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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공황과 한국[2] - 지금은 대공황의 제2국면

편집자주/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박승호 박사가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전망을 다룬 기고문을 보내왔다. 이 글은 4월 15일 <김수행 콜로키움>에서 발표된 논문을 일부 수정하고 순서를 바꾼 것으로 19일부터 다음과 같이 4차례에 나누어 실릴 예정이다. 이 글은 그 두번째다.

(1) 한국경제는 경제공황으로 갈 것인가
(2) 21세기 대공황의 제2국면
(3) 2016년 초 세계경제의 양상
(4) 전망과 관련된 쟁점

2016년 4월 현재의 세계자본주의를 진단하고 전망하려면 먼저 현재 세계자본주의의 역사적 좌표를 확인해야 한다.

2008년 세계금융공황이 발발한 이래 세계자본주의는 여전히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단적인 예로 그때 이래 8년째 선진국의 경우 제로금리 상태에 놓여 있다. 심지어 2015년부터 유럽연합이, 그리고 2016년부터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상태에 있다. 또한 양적완화 정책은 미국은 2015년 중단했지만, 일본, 유럽연합, 그리고 신흥국에서는 중국이 지속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8년 동안 장기적으로 지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몇 년 내에 벗어날 전망이 없다는 것은 2008년 세계금융공황은 극복되었을지 모르지만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서 ‘21세기 대공황’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비정상적 통화정책 때문에 구조적 위기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이니까 그런 비정상적 통화정책이 장기간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오동잎이 떨어져서 가을이 온 것이 아니라 가을이 오니까 오동잎이 떨어진 것과 같은 이치다.

유로존이나 일본의 경우 실물경제도 아직 2008년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위기는 양상은 다르지만, 대불황(1873~1896), 대공황(1929~1945)과 같은 반열의 구조적 위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과거의 구조적 위기와는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21세기 대공황’을 부정하는 입장에서는 그 근거가 대부분 대공황 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그 붕괴의 정도가 그때만 못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직접적인 비교는 무의미하다. 역사상 모든 공황은 그 구체적 양상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대불황이나 대공황과 ‘21세기 대공황’의 결정적 차이는 경제에서의 국가의 역할, 즉 국가개입 정도에서 질적 차이가 있다. 대공황 이후를 ‘수정자본주의’ 또는 ‘혼합자본주의’로 부를 정도로 대공황 이후 국가의 경제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점에서 과거의 두 구조적 위기와 현재 진행 중인 또 하나의 구조적 위기 간에는 양상(특히 붕괴의 정도)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오히려 겉모습으로 드러난 특징을 보면, 붕괴의 정도보다는 위기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이 과거 세 차례의 구조적 위기의 공통점이다. 즉, 위기 양상의 장기성이 단순한 경기순환상의 공황이나 불황과 구조적 위기를 구별해준다. 대불황과 1970년대 장기침체는 대공황보다 붕괴의 정도가 훨씬 더 미약하지만 구조적 위기였다.

구조적 위기 내에서도 좁은 의미의 경기순환은 존재

그런데 21세기 대공황을 왜 제1국면과 제2국면으로 구별하는가? 이것은 대불황과 대공황의 전개 양상에서 착안한 것이다. 두 구조적 위기에서 장기불황 속에서도 좁은 의미의 경기순환과 같은 미약한 경기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공황에서 그런 양상이 뚜렷하다.

