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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칼럼] 농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려면

아마도 이번 총선을 비롯해 내년 대선까지 농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무엇보다도 ‘농가소득 대책’이 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창조농업, 6차 산업화, 수출농업, ICT 융복합 스마트팜 같은 것들은 이미 관심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아니 그런 것들은 처음부터 관심을 끌만한 깜냥 자체가 되지 못했다. 그저 생색내기나 전시행정 혹은 극소수 농민 몇몇에게만 그 떡고물이 돌아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식량주권이나 다원적 기능 혹은 지속가능한 농업 같은 대안적 담론들 역사 아직은 농민들의 피부에 찰싹 들러붙지 못한다. 미래에 기대해 볼 만한 대안으로서 관심은 있되 지금 당장의 현실이 너무도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10년째, 20년째 농업소득이, 농가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이 때문에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빚내서 살아가야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지금 최우선의 관심사는 ‘소득’이다. 또한 이 문제는 농업정책의 기본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의 농업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은 농민의 삶의 질과 살림살이가 될 것이다. 즉, 농민의 삶의 질이 이전에 비해 개선되고,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면 부분적인 문제점들은 제쳐두고서라도 전반적인 농업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농민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졌다면 부분적인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농업정책은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농업 정책 평가 기준은 농민의 삶의 질

이렇게 본다면 농업과 농촌이 지속적으로 몰락해 가고 있고, 회생의 기반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농민의 삶의 질과 살림살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박근혜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한 평가는 극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와 같은 전반적인 평가는 무시하고 부분적인 정책 몇 가지를 제시하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화자찬하는 모습들을 보여 왔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시장개방과 구조조정 때문에 대다수 농민의 삶의 질과 살림살이는 더욱 악화되었다. 도농 간 소득격차, 농촌의 양극화, 농민의 빈곤화는 더욱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부의 농업정책은 이 문제를 완화하거나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확대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소수의 부농 및 대농을 제외한 대다수 중소 가족농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특히, 대도시와 수출산업 위주의 성장전략을 고수하는 경제정책 때문에, 재벌과 대기업에 더욱 많은 혜택을 주는 분배정책 때문에 농촌과 농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및 복지정책의 확대 등과 같은 공약은 사실상 폐기된 가운데 전반적인 재정능력의 한계 때문에 도시와 농촌의 삶의 질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더욱 확대시키는 역주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앞서 전국에서 모인 2만여 명의 농민들이 2015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농민대회는 ‘못살겠다 갈아엎자! 농산물 가격보장! 농민생존권 쟁취!’를 내걸고 △밥쌀용 쌀 수입 중단 및 시장 격리 △FTA 국회비준과 TPP 가입 중단 △대북 쌀보내기로 쌀값 보장과 남북농업교류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여성농민 법적지위 보장 등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 앞서 전국에서 모인 2만여 명의 농민들이 2015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농민대회는 ‘못살겠다 갈아엎자! 농산물 가격보장! 농민생존권 쟁취!’를 내걸고 △밥쌀용 쌀 수입 중단 및 시장 격리 △FTA 국회비준과 TPP 가입 중단 △대북 쌀보내기로 쌀값 보장과 남북농업교류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여성농민 법적지위 보장 등을 촉구했다.ⓒ김주형 기자

농업과 농민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소득의 문제이다. 농가소득은 지난 2005년 이후 최근 10년간 대체로 3천만 원 ∼ 3천4백만 원 정도에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가격지지정책으로서 추곡수매제도가 폐지된 이후 농가소득의 정체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농가소득 가운데 농사를 지어서 벌어들이는 농업소득의 장기 침체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995년 이후 약 20년간 농업소득은 대체적으로 약 1천만 원 수준에서 멈춰 있다.

농가소득 및 농업소득의 장기 침체는 농가부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농가부채 총액은 큰 변동이 없지만 그 대신 농가부채에서 생산성 부채가 줄어들고 소비성 부채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농업의 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농업에 대한 생산적 투자는 감소하고, 그 대신 부족한 소득 때문에 가계의 생계유지 및 생활영위에 필요한 돈을 빌리는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빚내서 살아가는 인생이 농민의 삶이 되어 버렸다.

