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아파트 대표가 ‘눈먼 관리비’ 빼돌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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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의 관리비는 안녕하십니까?
  2. <타입 1> (좀)도둑형
  3. <타입 2> 사기꾼형
  4. <타입 3> 브로커 개입형
  5. <대책 1> 철저한 외부회계감사
  6. <대책 2> 경찰 등 수사기관의 적극 대응
  7. <대책 3> 입주민들의 ‘매의 눈’
  8. 이 기사의 히스토리
옥기원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6-03-23 21:09:14
  • CARD 1/

    당신의 관리비는 안녕하십니까?

    5만원권(자료사진)
    5만원권(자료사진)ⓒ뉴시스

    아파트 관리비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수천~수억에 달하는 입주민들의 피 같은 관리비가 아파트 대표와 관리소장의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정부와 경찰청 등이 지난 10일 발표한 외부회계감사 결과를 보면 관리비 유용의 문제가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감사를 실시한 아파트 단지 5곳 중 1곳은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었고, 입주민 민원이 제기된 아파트 10곳 중 7곳은 관리비 횡령, 공사비 부조리 등의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관리비를 빼돌린 ‘주범’이 아파트 대표와 관리소장이라는 겁니다. 아파트·입주민을 위해 일해야 할 이들이 주민 몰래 관리비를 유용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범행 유형도 다양했습니다. 대놓고 관리비를 횡령하는 유형뿐만 아니라 공사를 추진해 차익을 남기거나, 브로커가 개입해 수억의 관리비를 나눠 먹는 사례 등 수법 또한 점점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아파트에서 이런 관리비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아파트 대표·관리소장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이런 일이 자신의 아파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리비를 빼돌리는 아파트 대표의 유형과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정리해봤습니다.

  • CARD 2/

    <타입 1> (좀)도둑형

    가장 단순·무식한 방법이면서 빈번한 유형입니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 경북 ㅇㅇ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장이 아파트 공금통장에서 총 44회에 걸쳐 6100여만원 인출해 빼돌림

    # 충남 ㅇㅇ아파트,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관리소장 개인계좌로 3억7천만원 이체, 현금 2억4천만원 인출 등 20억원 부정사용 의심

    관리비 통장에서 돈을 유용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며 쉽고 빠르게 관리비를 빼돌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법상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매년 의무적으로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해서 출금내역 등 ’흔적’이 남아 발각될 가능성도 큽니다. (최근에는 아파트 대표 등이 외부 회계전문가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비리를 감추는 경우도 있어 주민들의 철저한 관리·감독 요구됩니다.)

    아파트 관리비 통지서 (자료사진)
    아파트 관리비 통지서 (자료사진)ⓒ민중의소리

  • CARD 3/

    <타입 2> 사기꾼형

    좀 더 진화한 유형입니다. 관리비를 빼돌리는 방법이 섬세해 누군가에게 발각되거나 내부고발자가 없다면 완전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 공사를 벌여 업체 관계자로부터 뒷돈을 받거나, 공동 관리비를 과다하게 부과한 후 차익을 노리는 방법 등 수법은 무궁무진 합니다.

    # 인천 ㅇㅇ아파트, 아파트대표 등이 각 세대 현관 센서등 교체공사 과정서 납품업체로부터 1140만원 리베이트, 아파트 주차장 공사 과정서 인부 1명을 더 고용한 것처럼 속여 인건비 명목으로 850만원 횡령

    # 경기 ㅇㅇ아파트, 공공전기료 과다 부과한 후 초과 금액 2200만원, 관리비 출금 전표를 조작해 1400만원 유용

    # 서울 ㅇㅇ아파트, 재활용수거업체·청소용역업체를 관리소장이 임의로 선정해 업체로부터 매달 일정 대가를 받음

    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관리비를 퍼주거나, 비용을 부풀려 빼돌리는 방법이어서 직접적으로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부고발자나 철저한 회계감사 등을 통해서만 관리비 유용이 포착된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결국 입주민들의 철저한 감시만이 이같은 범죄를 막을 수 있습니다.

  • CARD 4/

    <타입 3> 브로커 개입형

    ‘눈먼 관리비’를 노리는 브로커가 관리소장·아파트대표와 결탁해 큰 비용을 빼돌리는 신종 수법입니다. 주로 10~20년 된 아파트의 대규모 공사 과정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아파트 수리·관리를 위해 수년간 모아놓은 수억에 달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노린 범죄 유형으로 피해비용이 큽니다.

