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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가수왕’ 조관우의 고백 “세월호 앞에 쪽팔리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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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대하는 자세를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 304명의 못다 핀 꽃들의 죽음 앞에 수백만명의 시민들은 국화꽃을 들고 분향소를 찾았고, 대학생들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거리를 행진했다. 팽목항으로 달려가 피해 가족을 위해 밥을 했던 식당 주인, 농사지은 쌀을 팽목항 구호물품으로 보낸 할머니, ‘친구들이 죽은 이유를 알려달라’며 거리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된 고등학생··· 사람들은 지난 2년간 각자의 위치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행동했다.

세월호 2주기 추모식에서 세월호 추모곡 ‘풍등’을 불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던 가수 조관우씨가 경기도 일산의 한 커피숍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월호 2주기 추모식에서 세월호 추모곡 ‘풍등’을 불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던 가수 조관우씨가 경기도 일산의 한 커피숍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가수 조관우(50)도 세월호 참사 앞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추모곡을 발표했다. 음악을 통해 ‘세월호를 끝까지 기억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세월호 추모곡 ‘풍등’을 노래한 조관우씨를 1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조관우가 ‘좌편향’?
‘아이 넷’ 아버지의 고백!

그는 왜 세월호 추모곡을 불렀을까? 답은 명료했다. “세월호 앞에서 쪽팔리기 싫었다” ‘이제 그만하자’는 사회 분위기와 세월호를 정치적인 문제로 매도하는 사람들 앞에 겁먹은 죄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런데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 자꾸만 묻어두려는 사회 분위기에 마음이 너무 답답했어요. 사고의 책임자인 어른들이 세월호를 회피하려는 모습을 볼 때 아이들을 두 번 죽이려는 것 같은 마음도 들어서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풍등을 부르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곡을 부른 과정에서 오해를 받았던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다양한 성향의 대중을 만나야 하는 공인의 특성상 세월호에 정치적 이유를 빗대어 공격하는 사람들 때문에 부담이 컸다.

“저는 특정 성향을 선택해 움직인 적이 없어요. 좋은 사람을 존경했고, 옳지 않은 걸 옳지 않다고 말한 것뿐입니다. 이에 대해 좌편향 됐다고 말하는 사회 분위기가 부담됐어요.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알아도 모른 체할 것인가’, ‘내 자식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지 않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지만, 세월호 문제만큼은 뒤로 숨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 넷을 기르는 아버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그는 부인과 군대 간 아들, 고3, 6살, 4살 아이들을 책임지는 가장이다.

원조 ‘얼굴 없는 가수’의 도전
“음악·연기 통해 시대 아픔 담아낼 것”

세월호 2주기 추모식에서 세월호 추모곡 ‘풍등’을 불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던 가수 조관우씨가 경기도 일산의 한 커피숍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세월호 2주기 추모식에서 세월호 추모곡 ‘풍등’을 불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던 가수 조관우씨가 경기도 일산의 한 커피숍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그에게 ‘풍등을 부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 있었다. “풍등을 발표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났어요. 소중한 아이를 잃은 부모 앞에서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는데 먼저 ‘고맙다’며 반갑게 맞아준 가족들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앞으로도 제 노래가 힘겹게 싸우고 있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풍등이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랐는데 기대에 못 미쳐서 아쉽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이같은 상황은 방송 출연을 꺼려왔던 그가 다시 다양한 활동을 꿈꾸게 만든 계기이기도 했다.

조관우는 1994년 가수 데뷔 당시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유행가’만 부르는 ‘딴따라’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한 아버지 조통달(70·인간문화재) 명창의 영향이기도 했다. 좋은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오기로 ‘늪’ ‘님은 먼 곳에’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팔세토 가수왕’이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방송 출연을 꺼려온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닫혔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도전장을 낸 것. 작년에는 영화 ‘조선명탐정2’ 등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조관우가 가진 ‘특유의 감수성’ ‘표현 능력’이 좀 더 다양한 곳에 쓰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현시대가 느꼈던 아픔을 음악에 담고 억압들을 넘는 음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연기를 통해서도 현시대의 모습을 표현하고 담아내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세월호를 겪으며 음악을 통해 아픔을 표현하는 가수라는 직업에 다시 자부심을 느꼈듯이 연기를 통해서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세월호를 기억할 테니 피해 가족들도 끝까지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라앉은 세월호, 떠오르는 진실’, 풍등

“다시 한 번 사랑한다고 말하면 돌아올까. 그대 찾아 밤하늘 날아오르는 풍등”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의 가사를 담은 ‘풍등’은 참사가 발생한 그해 12월 31일 발표됐다. 세월호 1주기인 2015년 4월 16일에는 배우 이경영이 감독을 맡고 댄서 팝핀현준 등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한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작곡가 채승윤씨는 풍등에 대해 “코드는 하향진행이고 멜로디는 계속 상승진행”이라며 “세월호는 가라앉았지만, 참사의 진실이 위로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서 슬픈 감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수 조관우와 함께 추모곡을 만들어 영광”이라면서 “풍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풍등의 음원 수익금은 지난 15일 4.16연대에 전액 기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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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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