1929년 1차 붕괴(1929~1932) 이후 경제가 미약하게 회복하다가 1937~1938년에 다시 심각한 불황으로 전환되는 제2차 붕괴를 겪게 되었다. 대불황 때에는 나라별로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지만 마찬가지로 경기순환이 존재했다. 지금 21세기 대공황에서도 유사한 경기순환이 존재하고 있다. 그동안 부르주아 경제학에서도 일본과 같은 개별 나라와 유로존에 대해 ‘더블딥’이나 ‘트리플딥’이란 말로 위기 속의 경기순환을 표현하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21세기 대공황에서도 그런 경기순환을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국면 구별이 의미가 있는 것은 현상적으로 그렇게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21세기 세계자본주의와 과거 대불황이나 대공황 때의 세계자본주의가 그 구성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1929년 대공황 때까지 세계자본주의는 거의 유럽과 북미대륙, 그리고 일본 등 선진국들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요즘 신흥국으로 부르는 제3세계 나라 대부분은 식민지, 반식민지 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그 당시까지 세계자본주의는 선진국 자본주의가 질적, 양적으로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세계자본주의에서는 신흥국 비중이 세계 GDP의 40%, 세계교역량의 4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IMF 자료에 근거해 계산해 보면, 세계 GDP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20.2%, 2000년 20.3%, 2008년 31.1%, 2012년 37.8%, 2015년 40.1%로 불과 15년 만에 그 비중이 두 배나 증가했다. 선진국은 OECD 36개국을, 신흥국은 ‘신흥시장 및 개도국’으로 156개국을 포괄한 것으로, 세계를 둘로 나눈 것이다.) 세계자본주의가 선진국/신흥국을 양대 축으로 해서 구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신흥국 경제가 불균등발전을 통해 성장했다. 이 점이 21세기 대공황의 전개양상에서도 주요한 특징으로 드러나고 있다.

21세기 대공황의 제1국면이 2008년 세계금융공황부터 2010~2011년 선진국 재정위기, 그리고 2012년에는 선진국 실물불황—이것은 ‘더블딥(double dip)’으로 표현되었다—으로 전이되었고, 선진국 불황은 신흥국으로 전이되어 신흥국의 성장둔화를 가져왔다.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선진국에서 주로 발생하고 또 주도되었던 반면에, 신흥국 경제는 선진국의 경제위기가 더 악화되는 것을 저지해준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이것은 신흥국의 ‘탈동조화’ 현상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점차 신흥국의 성장둔화가 경제위기의 주된 측면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선진국의 경제성장이 2011년부터 1%대에서 정체 현상을 보인 반면, 신흥국은 일정한 성장률을 유지하던 데서(2010~2011년 6~7%대) 2012~2013년 5%대, 2014년 4%대로 성장이 급속히 둔화되었다.

신흥국이 주도하는 장기불황

이런 신흥국 성장둔화의 중심에 중국이 있다. 중국은 2011년까지 10%대를 유지했는데, 2012년부터 7%대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 13.4%로 미국(22.5%)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이 세계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3%(2014년 기준)로 가장 크다. 중국경제는 2008년 세계금융공황 이래 세계경제 성장 기여도가 30~50%에 이를 정도로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나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라는 말은 빈 말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경제가 선진국이나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중국경제는 세계의 생산 연관에서 선진국과는 중간재와 자본재 수요에서, 신흥국과는 원자재 수요에서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경제 성장의 둔화만으로도 선진국/신흥국 모두에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킨다.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중국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신흥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주로 자원 수출국들이 그러하다. 동남아시아, 남미 신흥국들은 물론이고 규모가 작은 아프리카도 이에 해당한다.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자원 수출국인 호주, 캐나다 등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은 중간재와 자본재 수출에서 타격을 입는다. 유럽, 일본, 한국, 대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중국경제의 불황(중국 기준으로는 7% 이하의 성장률)은 바로 신흥국 전체의 불황으로 전이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과 중국에 의해 영향을 받는 신흥국 전체의 불황은 선진국의 불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예컨대, 일본의 수출 비중은 중국․홍콩 23%, 중국 외 아시아 30%, 미국 20%) 1980년대 이래의 세계화의 진전은 세계 각국경제의 상호의존도를 그만큼 심화시켰다.

이제 21세기 대공황의 전개는 점차 신흥국이 주도하는 장기불황 양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세계자본주의의 장기불황을 심화시키는 주동적 요인이 신흥국 불황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그 중심에 있는 중국이 위기의 새로운 진앙지로 주목되고 있다. 2015년 6~8월 중국의 주식시장 거품붕괴가 신흥국 금융시장뿐 아니라 선진국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2016년 1~2월의 세계금융시장 불안정화와 급등락도 중국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중국과 홍콩 주식시장의 폭락에서 비롯되었다. 이로 인해 경기회복세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미국조차도 2015년 12월 한차례 금리인상 이후 더 이상의 금리인상을 주저하고 있다.

