸 백도라지씨가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단이 세월호 희생 단원고 학생들이 안치된 안산 하늘공원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 딸 백도라지씨가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10년만에 재현된 국가폭력, “백남기를 살려내라”

“10년 전에도 경찰의 폭력 진압에 농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때는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자인 경찰청장도 사퇴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안하고 있지 않나”

이날 도보순례단에서 만난 한명철 씨는 대열의 선두에서 현수막을 들고 묵묵히 걷고 있었다. 현수막에는 ‘국가폭력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한 씨는 지난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10년 전 세상을 떠난 전용철 농민을 회상했다. 전용철 농민은 지난 2005년 한미FTA를 반대하는 농민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휘두른 방패와 곤봉에 맞아 뇌출혈로 끝내 숨졌다. 정부와 경찰은 전용철 농민의 사망 원인이 다른곳에 있다고 잡아 떼다 경찰의 방패에 맞는 전용철 농민의 사진이 나오자 경찰청장은 사퇴했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날의 기억은 10년이 지난 2015년에 다시 떠올랐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던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 진압에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게 된 것이다. 경찰의 물대포는 정확히 백남기 농민을 조준했고, 이에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는 장면이 살수차 CCTV화면에도 고스란히 찍혔다. 하지만 그는 경찰이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하지 않는 모습에 절망했다.

이후 그는 답답함에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지난 16일 정읍에서부터 도보순례에 참가해 걷고 있다. 그는 “걷다보니 영화 ‘포레스트검프’가 생각이 나더라. 처음에는 주인공이 무조건 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사람들이 점점 뒤로 따라붙지 않나. 도보순례 10일이 넘어가면서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노는 농민들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도보순례에는 일반인 참가자들도 많았다. 일반인 참가자들은 대부분 하루 또는 이틀 정도 시간을 내서 잠시 합류하는 방식으로 도보순례에 참가했다.

인천에서 온 유영진 씨도 회사에 휴가를 내고 이날 하루 도보순례에 참가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에 물대포를 쏜 경찰에 분노를 표했다. 그는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입고 자는 경찰이 물대포를 쏴서 국민을 사경에 빠뜨렸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며 "정말 나쁜 놈들"이라고 말했다.

도보순례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9시께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해 성포예술광장, 하늘추모공원 등을 거쳐 오후 4시경 이날의 목적지인 안양에 도착해 시내 선전전과 촛불 문화제를 진행했다.

도보순례단은 지난 11일 전남 보성에서 출발해 화순-광주-정읍-전주-대전-평택-수원-안산을 거쳐 27일 서울에 도착하면 16박 17일간의 도보순례를 마치게 된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 딸 백도라지씨가 행진을 하고 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 딸 백도라지씨가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백남기 농민 쾌유를 기원하는 도보순례 16일차가 되는 26일 안산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출발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안양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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