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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된 ‘귀향’ 상영회 “박근혜 대통령 이 영화 꼭 봐야해!”

영화 ‘귀향’이 남산애니메이션센터에서 상영되는 내내, 관객들은 슬픔과 분노에 치를 떨었다. 어린 조선의 소녀가 일본군에 끌려가 얻어터지고 겁탈당하는 모습에 관객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탄식, 눈물이 뒤섞였다. 젊은 여성은 아예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통곡했고 중년의 남성은 손수건을 손에 꼭 쥐고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졌지만 관객 중 누구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아픈 우리 역사를 눈앞에서 목도한 관객들의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엔딩 크레딧에 등장하는 글자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기려는 듯 붙박혀 여전히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엔딩크레딧에는 영화 ‘귀향’ 제작에 힘을 보탠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1일 특별상영회에서 관객들은 영화가 끝났지만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스크린에는 영화 제작에 후원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1일 특별상영회에서 관객들은 영화가 끝났지만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스크린에는 영화 제작에 후원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민중의소리

관객들 “이 영화, 박근혜 대통령이 꼭 봐야 합니다”

1일 이곳에서 진행된 특별상영회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찾아왔다. 영화 속 소녀들과 비슷한 또래인 여중생부터 자녀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온 부부,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에서부터 20대 연인까지 영화 ‘귀향’에 대한 관심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유치원 교사 성은주씨는 “영화 속 소녀들을 보며 얼마나 많이 집으로 가고 싶었을까를 생각했다”라며 “일본의 전세가 뒤집혀 치부를 덮기 위해 소녀들 뒤에서 총부리를 겨눌 때, 귀향의 간절함이 그려져 가슴이 아팠다”라고 전했다.

어린 딸과 함께 영화를 보러온 오은심(41·여)씨는 “처음에 집에 혼자 있던 주인공 정민이 잡혀갈 때, 잡혀가면서 이제 정민이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됐다. 그 장면에서 엄마의 입장으로 보게 된 것 같다. 많이 울었다”며 옆에 선 딸의 어깨를 안았다.

영화 속 소녀들과 비슷한 또래인 이현경(14·여)양은 “나비가 날아가는 장면이 가장 눈물이 났다. 꼭 잡혀간 사람들이 집에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피해 할머니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했다. 설상가상 피해 할머니들 원치 않는 한일 정부 합의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들이 만든 소녀상은 철거 위기에 처해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지금의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입을 모았다.

우수연(23·여)씨는 영화 속에서 동사무소 직원이 ‘정신대할머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일을 겪었다고 떳떳하게 신고하러 오겠느냐’고 말하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씨는 “실제로 그렇게 말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할머니들이 말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겠나. 그런 말들이 너무 아프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오영(39·여)씨 “무슨 말을 해야 할머니분들께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마음이 먹먹하다.”며 “무슨 말을 하기보다는 꾸준히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런 의미에서 귀향의 개봉이 시들해져가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촉매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용덕(46)씨는 “한일합의를 통과시킨 박근혜 대통령이 이 영화를 꼭 좀 봤으면 좋겠다”며 “이 영화를 직접 보고 자기가 내린 결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교사 조향란(50·여)씨는 한참을 밖에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먼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 씨는 영화에서 "배려하는 정민이의 마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조씨는 "소녀들이 위안부수용소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언니 한 명이 붙잡히자 도망가지 않고 돌아왔다"며 "지금은 그런 인간다움이 사라진 세상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 아이들에게 역사인식등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사실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어른들이 바로 살면 아이들도 그 그림자를 따라오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조 씨는 "아이들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들의 시선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귀향(자료사진)
영화 귀향(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멀티플랙스 보다 ‘이곳’, 이토 히로부미 한국통감부 역사를 만나다

3·1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역사의 현장인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귀향’을 상영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찾아온 시민들도 많았다.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옛 한국통감부 자리다. 이토 히로부미가 통감으로 부임하여 대한제국의 주권탈취 공작을 펼친 곳이다. 1921년에는 김익상 의사가 주권 탈취 공작에 항거하기 위해 폭탄을 던졌던 의거 현장이기도 하다.

본인들을 마라톤 동호회 휴먼레이스라고 밝힌 이들은 상영관에 입장하면서 “귀향이라는 영화가 오늘 여기에서 특별상영회를 연다고 듣고 왔다. 동호회에서 귀향을 아직 안본 회원은 다 왔다. 보통 영화관에서 볼 수도 있지만 3.1절이기도 하니 좀 더 특별한 곳에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은주씨는 "이 근처에 거주한 적이 있지만 이곳이 옛 한국통감부인 줄은 영화를 보러 와서 처음 알았다"며 "서울시에서 삼일절, 이곳에서 의미 있는 상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온 이용덕(46·남)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꼭 오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생생한 역사교육이 된 것 같다.”며 “영화를 보고는 서대문형무소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의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나 열네살 정민과 소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 <귀향>의 누적 관객수는 1일 저녁 현재 128만명을 돌파했다.

김지현·이승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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