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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힙합 듀오 리쌍이 건물 세입자에 보낸 ‘최후 통첩’
서 씨 앞으로 온 부동산인도 강제집행 예고장
서 씨 앞으로 온 부동산인도 강제집행 예고장ⓒ제공 : 서윤수

“오늘부터 가게에서 자려고요.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잖아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6년 째 곱창전문점 ‘우장창창’을 운영하는 서윤수 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20일 그의 가게 앞으로 한 장의 통지서가 날아왔다. 내용은 ‘채권자(길성준, 강희건)로부터 부동산인도 강제집행 신청이 있으니, 2016년 4월 27일까지 자진하여 이행하라는 것이었다. (통지서에 나온 길성준과 강희건은 힙합 듀오 리쌍의 길과 개리의 본명이다)한 마디로 지난 3년 간 지켜온 가게에서 제 발로 나가지 않으면 언제든지 강제로 끌어낼 수 있다는 ‘최후 통첩’이었다.

대기업에서 직장생활 하다 관두고 전재산 모아 차린 ‘우장창창’

지난 2010년 서 씨는 5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은행 대출을 합쳐 가로수길 초입에 위치한 건물 1층에 곱창 전문점을 오픈했다. 권리금 2억7천500만원과 인테리어 비용 8천만 원 등 총 4억 3천만 원을 고스란히 가게에 쏟아 부었다. 오픈한 뒤 1년 동안은 고생을 했지만 점차 단골도 늘고 입소문이 나면서 가게에는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창 잘 될 때는 월 매출 8천만 원을 찍던 시절도 있었다. 서 씨는 “밤 12시에도 대기하는 손님이 있던 적도 있다”면서 자랑했다.

하지만 2012년 5월 힙합 듀오로 잘 알려진 연예인 ‘리쌍’이 새로운 건물주가 되면서 그의 악몽은 시작됐다. 이들은 서 씨가 장사를 하던 1층 공간에서 직접 장사를 하겠다며 나가달라고 했다. 서 씨가 나간 자리에 직접 술집을 차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빚까지 내면서 전 재산을 바친 가게를 포기할 수 없었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오랜 싸움 끝에 결국 임대인 측이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서 씨는 2013년 8월에 합의금 1억8천만 원을 받고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1층 주차장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서 씨가 떠난 1층에는 현재 리쌍 멤버 길의 누나가 운영하는 '쌍포차'라는 이름의 술집이 영업중이다. 길모씨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내가 건물주 대리인이기는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다.

우장창창 서윤수 대표
우장창창 서윤수 대표ⓒ민중의소리

주차장 용도변경소송으로 다시 시작된 2차 법적분쟁

보증금 4천만 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재계약한 뒤 장사를 다시 시작한 서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장벽에 봉착했다. 1층 주차장에서의 영업에 대한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지하에 있는 매장과 이어진 1층 주차장에서는 관행적으로 천막을 치고 영업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서 씨가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민원이 쏟아졌고 몇 달 동안 1층에서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되자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1층에서의 영업을 재개하려면 용도 변경이 필요했다. 합의 당시 ‘1층 주차장을 영업에 맞게 용도변경 하고자 할 때에는 임대인은 이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서 씨는 건물주 측에 여러 차례 주차장 용도변경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서 씨는 2014년 1월 주차장 용도변경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건물주 측은 서 씨의 주차장 사용 등을 이유로 오히려 건물 리모델링 공사에 피해를 봤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그는 “임대인 측은1층에서 날 쫓아내는게 우선순위였고 곱게 안 나가니까 애매한 합의를 해서 내쫓은 다음에 여기서 민원을 넣어서 말려죽이던지, 소송을 해서 더 괴롭히던지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건축포함 용도변경 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있지만, 건축 규모 등에 대해 정확한 규정이 없으니, 건축을 통한 용도변경도 안되고, 임차인이 의무를 위한 한 것이 없느니 계약해지도 안 된다’며 양측의 소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2015년 9월 임대인 제기한 항소심 과정에서 2년 계약기간이 끝나버렸고 2심 재판부는 임차인인 서 씨가 계약갱신을 요구하지 않아 계약이 만료되었으므로 퇴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서 씨는 “9월 30일이 계약만료였는데 그때 장사를 안 할 거였으면 9월 15일 재판에 응소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변호사 비용까지 내고 재판에 나갔는데 갱신 요구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의사가 없다는 판결이 받아들여졌다”며 답답해했다.

“지난 3년간 상인들과 연대…저한텐 잘 싸워야 할 책임감 있어”

서 씨는 강제 집행이 들어오게 되도 끝까지 가게를 지켜내겠다는 입장이다. 그것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임차상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3년 결성된 이후 함께해 온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회원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지난해 맘상모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던 서 씨는 지금도 꾸준히 회원으로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맘상모가 생기기 전에 상인들은 임대차 분쟁이 생기면 ‘내가 바보라서, 운이 없어서’라는 생각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그러다 ‘우장창창’ 사태를 보면서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라고 느끼고 한명씩 모여 맘상모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년 간 맘상모 활동을 통해서 많은 상인들과 연대했다. 그래야 이 가게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볼 때 연대활동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그랬던 제 가게가 속수무책으로 없어진다면 맘상모 회원들은 절망적일 거다. 그만큼 잘 싸워야겠다는 책임감이 저한텐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사건팀에서 취재하고 있습니다. 제보하실 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a1vop@vop.co.kr로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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