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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뉴스] 20대 총선 권역별비례제였다면, 새누리 105석 국민의당 83석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투표할까.

‘이번 선거에서 누구 찍을 거야’라고 물으면 대선이 아닌이상 ‘후보자’를 거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OO당 후보에게 찍을 생각’이라고 답한다. 전국적 명망가나 지역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 출마하지 않는 이상 유권자들은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

물론 후보 개인의 자질이 매우 떨어지는 경우는 다르다. 지역에서 여당 혹은 야당이 매우 강한 지지를 받고 있어도 ‘함량 미달’의 후보가 나오면 낙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른바 ‘전략적’으로 지역구 후보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경우, 유권자들은 ‘당선될 사람’을 선택하거나 ‘누군가를 반대해’ 투표하기도 한다. 19대 총선의 키워드였던 ‘야권연대’는 정치권에서 ‘전략적으로’ 표를 몰기 위해 두 야당이 하나의 후보를 만들었다. 20대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이 ‘분할투표’로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가 지역구에 출마했는데도 ‘누군가를 반대하는’ 투표를 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기준이 ‘지역구 1인 선출’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300명 중 ‘지역구 1인 선출’에 의해 뽑히는 의원이 253명이다. 정당투표를 통해 뽑히는 의원은 47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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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보니 표심은 매우 왜곡된다. 한 지역구에서 당선자가 받는 득표율은 40~55% 언저리다. 심한 경우 30%대의 득표율로 당선된다. 나머지 45~60%의 표심은 사장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의원제도가 도입됐지만 20대 총선에서 비례의원수는 줄었다. 19대 국회는 ‘표심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악했다.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의석수가 아니라 정당의 지지율이 진짜 표심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20대 총선 결과 국민에게 두 번째로 많은 지지를 받은 국민의당은 고작 38석 밖에 얻지 못했다.

정당지지율을 기반으로 300명 의석을 ‘기계적’으로 나눠보면, 새누리당이 33.5%를 얻어 101석을 더불어민주당은 25.54%로 77석을, 국민의당은 26.74%로 80석을 받는다. 정의당은 22석, 기독자유당이 8석, 민주당은 3석, 불교당이 1석, 기독당이 2석, 노동당은 1석, 녹색당과 민중연합당은 각각 2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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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선거제도에는 ‘봉쇄기준’이 있다. 정당이 난립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갖는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득표율 3% 이상이거나 지역구 5석 이상을 얻은 정당에 의석을 배분한다. 독일에서는 정당득표율 5%이상이거나 지역구 3석 이상이 기준이다. (만약 봉쇄조항이 없다면 20대 총선에서 ‘동성애 반대’를 원포인트로 내세운 기독자유당 의원이 무려 8명이나 생긴다!)

현행 한국 선거제도의 기준대로 3% 이상 득표한 정당을 기준으로 의원수를 배분하면 새누리당 108석, 더민주 83석, 국민의당 86석, 정의당 23석으로 나뉜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05석을 받았다. 반면 더민주는 110석을 가져갔다. 야권표가 지역구에서 몰린 결과다. 정당지지 기반이었다면 새누리당은 3석을 더 가져가지만 참패라는 결과는 같았을 것이고, 더민주는 의석이 줄어든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대폭 상승한다.

19대 총선결과를 가지고 정당지지율만으로 의석을 나눴으면 어땠을까. 새누리당은 138석, 민주통합당은 118석, 자유선진당은 11석, 통합진보당은 33석을 얻는다. 당시 새누리당은 ‘여당심판’이라는 강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152석을 차지해 선거에 승리했다. 하지만 정당지지율 기반이었다면 패배가 자명했다. 자유선진당과 합쳐도 149석에 그쳤다.

2차례의 실제 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거대 양당’은 대단한 혜택을 누리고 있고 ‘소수당’은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지역구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바른 제도가 아니라고 한다. 선거에 ‘지역대표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당지지율만을 가지고 의원수를 배분하는 것은 ‘무소속’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어서 실제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지역구와 비례제를 적절히 섞는 방식을 택한다. 대표적인 제도가 독일의 연동형 권역별 비례제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독일식을 참고해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제안했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원을 배정하되, 권역 내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1로 배분했다. 이렇게 되면 일단 무소속 당선자들과 지역구 당선자는 의원이 된다. 그리고 정당지지율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된 의원수 만큼 비례후보자들이 차례로 의원이 된다.

