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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보수성향의 뉴스를 싫어한다?

페이스북이 실시간 뉴스 트렌드 순위를 조작해 보수 성향의 뉴스기사를 고의적으로 누락시켜왔다는 의혹이 미국의 디자인 및 IT 뉴스 전문 블로그 <기즈모도>에 의해 제기됐다. (원문보기:Former Facebook Workers:We Routinely Suppressed Conservative News)

페이스북의 실시간 뉴스 트렌드 관련 업무에 참여했던 한 전직 언론인은 페이스북 관계자들이 CPAC(미국 보수 활동가 회의) 모임이나 미트 롬니, 랜드 폴 같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의 기사들을 자사의 “트렌딩 뉴스” 섹션에서 일상적으로 누락시켜왔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의 트렌딩 뉴스. (예시화면,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되지 않습니다) 한국어 서비스에는 트렌딩 뉴스가 포함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트렌딩 뉴스. (예시화면,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되지 않습니다) 한국어 서비스에는 트렌딩 뉴스가 포함되지 않는다.ⓒ민중의소리

트렌딩 뉴스 섹션에 대한 인위적 '편집' 논란

익명을 요구한 이 제보자 외에도 페이스북의 “뉴스 큐레이터”로 근무한 적 있는 몇몇 전 직원들은 <기즈모도>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 역시 일부 요건에 맞지 않는 기사들을 트렌딩 뉴스 섹션에 인위적으로 “주입”하도록 지시받았다고 전했다.

다시 말하자면 페이스북의 뉴스 섹션은 정해진 알고리즘에 따라 실시간으로 인기 있는 기사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직원들의 입맛과 가치관에 맞는 기사를 선별적으로 보도하는 기존의 언론사와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계가 뱉어내는 순위에 인간적인 주관을 담아내는 것 그 자체는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이 의혹은 <기즈모도>가 지난 주 페이스북의 트렌딩 뉴스팀에 대한 밀착취재 내용을 보도한 후 새롭게 제기됐다. 당시 보도에서 <기즈모도>는 페이스북의 트렌딩 뉴스팀이 대부분 아이비리그나 미국 동부 사립대학교 출신의 젊은 “뉴스 큐레이터”들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 매겨진 뉴스 주제들의 인기순위를 볼 수 있고, 이 순위에 따라 헤드라인과 요약문을 작성해 페이스북의 트렌딩 뉴스 섹션에 게시한다. 201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트렌딩 뉴스 섹션은 미국에서만 평균 1억 7천6백만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뉴스 선택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의혹의 제보자는 “누구의 근무시간인지에 따라서 특정 주제들이 트렌딩 섹션에 오르거나 아예 누락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보복을 우려해 익명을 요구한 그는 자신이 트렌딩 뉴스팀에서 몇 안 되는 보수성향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교대시간이 돼 업무를 시작하면, 보수 성향 지지자들에게 인기있을만한 주제의 기사들이 트렌딩 뉴스 섹션에 들어갈 만큼 충분히 인기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전 근무자에 의해 트렌딩 뉴스에서 누락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기즈모도>가 전달받은 로그 기록을 보면, 보수단체에 비정상적으로 엄격한 잣대로 심사해 공화당에 의해 비난받은 바 있는 전직 국세청 직원 로이스 러너, 위스콘신 주의 스캇 워커 주지사, 보수성향 뉴스사이트 Drudge Report, 2013년 살해당한 전직 해군 특수부대원 크리스 카일, 그리고 보수성향인 폭스뉴스의 스티븐 크라우더 등의 주제가 트렌딩 뉴스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자는 “(이 같은 행위는) 보수층의 관심을 받는 기사들의 인기를 식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다른 전직 뉴스 큐레이터 역시 페이스북의 트렌딩 뉴스 서비스가 보수 성향 언론에 적대적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이 전직 큐레이터는 “(뉴스 선택은) 굉장히 주관적으로 이루어졌다. 근무 중인 큐레이터가 누구냐에 따라 (선택되는 뉴스 주제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똑같은 기사를 선택하더라도 (보수성향 인터넷언론인) 레드스테이트나 다른 보수 언론사보다 좀 더 중립적인 기관이 보도한 기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브레잇바트, 워싱턴 이그재미너, 그리고 뉴스맥스같은 언론사들의 기사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상 트렌딩 뉴스 섹션에 올라갈 트래픽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더라도 뉴욕타임즈나 BBC, CNN같은 주류 언론이 비슷한 기사를 다루지 않으면 무시됐다.

스스로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페이스북이 보수성향의 뉴스기사만 선별적으로 제외시켰는지는 아직 완전히 확인되지 않았다. <기즈모도>가 인터뷰한 다른 전직 뉴스큐레이터들은 페이스북이 고의적으로 보수성향의 뉴스를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페이스북이 반대로 뚜렷한 진보성향의 기사들 역시 트렌딩뉴스 섹션에서 제외시켰는지 여부 역시 확실치 않다. 이 의혹의 제보자 역시 이러한 기사의 선별적 취사선택이 뉴스큐레이터 개개인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페이스북 경영진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스북 경영진이 특정 기사를 (알고리즘에 의한 트렌딩 뉴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렌딩 기사 섹션에 “주입”하라는 지시를 명시적으로 내린 사실은 확인됐다.