    하지만 브로커-아파트대표-관리소장이 결탁해 겉보기에 합법적인 방식으로 비용을 빼돌려 혐의가 잘 드러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찰청 발표와 취재 사례 등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가양동 D 아파트 경비실(자료사진)
    서울 가양동 D 아파트 경비실(자료사진)ⓒ양지웅 기자

    # 경기 일산 ㅇㅇ아파트, 특정 업체가 아파트 휘트니스센터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입찰 브로커에게 5000만원 줬고, 브로커가 아파트 대표에게 3000만원을 로비. 해당 업체가 운영권을 따내지 못해서 고발했고 혐의가 발각

    # 경기 안산 ㅇㅇ아파트, 브로커가 아파트 대표-관리소장과 결탁해 20억 규모의 아파트 자동출입문 시스템 공사를 추진, 주민들은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7~8억원정도 차익을 남겼다고 주장, 형사고발

    # 서울 ㅇㅇ아파트, 입찰 브로커가 아파트 대표와 결탁, CCTV·인터폰 설치 공사 과정서 특정 업체 낙찰 후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의심, 주민들 형사고발

    아래 두개의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어진 지 20년이 넘었고, 10억원이 넘는 장기수선충당금이 확보된 아파트라는 것과 대규모 사업 추진 과정이었다는 점, 중간에 브로커가 개입해 아파트 대표와 결탁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는 어렵습니다. 브로커-아파트대표-관리소장이 결탁해 입찰-공사-뒷돈거래의 과정을 은밀하게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절차상으로 전혀 문제를 만들지 않으면서 부풀려진 수억의 관리비를 브로커-아파트대표-관리소장이 나눠 같은 방식입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완전범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 CARD 5/

    <대책 1> 철저한 외부회계감사

    전국 아파트 단지 5곳 중 1곳은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사진)
    전국 아파트 단지 5곳 중 1곳은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사진)ⓒ뉴시스

    관리비 약탈을 미연에 방지하고 사기꾼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을까요?

    먼저 ‘외부 회계감사’ 제도를 잘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아파트가 적절한 회계전문가를 고용해 철저한 회계감독을 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감사결과 아파트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면 관리비 유용 문제 의심해보셔도 됩니다. 문제가 심각하다면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 절차를 밟으시면 됩니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대표 등이 비협조적으로 회계감사를 방해하거나 회계전문가를 매수해 범죄행위를 감추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그래서 아파트 외부감사 내실화를 위해 상장기업과 같은 '지정감사인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현재 상당수 아파트가 수십만원대의 저가 외부감사를 발주해 부실감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자체 등이 직접 감사인을 지정하는 지정감사인제가 도입되면 더욱 공정한 감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 CARD 6/

    <대책 2> 경찰 등 수사기관의 적극 대응

    경찰 압수수색(자료사진)
    경찰 압수수색(자료사진)ⓒ김철수 기자

    관리비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아파트 입주민들을 만나면 대체로 “경찰 등 수사기관이 아파트 문제에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읍니다.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내부고발과 명확한 증거들이 발견되지 않으면 사전에 수사를 종결해버린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입니다.

    최근 발생한 아파트 관리비 유용 문제는 대체로 합법적인 틀 속에서 발생합니다. 수억짜리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입찰하고, 수주를 주고, 공사하는 과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파트대표-브로커-관리소장 간의 결탁과 담합이 숨어있습니다. 철저한 수사를 하지 않으면 입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특정 업체를 낀 아파트 브로커들이 경기, 서울을 돌며 자동문 시스템 공사 등을 명목으로 관리비를 약탈하려 한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리비 문제 근절을 위해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한 때입니다.

  • CARD 7/

    <대책 3> 입주민들의 ‘매의 눈’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입주민의 관심’입니다. 입주민 관심이 없으면 관리비 문제가 드러나고 시정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습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위 종합감사에서 배우 김부선이 아파트 난방비 비리 실태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위 종합감사에서 배우 김부선이 아파트 난방비 비리 실태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자료사진)ⓒ민중의소리

    실제로 관리비 비리는 입주민들의 용기 있는 고발로부터 수면위로 드러났습니다. 탤런트 김부선 씨의 폭로를 계기로 아파트 관리비 비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전국 곳곳의 입주민들로부터 관련 민원이 쏟아졌습니다. 작년 10월~12월까지 지방자치단체 합동 감사 결과 입주민 민원이 접수된 429개 단지 중 312단지에서 비리가 적발된 사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관리비 비리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싸우고 있는 수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있습니다. 매달 내는 관리비이고, 피곤한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주민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이들은 관리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건강한 공동체를 지키는 길’이라고 외치며 오늘도 비리와 싸우고 있습니다.

    입주민 무관심 속에 ‘눈먼 관리비’, 당신의 아파트 관리비는 정말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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