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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짜리 소모품’ 쿠팡맨 비정규직 92%의 비밀

‘167명’

10일 쿠팡 측이 밝힌 18개월 이상 근무한 배달사원(쿠팡맨)의 정규직 숫자다. 전체 정규직 수는 “채용 시기와 방식이 달라 정확히 집계가 힘들다”며 답변을 꺼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맨으로 일하는 3600여명 중 정규직이 300명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쿠팡맨 3600명 중 정규직 300명·비정규직 3300명, 정규직 비율 8.3%·비정규직 비율 91.7%. 올해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쿠팡의 초라한 민낯이다.

업계 1위 비법, ‘18개월짜리 소모품’ 쿠팡맨?

쿠팡 홈페이지
쿠팡 홈페이지ⓒ민중의소리

쿠팡은 국내 소셜커머스 1위 기업이다. 작년 매출 1조1300억원을 기록하며 2위 위메프(2165억원), 3위 티켓몬스터(1959억원)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2014년 매출액 3485억원 대비 3.3배나 증가한 수치다.

쿠팡이 업계 1위를 차지하기까지 주문 후 24시간 이내에 ‘로켓배송’을 전담하는 쿠팡맨이 있었다. 직고용 배달인력인 쿠팡맨 3600여명은 고객에게 손편지를 쓰고, 아이가 있는 집에 풍선·장난감을 선물하는 등의 ‘감성 배송’을 실시했고, 2014년을 전후해 쿠팡은 업계 선두 자리에 올라섰다. 김범석 쿠팡 대표도 작년 말 고객을 만족시키는 쿠팡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채용혁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연봉 4000만원, 6개월 근무 후 정규직 전환 심사, 60%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고 쿠팡맨 대거 채용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로켓배송 도입 2년이 지난 현재 정규직 수가 터무니없이 적고, 정규직 전환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 원성이 나온다. 쿠팡맨으로 1년을 근무한 김모(33)씨는 “일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의 숫자가 손에 꼽힌다”면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동료들이 직장을 떠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에 따르면 지역 배송 캠프 40~60여명 중 정규직 숫자가 1~6명이 정도고, 입사 1년 직원 10명 중 2명 정도만 쿠팡맨으로 일하고 있다.

쿠팡맨들은 정규직 전환 조건이 까다로워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쿠팡맨들의 말을 종합하면 계약직은 2번의 분기평가를 바탕으로 6개월에 1번씩 정규직 전환 심사 기회를 얻고, 총 3번(18개월) 안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계약해지된다. 정규직 심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 만족 설문 조사에서 만점을 받아야 하며, 지각·접촉사고 등의 문제가 없는 ‘완벽한 쿠팡맨’이어야 한다. 계약직 중에서도 10% 정도만 정규직 심사 자격이 주어지고, 이중 극히 일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단순 접촉사고로 계약해지된 쿠팡맨과 지각을 이유로 해고당한 수습직원, 정규직 심사 일주일을 앞두고 명확하지 않은 사유로 해고당한 쿠팡맨들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사람을 쉽게 쓰고 버리는 블랙기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관련기사:[단독] “2분 지각도 해고 사유” 수습 2개월 만에 해고당한 쿠팡맨)

결국은 ‘비정규직’··· ‘희망고문’으로 계약직 착취하는 쿠팡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던 친절한 쿠팡맨 사례들. 왼쪽은 쿠팡맨이 고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오른쪽은 쿠팡맨이 직접 쓰고 그린 배송상자.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던 친절한 쿠팡맨 사례들. 왼쪽은 쿠팡맨이 고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오른쪽은 쿠팡맨이 직접 쓰고 그린 배송상자.ⓒ민중의소리

노동계에서는 쿠팡의 사례가 ‘희망고문’을 통한 계약직 착취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20~30대 청년들에게 ‘잘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면서 열심히 일하게 하고 법적 정규직 전환 시기인 2년 안에 해고하는 방법으로 노동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쿠팡맨으로 일했던 이모(36)씨는 “다른 택배회사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만큼 노동강도도 세다”라면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고객에게 편지를 쓰고 선물을 주는 등 별도의 서비스도 해야는 상황에서 쿠팡맨들이 혹사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맨들은 하루 12시간·주 6일을 일하며 한달 월급 260만원(기본급 140만원+시간외 수당12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여기에 성과인센티브 최대 40만원을 더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쿠팡이 홍보하는 연봉 4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쿠팡맨은 극히 일부다. 주 6일 근무·높은 노동강도·불안정한 고용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다른 회사에 비해 그리 많은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쿠팡맨 부당해고건을 다루는 노동법률사무소 ‘시선’의 김승현 노무사는 “일각에서 쿠팡이 정규직을 고용해 높은 임금을 주는 윤리적 기업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비정규직을 착취해 사업을 확장하는 악덕 기업적 성격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모호한 이유의 해고나 까다로운 정규직 전환 심사 기준으로 실제 일하는 정규직 숫자보다 비정규직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쿠팡은 과장 마케팅을 하기 전에 높은 정규직 전환 지표로 고객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맨의 낮은 정규직 비율과 관련해 쿠팡의 홍보팀 관계자는 “업계 경쟁 상황에서 쿠팡을 음해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공정한 자체 기준을 통해 쿠팡맨을 평가하고 정규직 직원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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