몇몇 전직 뉴스큐레이터들의 따르면 페이스북 상에서 충분히 퍼지지 않았거나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지 않은 기사들이 때때로 트렌딩 뉴스 섹션에 인위적으로 게시됐다고 말했다.

한 전직 뉴스큐레이터는 “어떤 특정 기사가 CNN이나 뉴욕타임즈, BBC 같은 메이저 언론사들의 1면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 이 기사가 (알고리즘의 인기)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인위적으로 트렌딩뉴스 섹션에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직 뉴스큐레이터들은 말레이시아항공 370편 실종사건이나 프랑스 파리의 샤를리엡도 테러사건 뉴스를 트렌딩뉴스 조작의 예시로 꼽았다.

실제 페이스북은 실시간 뉴스 전달 기능면에서 트위터에게 고전하고 있었고, 이러한 인위적 조작이 실시간 뉴스 서비스에서 트위터를 따라잡기 위한 방책으로 사용되었을 수 있다. 한 큐레이터는 “어떤 뉴스가 트위터에 이미 엄청 퍼져있는데 페이스북에서는 다뤄지지 않고 있는 일이 발생하면 엄청 혼났다”고 말했다.

어떤 때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보다 지적인 이미지를 위해 이런 트렌드 조작이 이뤄졌다. 한 뉴스 큐레이터는 “어느 순간 사람들이 시리아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하지만 시리아 뉴스가 페이스북에서 더이상 다뤄지지 않으면, 페이스북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Black Lives Matter(미국 경찰의 흑인 총격 사건들이 여러차례 벌어지면서 페이스북 상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 캠페인 역시 인위적으로 트렌딩 뉴스 섹션에 올라갔다. 한때 시들었던 캠페인에 대한 관심은, 이 캠페인에 대한 기사들이 트렌딩 뉴스 섹션에 다시 올라가자 부활했다. 이 캠페인은 페이스북에게 특히 중요했다. #BlackLivesMatter 캠페인 자체가 페이스북 상에서 시작된데다, SNS가 가진 강력한 영향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대한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볼 수 없다?

또한, 페이스북 자체에 대한 기사가 널리 퍼지고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더라도, 페이스북의 트렌딩 뉴스팀은 자사에 대한 기사들을 인위적으로 트렌딩 뉴스 섹션에서 제외시켰다. “회사에 대한 기사가 있더라도, 그건 건들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 뉴스 큐레이터는 말했다.

“우리는 우리 회사에 대한 내용을 다룰 때엔 항상 신중했다. 회사에 대한 내용은 언제나 상급 부서의 결재를 받아야 나갈 수 있었다. 우리 팀은 다른 기사에 대한 권한은 가지고 있었지만, 페이스북에 대한 기사는 언제나 윗선의 허가가 있어야 올라갈 수 있었다.”

<기즈모도>는 이 같은 의혹들 하나하나에 대한 페이스북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메일과 전화로 수 차례 접촉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직원이 자사의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촬영은 올해 4월27일에 이루어졌다.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직원이 자사의 로고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촬영은 올해 4월27일에 이루어졌다.ⓒAP/뉴시스

<기즈모도>가 접촉한 여러 전직 뉴스 큐레이터들은 페이스북의 뉴스 알고리즘이 점점 발달하면서, 인위적으로 주입해야 하는 기사나 뉴스주제들의 수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같은 알고리즘과 기사선정 기준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현재도 이러한 인위적인 방법을 사용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정말로 중립적인 뉴스 플랫폼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또한 페이스북의 트렌딩 뉴스 섹션의 기사들이 정말로 알고리즘에 의한 순위대로, 많은 이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선정된 것인지가 불분명해진 것은 확실하다.

오히려,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페이스북은 자신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몰아내고 있는 기존의 언론들과 똑같아진다. 그리고 하필 페이스북은 지금 전 세계 수십억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자신들의 이러한 영향력을 이번 미국 대선에서 사용해야 할지를 놓고 논의중인 사이트다.

문제가 확산되자 페이스북 대변인은 <버즈피드>와 <테크크런치> 등의 뉴스 플랫폼에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페이스북이 특정 정치적 견해에 편향되어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다양한 정치적 관점과 그 관점을 지닌 모든 이들을 위한 플랫폼이다.

트렌딩 토픽은 페이스북 상에서 인기있게 다뤄지고 있는 주제들과 해시태그들을 보여준다. 페이스북은 중립적이고 일관적인 트렌딩 토픽 선정을 위해 엄격한 기준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준들은 특정 정치적 관점을 제외하거나 축소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고, 하나의 견해나 매체를 다른 견해나 매체보다 우선시 하는 것 역시 용납되지 않는다. 또한, 특정 매체의 기사가 페이스북의 트렌팅 토픽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조작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Voice of the World / 편집 : 이정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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