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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한국 조선, 정말 위기인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대우조선해양 제공

땅!땅!땅!

지난 28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막 점심 식사를 마친 노동자들이 각자의 현장으로 돌아가 일에 몰두했다. 400만㎡의 거대한 생산 야드는 분주하게 돌아갔다. 8개의 도크에서는 LNG선, 군함, FPSO(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시설) 등을 건조중이었다. 도크와 안벽에서 건조중인 거대한 선박과 해양플랜트 시설들을 보고 있으니 '조선업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조선소 이곳 저곳을 안내해주던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고부가가치선박인 LNG선의 수주 잔량 51척을 포함해 전체 상선의 수주 잔량이 100여척 가량 된다"고 말했다. 언론에서 '수주 절벽'을 강조해 보도하면서 마치 당장 큰 위기가 닥친 듯 느껴지지만, 2018년까지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소위 빅3는 기존 일감으로 최소 1~2년은 수주 없이 버틸 수 있는 작업량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7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지난 3월 말 기준 118척, 782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세계 조선소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았다. 수주잔량 2위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450만CGT, 95척), 3위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439만CGT, 81척), 4위는 현대삼호중공업(341만CGT, 84척)이었다.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4위를 한국 조선업체들이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산업 위기는 과장됐다는 말인가? 조선산업은 왜 해운업과 함께 구조조정 타겟이 됐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대우조선해양 제공

호황 뒤 찾아온 불황

조선은 세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이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의 팽창과 미국 경제 회복 등과 맞물려 세계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선박수요가 급증했다. 이를 기반으로 조선산업은 역사상 최고의 호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무역이 크게 감소하는 등 경기 침체로 상선 발주가 급감했다.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아 대한조선, 진세조선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YS중공업 등이 폐업했다. 최근 7년 사이에 중형 조선사의 50%가 폐업했다.

국내 빅3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2011년 이후에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심해 유전 개발에 뛰어든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해양플랜트 공사를 대거 발주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빅3가 "고부가가치 산업", "미래 먹거리" 등의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며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해양플랜트는 현재 빅3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유가하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발주사의 인도지연 및 취소, 빅3간 과다 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등이 복합적으로 겹친 결과, 지난해 빅3는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8조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경영진의 오판 및 과욕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빅3가) 서로 수주하겠다고 싸우면서 4조원짜리가 3조원대로 떨어졌어요. 또 우리가 해양플랜트 설계 기술이 부족한데, 설계부터 시공까지 다 수주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죠. 상선쪽은 우리가 실력이 있으니 설계쪽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바로 변경이 가능한데, 해양플랜트쪽은 실력이 부족하니 설계 변경이 바로 안 되는 거예요. 그 기간에 인력은 놀 수 없으니 작업은 계속 진행되죠. 나중에 설계도면이 나오면 그동안 작업한 걸 전부 고쳐야 하고, 그러면서 과다 비용이 들어간거예요." (양병효 대우조선노조 고용안정부장)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대우조선해양 제공

전문가들 2020년 불황 종료 예상
"R&D 투자 늘리고, 숙련인력 확보해야"

현재는 불황 국면이라고 하지만 불과 8~9년 전 조선업이 최고 호황을 맞았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불황은 언제든 호황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경상남도 도정 연구기관인 경남발전연구원이 지난해 각 대학 조선공학과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을 인터뷰 한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5년 내인 2020년까지 조선업 불황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회복 수준은 전성기의 80%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현 국면은 외부에서 메스를 대서 인력감축 등 인위적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정도의 상황일까?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 25일 발표한 '진정한 구조조정 방법은 따로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 조선업은 스스로 충분히 지금의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순 통폐합 전략은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히려 지금은) R&D 분야 투자를 더욱 늘리고 숙련된 기술인력을 확보하는데 더욱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주문했다.

조선업은 자동차 등과 달리 자동화에 한계가 존재한다. 사람의 손을 거쳐 각각의 블록을 조립해 초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선업의 핵심 경쟁력은 숙련된 노동자에게서 나온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인력 구조조정은 위기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미래 경쟁력을 위해 신규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30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선박이 건조 중이다.
정부가 조선업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30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선박이 건조 중이다.ⓒ양지웅 기자

"사내하청 포함 고용 보호하며 경쟁력 키워야"

현재 빅3 조선소 생산의 중심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다. 원청의 정규직보다 훨씬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생산의 주축이다. 대우조선해양만 해도 생산직 정규직은 7천명, 사내하청 2만5천명, 물량팀 7천명 등 하청 노동자들이 대다수다. 고용조정의 용이성과 비용절감 차원에서 사측이 정규직을 신규채용하는 대신 사내하청 고용을 대폭 늘렸고, 정규직 노조도 고용의 안전판으로 사내하청 고용을 용인한 측면이 있다.

조선산업 불황 국면에서 이미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이들의 고용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키우면서 미래에 대비해야 할 과제가 조선산업 앞에 놓여있다.

양병효 대우조선노조 고용안정부장은 "노동시간 단축 등의 방법으로 사내하청 상용공까지는 고용을 보장하면서 버티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외 중소조선소 육성을 통한 선종 다양화, 정부의 R&D 지원을 통한 해양플랜트 고급기술 개발 등이 방안으로 꼽힌다. 현 국면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현재 세계 1위인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발전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라는 것이다.

정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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