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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리] 오염된 미군기지에 대학이 들어서다

한국기지평화네트워크는 녹색연합,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평택 평화센터, 평화바람 등 평화・환경운동단체들의 모임입니다. ‘평화의 소리’는 한국기지평화네트워크가 매월 게재하는 단체 칼럼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 23개 반환 미군기지의 심각한 유류 오염, 퇴역한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증언, 그리고 살아있는 탄저균 반입 사건까지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 문제는 반복해서 등장한다. ‘미군기지 이전 사업’(전국에 흩어져있는 미군기지를 평택·오산, 대구·부산 2개의 권역으로 재배치)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오랜 기간 담벼락 안에 갇혀있던 땅들이 우리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비워진 땅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준비해야하며, 오염까지 돌려받는 현실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

미군이 오염시키고 떠난 땅에 1년 만에 대학 캠퍼스가 들어서다

반환된 미군기지 터에 대학 캠퍼스가 조성되고 있다. 해당 부지는 동두천시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캐슬(Camp Castle)이다. 총 면적 6만3천 평 규모로 동·서·북 3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1953년부터 미2사단 공병대대가 주둔하여 60년 이상 사용하다 작년 3월 국방부로 반환되었다. 반환 당시 환경부의 ‘캠프캐슬 환경오염조사 및 위해성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면적 중 약 42%인 66,339㎡가 오염되었고 위해도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미군 측의 정화 조치 없이 돌려받아 논란이 된 곳이다.

특히, 학교 부지로 사용 예정인 곳은 유류 오염의 분석 항목인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허용기준치 (500mg/kg)의 127배가 초과 검출될 정도였음에도, 대학 측은 1년 안에 개교가 가능하다며 2016년 신입생 400여명을 선발하였다. 하지만 현재 대학 본관 등 신축공사가 끝나지 않았기에 아직 교육부의 인가를 받지 못했다. 대학 측은 4월 개교로 학사일정을 미루었지만, 최근 대학 부지 경계에서 심각하게 오염된 토양·지하수가 발견되면서 오염 정화작업이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 아닌지 의혹을 받고 있어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부지를 빨리 매각해야하는 국방부, 장기간 미군기지 주둔으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동두천시, 수도권으로 대학을 이전하려는 동양대학교 모두의 이해관계가 맞닿아 급속히 대학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반환된 미군기지 터에서 기름이 유출된 캠프 캐슬
반환된 미군기지 터에서 기름이 유출된 캠프 캐슬ⓒ녹색연합

미군기지 환경문제에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지 못하고, 관계 기관의 이해에 따라 졸속으로 개발이 추진되면서 그 피해는 애꿎은 학생들이 입고 있는 상황이다. 오염 제공자가 정화 책임을 지는 ‘오염자 부담의 원칙’은 국가마다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불변의 원칙임에도 한-미 관계 안에서는 늘 협상의 대상이 되어왔다. 굳건한 동맹 관계라면서 왜 오염시키는 자와 그것을 책임지는 자를 일치시키는 게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정보비대칭 - 비밀이 너무 많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군사기지 관련 정보는 국가 기밀로 취급되기 때문에 환경문제라고 하더라도 정보를 얻기 어렵다. 특히나 미군기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 기지 외곽에서 유류오염물질이 고농도로 계속 검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와 지자체인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결과 한-미 정부는 기지 내부에 대한 오염조사를 실시하였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보공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작년에 발생한 평택 미군기지 내 탄저균 반입 및 실험 사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치명적인 대량살상무기로 사용되는 탄저균이 평택미군기지에 반입되어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국내 시민사회 단체들은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탄저균 실험에 대한 여러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를 요구하였다. 1만 5천여 명의 시민들의 서명을 국방부에 전달하고 면담을 요구하였지만 거부당했고, 한-미 정부는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나서야 탄저균 샘플을 제독 폐기해서 문제가 없다는 식의 몇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환경조사 등의 객관적 데이터는 군사·외교상의 보안 대상이 아님에도, 미군기지와 관련한 것은 담벼락에 가로막힌 듯 알기도 어렵거니와 알게 되도 그 책임을 묻기도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도 용산 미군기지를 포함하여 26개의 기지가 줄줄이 반환을 앞두고 있다. 또, 평택·대구 등 미군기지가 집중 재배치된 지역은 앞으로도 계속 미군기지와 이웃하여 살아갈 것이다. 그동안 미군에게 공여한 땅을 온전하게 시민의 품으로 돌려받기 위해, 미군기지로 인한 환경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의 관심과 결단이 필요하다.

평상시 미군기지 내부의 환경관리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점검할 수 있어야 하고, 오염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협의하는 게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전쟁 연습·훈련을 확대하면서 자원을 낭비하고 생태계에 각종 오염물질과 방사능을 남기는 것이 과연 ‘평화’를 지키는 방법인지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오산미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양국에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미군생화학무기반입실험저지평택시민행동’
오산미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양국에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미군생화학무기반입실험저지평택시민행동’ⓒ제공 : 미군생화학무기반입실험저지평택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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