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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권 칼럼] 환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재앙이 될 병원 인수합병 허용

‘병원 인수합병 법안’(이하 인수합병법)이 4월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이하 복지위)를 통과했다.

인수합병법안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당시 복지부가 병원경영지원사업 허용, 원격의료 허용과 함께 의료법 개정사안으로 18대 국회에 상정했으나, 핵심 의료민영화 법안으로 분류되어 폐기 처분된 바 있다.

또한 2014년 12월에는 부대사업확대, 영리자회사 허용을 골자로 하는 박근혜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됐다. 4차 투자활성화 계획 중 대부분을 가이드라인이나 시행령, 시행규칙 등의 행정독재로 통과시켰으나, 인수합병법은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에 새누리당 이명수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 이 법이다.

무려 2년전 발의된 이 법은 비영리법인인 병원을 사고 팔 수 있게 해준다는 점만으로도 의료민영화법안으로 분류되어 20대 총선 전까지는 누구도 통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의료연대 조합원들이 의료영리화 반대 피켓을 들고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의료연대 조합원들이 의료영리화 반대 피켓을 들고 청계광장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이 법안의 심각한 문제점 때문에, 보건의료시민노동단체의 연대체인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의 20대 총선거 의료민영화 추진 낙선자 명단에도 이 법안을 발의한 10명의 19대 국회의원들 모두를 낙선대상자로 발표한 바도 있다.

즉 이 법안은 그 동안 누가 봐도 병원영리화를 불러일으킬 ‘의료민영화 법안’으로 판단되어 왔다. 이 때문에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와 정부여당을 제외하고는, 야당은 물론, 의사협회 같은 직능단체까지 이 법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왔으며, 누구도 이 법안이 통과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 법안이 야당의 방조 혹은 찬동 속에 통과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우리는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구조조정에 동의한 더불어민주당

우선 인수합병 법안이 복지위를 통과하기 전에 주로 논의되던 의료민영화법안은 기재부가 의료서비스를 쥐락펴락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그 다른 버전인 지자체가 임의로 ‘의료민영화 특구’를 만들 수 있는 ‘규제프리존법’ 등이었다.

이런 핵심 의료영리화 법안들이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민들의 초미에 관심사였던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걸핏하면 경제활성화법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통과시키려는 법이었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보건의료’ 부분만이라도 빼자고 하면 ‘앙코 빠진 팥빵’이니 ‘김치 빠진 김치찌개’니 하면서 보건의료 부분을 꼭 집어넣겠다고 새누리당이 밝히고, 직권상정 등의 강행추진 가능성도 매번 내비쳤었다. 그 만큼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의지는 높았다.

그런데 4월 13일이 지나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여당의 선거 참패로 정부의 강행 동력이 떨어졌다. 국민들이 박근혜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반면 야당은 총선 전 국민들의 표를 구걸하던 때와는 달리 기고만장해졌다. 국민들이 정권을 심판한 것이지, 야당에 대한 지지를 보인 것이 아닌데 말이다.

정부가 지지세를 잃고, 야당이 국회 제1당이 되는 상황이 되자 총선 후 며칠만에 ‘구조조정’에 야당이 손을 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선, 해운 등이 거론되었는데,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인 ‘창조경제’를 ‘구조조정’이 대체하는 국면까지 가게 되었다.

이러한 내용이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논의된 이유는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구조조정 건은 선거 뒤로 미뤄두었기 때문이고, 한편으로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동의를 야당을 통해 쉽게 얻으려는 술수가 복합되었기 때문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거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선거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여기서 말하는 구조조정은 선거때 이야기하던 최저임금 인상, 재벌들이 사내유보금을 정리, 복지서비스 확대 같은 친서민 구조조정이 아니라 철저하게 재벌과 자본 입장에서 시작될 구조조정이었기 때문에 차마 선거 전에는 누구도 꺼내기 힘든 과제였다. 즉 사실상 정리해고와 노동자서민 쥐어짜기일 수 밖에 없는 ‘구조조정’인데, 이를 선뜻 함께하겠다고 야당이 나서니, 박근혜 정부도 정말 고마워했다.

병원산업도 최근 병상포화와 경기둔화로 구조조정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이를 박근혜 정부는 부대사업 확대, 영리자회사 설립, 메디텔 허용, 원격의료 허용 등으로 해결하려 하였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병원자본의 목소리는 날로 커져왔다. 구조조정을 위해서 인수합병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병협의 주된 요구였다

병원인수합병법인 가져올 구조조정 방향

병협은 이 법안이 의료법인 사이의 인수합병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학교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이 대부분인 대형병원의 수직계열화와는 관계가 없다고 이야기 한다. 언뜻 보면 맞는 이야기 같지만, 지금까지 상급종합병원들의 대부분이 의료법인이 아닌 이유는 ‘의과대학-병원 연계체계’가 의료인력 수급과 이데올로기적 경쟁력에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을 국민들이 선호했고, 재벌도 그런 형태를 추구한 것에 기인하는 것이지, 의료법인이 대형병원화 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단적으로 인천의 길병원은 2000병상이 넘는 대형병원인데, 의료법인이다. 삼성병원체인 중 강북삼성병원은 의료법인이다. 이처럼 의료법인이 아예 대형화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병원이 인수합병으로 맘만 먹으면 수많은 중소 의료법인을 아래 줄세울 수 있다. 여기에 수많은 전문병원이 의료법인이다. 요양병원도 의료법인이 늘어가고 있다. 즉 한국의 대부분의 병원이 개인병원 아니면 의료법인인 상황에서 인수합병법은 전국적인 ‘삼성병원 네트워크’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수직 계열화(대형병원-중소형병원)만큼 무서운 것이 중소형병원끼리의 수평계열화이다. 네트워크 병원의 탄생은 지금도 문제가 되고 있는 수술전문병원의 확장을 가져온다. 우리는 척추관절 과잉수술 논란의 중심인 전문병원과 임플란트 전문 불법 치과네트워크 등의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다. 지금도 버스광고판을 수놓는 OO병원들의 과잉경쟁도 체인화에서 시작했다. ‘우리들병원’ 같은 경우는 이미 우리들병원의 상표권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까지 존재할 정도로 체인화가 확장되어 있다.