지역대표를 선출한다는 취지를 인정하면서 정당지지율에 따라 의원을 배분토록 해 유권자들의 ‘표심’에 근접하게 설계한 것이다. 이 제도는 지역구에서 선출된 의원이 한 명도 없어도 전국 정당지지율이 3%를 넘으면 각 지역별로 의원이 배출돼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고 소수정당에게 의원을 배분해 정치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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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결과를 가지고 ‘권역별 비례제’가 도입된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봤다. 새누리당은 105석을, 더불어민주당은 101석을, 국민의당은 83석을, 정의당은 26석을 받게 된다. 무소속 11석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나온 결과다.

실제 20대 총선결과와 비교하면 어떨까.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122석을 차지했다.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했다면 무려 17석이 줄어든다. 더민주도 123석에서 22석이 줄어든다. 반면 국민의당은 무려 45석이 늘어나고 정의당도 20석이 늘어난다. 현행 제도의 혜택을 ‘기존 거대 여야 정당’이 받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19대 총선 선거결과를 가지고 시뮬레이션 했을 때도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152석에서 141석으로 줄어들고 민주통합당은 127석에서 116석으로 줄어드는 반면 통합진보당은 13석에서 32석으로, 자유선진당은 5석에서 10석으로 늘어났었다.

더 재밌는 것은 ‘초과의석’의 발생이다. 권역별비례제를 도입하면 ‘초과의석’이 발생할 수 있다. 한 권역에서 정당득표에 따른 의석수 배정 숫자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더 많을 때 지역구 당선자를 전원 국회의원으로 인정해주는데, 이를 ‘초과의석’이라고 부른다. 초과의석이 있는 만큼 국회의원 숫자는 늘어난다. 20대 총선 결과를 시뮬레이션 하면 26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초과의석이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지역주의’가 강하게 작용해 한 권역에서 한 정당이 지역구를 거의 싹쓸이 하지만 정당지지율이 낮으면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적용하면 국민의당은 전라제주권에서 1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했고 새누리당은 부산경남권에서 1석의 초과의석이 발생했다.

또다른 경우는 20대 총선처럼 유권자들이 지역구 후보표를 몰아 줬을 때 발생한다. 더민주는 서울권과 경기인천권에서 각각 12석씩 총 24석의 초과의석을 받게 된다. 자신의 지지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얻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분할투표’가 더민주에게 얼마나 ‘더불어 의석’을 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제도가 올바른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현행 ‘지역구 1인 승자 독식’ 구조의 소선거구제가 표심을 왜곡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한국 정치를 이끌어 온 두 거대 여야 양당이 기존 제도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① 국회의원 총 정수 300명을 6개 권역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배분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은 2:1 범위에서 정한다.
※ 6개 권역:▲서울 ▲인천·경기·강원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 (선관위 예시안)

② 권역별로 ‘의석할당 정당’에 배분할 총 의석수를 확정한다.
※ ‘의석할당 정당’에 배분할 총 의석수 = 권역별 총 정수 - (무소속 당선인 수 + ‘의석할당 정당’ 이외의 정당 소속 지역구 당선인 수)
※ A권역에 배정된 총 정수가 21석(지역구 14:비례대표 7)이고 무소속 당선인이 1명이라면 나머지 20석을 놓고 ‘의석할당 정당’들이 나눠 받게 된다.
※ 의석할당 정당:전국 득표율 3% 이상을 얻거나 또는 지역구 의원 5명 이상을 당선시킨 정당

③ 권역별로 확정된 총 의석을 각 ‘의석할당 정당’의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한다. (지역구+비례대표)
※ A권역에서 각 정당에 배분할 의석수가 총 20석, 정당득표율이 (가)당 50%, (나)당 30%, (다)당 20%라면 (가)당에 10석, (나)당 6석, (다)당 4석이 배정된다.

④ 각 ‘의석할당 정당’ 별로 배정된 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권역별 비례대표로 채운다.
※ (가)당이 A권역에서 배정받은 의석수가 10석이고 지역구 당선인이 7명이라면 나머지 3석을 비례대표로 채운다.
※ (가)당의 지역구 당선인 수가 10명이라면 추가 비례의석 배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 지역구 당선인 수가 배정받은 의석수보다 많은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가)당이 A권역에서 지역구 10곳을 초과해 당선되는 경우이다. 이때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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