따라서 농업과 농민이라는 말을 입에 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가의 소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농가의 소득에 직접 관련된 핵심정책이 가격정책과 소득정책이다. 가격정책과 소득정책은 농업정책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앞으로 농업정책의 최대 과제는 농정의 가장 기본이 가격정책과 소득정책을 제대로 구성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취약한 가격정책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농정의 기본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농업정책은 가격정책과 소득정책을 균형 있게 병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농업정책은 과거에는 추곡수매제도로 대표되는 가격정책 위주로 운영되다가 2005년 이후에는 가격정책이 사실상 무기력하게 되고 직접지불제도로 대표되는 소득정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가격정책과 소득정책 가운데 하나만을 취사선택하여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농업정책의 심각한 불균형이 농가의 살림살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득정책과 가격정책이 함께 시행돼야

농가소득과 농업소득의 장기 침체는 직접지불제도와 소득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소득정책과 아울러 가격정책을 획기적으로 확대하여 균형 있게 시행할 때 더욱 효과적으로 농가의 소득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농가의 살림살이를 개선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농민당=민중연합당이 농가당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소득정책을 제시하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와 같은 가격정책을 제시한 것은 대다수 농민들이 현 시점에서 가장 바라는 농업정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농가소득 보장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행 직접지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여 농민에게 직접 일정액의 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사회적 보상 차원에서도 매우 정당하다.

농민이 농사를 지으면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 외에도 환경, 생태, 건강, 문화, 지식 등 다양한 편익을 우리 사회에 제공한다. 그 편익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약 27조 원 내지 4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편익을 공짜로 누릴 뿐 정당한 대가를 제대로 농민에게 지불하지 않는다. 이러한 편익을 공짜로 누리지 말고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해 주어야 한다. 농가당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소득정책은 바로 이러한 최소한의 보상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맹목적 신앙으로 개방 일변도로 내달렸고, 이 과정에서 농민과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제단에 바쳐 왔다. 개방으로 인한 농민의 피해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저 생색을 내는 정도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늦었지만 이제라고 그동안 농민들이 개방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희생당한 것에 대해 조금이라도 보상을 해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농가당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소득정책은 농민의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난 17일 위두환 전 전농 사무총장은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에 민중연합당 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기자회견 뒤 참가자들과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천막농성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17일 위두환 전 전농 사무총장은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에 민중연합당 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기자회견 뒤 참가자들과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천막농성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김주형 기자

20년째 제자리인 농업 소득

농사를 지어서 버는 농업소득이 지난 1995년부터 지금까지 20년 동안 약 1천만 원 정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만약 당신의 월급이 20년 동안 그대로 묶여 있다고 한번 생각해보라.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인지. 이와 같은 고통이 농민에게 가해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농산물 가격정책에 있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 정부는 매우 무능하다. 가격폭락의 피해는 거의 그대로 농민에게 돌아간다. 반대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때 정부는 매우 유능하다. 신속하게 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하여 가격을 떨어뜨린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의 농업소득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농민과 소비자 모두 가격폭락도 원하지 않고, 가격폭등도 원하지 않는다. 농민에게는 가격폭락을 방지할 수 있는 최저가격제도가 필요하고, 소비자에게는 가격폭등을 방지할 최고가격제도가 필요하다. 농산물 가격이 최저가격(하한선)과 최고가격(상한선)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농산물 가격정책이다. 이것이 농민들이 요구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도의 가격정책이다.

생산비를 보장하는 최저가격의 운영 그리고 적정한 수준의 가격안정대 유지.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작동하면 농민의 농업소득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이 가격장치가 우리나라에서는 없다. 이 가격장치를 만들자는 것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도의 가격정책인 것이다.

지금과 같이 농민이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한다면 농업도 농촌도 앞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또한 우리의 밥상도 먹거리도 더 이상 지키기 어렵다. 결국 농민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득을 보장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방법이 소득정책과 가격정책을 농민의 눈높이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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