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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고] 재독동포 이종현 선생에 대한 알 수 없는 입국 거부

12일 아침 여섯시 반, 쾰른에 사는 한민족유럽연대 윤운섭 총무에게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다. 전날 한국으로 떠난 이종현 상임고문이 잘 도착했다는 소식인가 싶었더니 이게 웬일인가, 입국 거부를 당하셨다는 것이다. 윤 총무는 다른 회원들과 광주에 있는 5.18 기념재단(이사장 차명석)에 이 사실을 알렸다.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전화통화를 통해 법무부 소속 출입국관리소에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관계기관, 즉 국정원은 ‘이미 결정한 내용을 번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출입국 관리법 11조를 들어 이종현 선생이 ‘공공질서’ 등을 해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근거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관계기관에는 차명석 이사장이 직접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5.18 기념재단 관계자는 주한 독일 대사관에 연결하여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항의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독일 대사관 담당자 또한 한국정부가 하는 일에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재단에서 접촉한 담당자는 독일인이 아니라 한국인 비서 김 모씨이다.

독일에 살고 있는 한국 국적, 독일 국적 동포들이나 현지 독일인은 이러한 독일 대사관의 태도를 두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며, 현지 시간 금요일 아침이 되면 국제전화를 통해 정확한 사실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종현 한민족유럽연대 상임고문
이종현 한민족유럽연대 상임고문ⓒ필자 제공

재유럽오월민중제 대표로, 5.18 기념재단 행사 참석 예정

1980년대부터 독일에서는 오월이면 매년 ‘재유럽오월민중제’를 열어 왔다. 공관 관리 아래 있는 한인회와는 달리 고국의 민주화와 통일에 관심을 갖는 민주동포들의 독립적인 모임이었다. 그러하기에 2년 전 민중제 평가회에서 앞으로 호남향우회 혹은 한인회 차원의 오월민중제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을 두고 통합 문제가 대두되었으나, 각자가 길을 가는 것이 좋다는 방향으로 논의된 바 있다.

올해 독일에서는 두 개의 민중제가 열린다. 하나는 36년 전통의 민중제이며, 다른 하나는 작년 호남향우회 중심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하였다가 올해는 한인회 차원에서 열리는 민중제이다. 이종현 선생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한민족유럽연대는 80년대부터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매년 열리는 오월민중제의 전통을 이어받아 민중제를 개최하는 연대단체 중 하나이다. 올해 재유럽오월민중제는 베를린에서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한편, 5.18 기념재단 홈페이지 5월 10일자 자료는 전 세계 주요 10개국 30여개 도시에서 한인회 중심으로 민중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물론 여기 베를린에서 열릴 ‘재유럽오월민중제’도 언급된다. 이종현 선생은 이 ‘재유럽오월민중제’의 대표로 광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있었다.

같은 날 올린 재단 자료 중에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행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나누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서로 소통하며 교민사회가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차명석 이사장의 인사말이 있다. 물론 5.18이 국가기념일이 되었으니, 70년대 이래 한인회가 민주인사와 통일운동가들을 한인사회 내에서 고립시키는 데 앞장섰지만 그 전통을 쇄신하여 5.18 민중제를 연다면 그 자체로는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한인회 주최 민중제가 범람하는 가운데, ‘재유럽오월민중제’를 대표하는 민주원로가 입국 거부를 당한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게다가 고국에서는 5.18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느냐 마느냐가 논란이지 않은가? 앞으로 유럽의 ‘오월민중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당연히 부르느냐 아니냐로 그 뜻과 격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유럽연대에서는 5.18 기념재단에서 관계기관과 협의를 해도 입국 거부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준비해둔 성명서를 다음과 같이 발표하였다.

성 명 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재유럽오월민중제를 대표하여 초청받은 이종현 선생님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되어 공항에 억류되어 있으며 내일 강제추방을 당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종현 선생님은 1965년 파독광부로, 광산 근무 후에 독일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직장생활을 하셨다. 바쁜 중에도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하여 헌신하신 분이며 독일인과 결혼하여 슬하에 의학 박사, 공학 박사 두 아드님과 손주를 둔 안정된 가정의 가장이다. 지금까지 자유롭게 조국을 왕래하셨고 어떤 위해도 가할 수 없는 80 노인이다. 위험인물이 결코 아니다.

1997년 이래 518 민주화운동은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정부가 주관하는 기념식에 공식으로 초청받은 인사가 공항에서 입국이 거절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뜻을 같이하고, 조국의 민주화와 평화적 남북통일을 기원하며 지금까지 36년 동안 재유럽오월민중제를 개최하고 있다.

조국의 많은 민주인사들이 참여하고 이번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제 36주년 재유럽오월민중제에도 518기념재단 이사장님을 비롯한 국내인사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는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왜, 국가행사에 공식적으로 초청받은 우리 대표를 입국하지 못하게 하는가?

우리는 강력하게 요구한다.

1. 구체적인 입국거부사유를 밝혀라!

2. 해외동포의 자유로운 고국방문을 허용하라!

위의 요구가 즉각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내외 양심인들과 연대하고 세계여론에 호소하면서, 이러한 부끄러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

2016년 5월 12일

재유럽오월민중제 36주년 준비위원 일동

이은희 재독 ‘풍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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