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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직접정치” 민중연합당 출범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창당대회에서 무대에 오른 대표단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창당대회에서 무대에 오른 대표단ⓒ양지웅 기자

민중정치연합(가)이 민중연합당으로 이름을 확정하고 정식 출범했다.

민중연합당은 이름에서부터 ‘민중의 당’이자, ‘연합으로 이루어진 정당’임을 내세웠다.

모든 신당이 정치적 공백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민중연합당은 2014년 통합진보당의 해산 이후 생겨난 진보정치의 공백에 뿌리를 내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민주노동당, 그 이전으로 가면 1970년대 이후 ‘재야’의 정치적 전통이 통합진보당의 해산으로 유실됐고, 원내 정당으로 남은 정의당의 우경화는 진보정치의 공백을 낳았다. 전체 한국 정치에서는 아직 작은 부분이지만, 한국 현대사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해 온 민중진영 혹은 진보진영으로서는 처음 겪는 상황이다. 민중연합당은 ‘민중’이라는 이름에서 이런 공백을 메우고 기성의 정치권과 쟁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소 놀랍게 느껴지는 것은 ‘연합’당이라는 규정이다. 민중연합당은 출범선언문에서 “당내 당을 구현하겠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대개 단결을 중시하고, 분파에 대해 가혹한 진보진영의 ‘전통(?)’에서 볼 때 이런 자기 규정은 독특하게 느껴진다.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입장하는 대표단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창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입장하는 대표단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출범선언문에서는 시리자와 포데모스를 거론했는데, 최근 남유럽에서 출현한 이들 정당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 정당을 포괄하면서도 여러 진보적 정치세력을 포괄한 ‘연합 정당’의 성격을 띠고 있다. 비정규철폐당, 농민당, 흙수저당의 ‘연합’으로서 ‘민중연합당’은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합에 주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 동안의 진보정당이 이른바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고질적인 정파갈등을 겪었다는 면에서 연합당은 새로운 모색임에 분명하다.

흙수저당, 농민당, 비정규직철폐당

27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는 민중연합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이날 손솔 공동대표(흙수저당)는 경과보고에서 그 동안 노동자 1만1천여명, 농민 3천5백여명, 청년 1천3백여명이 입당했고, 각 시도당의 창당대회를 거쳐 중앙당 결성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전체 당원수는 2만3백여명이다. 창당 추진 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장’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대개의 신당처럼 창당대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주기철 서울시당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창당대회에서는 이광석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강승철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손솔 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공동대표는 민중연합당의 세 축이라고 할 노동자, 농민, 청년을 대표한 것으로 이해된다.

민중연합당은 창당 선언문에서 “연합정당으로서 당내 기구의 자율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농, 청은 각각 비정규직철폐당, 농민당, 흙수저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자체로 당원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현행 선거법이 복수 당적을 허용하지 않는 만큼 선거에서는 ‘민중연합당’의 이름으로 공동대응하게 된다.

창당대회와 이어진 총선승리결의대회에는 3천여명이 참석해 ‘직접 정치’를 외쳤다. 자신들의 문제를 누구에게 위탁하지 않고 직접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다. 전남에서 올라온 농민 정 모씨(61세)는 “이전엔 강기갑도 있었고, 김선동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게 없다. (기존의 정당에서는) 누가 하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결국 우리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한다고 해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손솔 공동대표는 법정나이로 21세다. 투표권은 있지만 피선거권은 없다. 선거법에서는 25살이 넘지 않으면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없다. 이들의 직접정치는 출발부터 가로막혀 있는 셈이다. 그래도 총선결의대회 앞 부분을 뜨겁게 달군 비보이들은 자신들 중 몇몇은 당원이라며 신나게 춤을 췄고 행사의 마지막 즈음엔 청년 후보 4인이 올라와 자신들을 소개했다.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창당대회에서 손솔, 강승철(가운데), 이광석 공동대표가 당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창당대회에서 손솔, 강승철(가운데), 이광석 공동대표가 당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민중연합당은 강령 대신 기본 정책을 의결했다. 이 기본 정책은 지난 해 말 민중총궐기에서 제출된 11대 요구사항에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항목을 포함해 12개로 구성됐다.

기존의 진보정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동력을 얻어 정권에 도전하는 것은 미국의 샌더스와 영국의 코빈 열풍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한 때 낡은 것처럼 느껴졌던 사회주의가 지금 샌더스와 코빈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것처럼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낡은 것도 새로운 것도 사실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대중이 느끼는 고통과 희망을 얼마나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느냐다.

민중연합당은 전통과 새로움을 모두 표방한다. 이런 시도가 실제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1차적으로는 이번 총선에서, 보다 중요하게는 총선 이후 재편된 한국정치 구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서 결정된다. 민중연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99%를 대변할” 다수의 후보를 출마시킬 예정이다.

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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