따라서 의료법인에 한정하더라도 수직·수평 네트워크를 가속화하고 그나마 개인병원으로 유지하면서 편법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던 병원들이 급속히 합법적 네트워크의 세계로 들어올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네트워크의 부작용은 영리적 경영의 확대만이 아니다. 수많은 병원 노동자의 근무행태와 조건을 변화시키는 방향을 의미한다.

병원 노동의 변화

병원은 다른 곳보다 노동집약적 사업장이다. 병원경영의 핵심을 인건비 절약이라고 병원장들은 쉽게 이야기 한다. 때문에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정규직 병원노동자의 임금을 깎고, 이들을 해고하는 것이 병원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커져왔다. 병원이 핵심 인력인 의사를 인턴이나 레지던트 같이 초기 저임금으로 일정 기간만 근무하도록 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일부 기인한다.

우선 인수합병을 통해 만들어진 체인병원들은 순환근무와 같은 것이 가능하다. 지금도 전산화되면서 과거 의무기록사들은 병원 물류팀으로 쫒겨나고, 없어진 병동 간호사들은 행정업무를 보도록 보직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병원 인수합병이 되면 이런 일은 더욱 심해진다.

최근 정부 양대지침인 ‘저성과자 해고’는 당연히 더욱 확대된다. 이는 그나마 정규직만을 고용해야 하는 간호사 등 핵심 의료직종에서도 순환근무, 보직변경 등이 강화됨을 의미한다. 즉 노동강도는 더욱 강화되고, 네트워크의 경쟁과 병원 인수합병 후 병동 폐쇄, 조정 등으로 노동불안정성은 증가된다. 새누리당이 이미 이번 총선공약에서 간호간병서비스의 확대를 빌미로 간호직의 야간 시간고정 파트타임 등을 거론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걸핏하면 청년일자리를 이야기하면서 보건의료 파트타임 등을 거론했다. 이는 병원노동자의 문제임과 동시에 환자들에게는 의료 질의 문제이다. 노동강도 강화와 불안정 노동조건이 가져올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간병서비스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인력이 파트타임이고 숙련도가 떨어진다면, 사실 경증 일부 환자를 위한 생색내기 서비스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현재도 한국의 병상당 의료인력은 OECD 최저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런 형편없는 인력구조를 가지게 된 결정된 계기는 민간주도의 의료공급구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을 단순 비교만 해봐도 노동강도, 인력고용연차 등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공공병원을 늘려서 해결하기는커녕, 민간병원의 인수합병을 통해서 더 악화시킬 법안이 인수합병법이다.

경영학적 인수합병 = 정리해고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인수합병은 정리해고를 불러 온다. 경영학적으로 인수합병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인력 퇴출이었다. 이는 불과 10여년전 쌍용차를 위시한 자동차, 금융, 철강, 건설업 구조조정 시기마다 역사적으로 확인된 내용인 만큼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다. 인수합병법안에 대해서 병원협회도 의료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의료기관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등을 위해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대놓고 주장했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지역 의료기관을 사실상 폐쇄하고 규모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병원협회는 “법인이 퇴출될 뿐, 의료기관은 존속”한다거나 의료기관이 강화되고 국민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합병으로 합병 이전에 운영되던 의료기관이 폐쇄되거나 규모가 축소되는” 경우를 이미 명시하고 있다. 즉 인수합병법의 본질은 돈벌이를 위한 구조조정이고, 영리적 경영을 하는 네트워크 병의원의 사례처럼 필수의료시설(응급실, 중환자실 등)을 줄이거나 없애고 상업적 의료시설만을 남겨놓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이 와중에 당연히 해고는 따라 붙는다.

지금 병원 구조조정의 한가지 과정으로 공공병원에 대한 ‘성과급 연봉 적용’이 강요되고 있다. 이미 국립대병원은 물론이고, 국가유공자들을 주로 진료하는 보훈병원에도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 왜 병원에 성과급을 적용하면 안될까? 성과급 적용은 의사들의 과잉진료, 서로 연계해야 하는 직능별·과별 경쟁 격화를 가져오고 종국에서는 중장기 근무 노동자에 대한 해고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저임금을 감내할 신규 병원 노동자들을 계속 돌리면서 병원이 돈벌이에 나서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이런 병원영리화 과정을 합법적으로 큰 규모에서 명확하게 해 주는 것이 인수합병의 허용 여부이고, 법안이 가진 효과다. 병원 인수합병 허용은 병원을 하나의 상품으로 가격을 매기는 행위만으로도 문제이고, 비영리법인이 그동안 받은 각종 세제 혜택과 사회적 지원을 사익을 위해 활용했다는 점에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정말 문제는 병원 구조조정의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다.

그리고 병원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부서 통폐합, 인력 감축, 비정규직 양산은 결국 환자들의 피해일 수 밖에 없다. 명확한 의료민영화 법안인 인수합병 법안을 모른 척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은 이런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이제 본회의 상정을 저지할 수단이 몇 가지 안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병원 인수합병 법안의 상임위 통과를 되돌리려면, 본의회에 법안이 올라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 하다면, 병원 영리화와 구조조정의 쓰나미를 불러온 책임을 야당도 면치 못할 것이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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