다음의 세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추이에서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2007~2015년 세계 및 주요국 실질 GDP 성장률 (단위:%) 출처는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April 2016, IMF.
2007~2015년 세계 및 주요국 실질 GDP 성장률 (단위:%) 출처는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April 2016, IMF.ⓒ박승호

이와 같은 21세기 대공황의 전개과정과 특히 2015년 하반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실물경제 불황의 심화와 금융시장의 불안정화, 그리고 그에 연동되어 나타나는 선진국 실물부문 회복의 취약성과 금융부문의 불안정화를 고려한다면, 이제 21세기 대공황은 제2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잠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2차 세계금융위기는 확실시

현재 세계경제의 불황이 급격히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세계 교역의 급속한 감속과 사실상의 디플레이션 현상 또는 디플레이션으로의 추락에 직면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이와 연관되어 세계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하고 취약한 상태이다. 제2국면으로의 전환을 가시화할 세계금융시장의 제2차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살펴볼 세계경제 현황을 보면, 21세기 대공황의 제2차 세계금융위기는 확실시된다. 그 시기나 금융 붕괴의 규모가 문제일 뿐이다. 지난 1차 금융붕괴가 주택거품과 그와 연관된 파생금융상품의 붕괴가 세계금융공황을 초래했다면, 이번에는 신흥국의 실물 및 금융 거품붕괴로 촉발되어 선진국의 자산거품까지 붕괴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범위와 규모가 1차 세계금융공황 때보다 더 클 수 있다.

1차 붕괴와 2차 붕괴의 경로와 양상의 차이
1차 붕괴와 2차 붕괴의 경로와 양상의 차이ⓒ박승호

21세기 대공황의 양상을 1929년 대공황과 비교해 볼 수 있다. 1929년 대공황은 1929~1932년 심각한 1차 붕괴를 겪은 후 점차 회복되는 와중에 1937~1938년 제2차 붕괴(불황)를 겪었다. 미국의 경우 제2차 붕괴는 경기회복 추세를 반영해 1937년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1차 붕괴가 2차 붕괴보다 훨씬 더 심각한 공황양상을 보였다. 이에 비해, 21세기 대공황은 2008년 제1차 붕괴보다 다가올 제2차 붕괴가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제국주의 나라들의 정책적 대응을 비교해 보면, 1929년 대공황 때 지배세력은 처음에는 금본위제를 계속 유지하는 사실상 긴축정책을 펴서 불황을 심화시켰고, 그 후 1933년부터 두 가지 다른 방향으로 대응했다.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수상이 되어 파시즘을 통해 전쟁과 ‘경제의 군사화’로 나아가면서 대공황에서 벗어났고, 미국에서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통해 대공황 극복을 시도했으나 1938년 다시 불황으로 전환됨으로써 실패했다. 결국 미국도 1941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함으로써 ‘경제의 군사화’를 통해 대공황에서 벗어났다.

21세기 대공황의 경우 2008년 초국적 자본/제국주의 세력은 재정․통화 팽창정책을 통해 경제시스템 붕괴를 모면했다. 2010년 이후 제국주의 나라들은 재정긴축과 통화팽창(양적 완화)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2012년부터 경제불황을 가져왔다.

이제 제2차 붕괴가 세계경제불황을 더욱 심화시키면 초국적 자본/제국주의 세력은 어떻게 대응할까? 지금까지는 아래로부터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소득재분배를 포함한 재정확대정책을 강제할 정도로 확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정긴축정책을 고수하면서 통화팽창(양적 완화) 정책으로 대응해 왔으나 이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런 정책 대응으로 제2차 붕괴를 막지 못하게 되면, 1929년 대공황 때와 마찬가지로 비경제적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을까? 즉, 점점 더 ‘경제의 군사화’로 나아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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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호(경상대‧성공회대 정치경제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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