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0대 택배기사는 왜 죽기 전까지 배송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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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직 택배기사들이 말하는 사망사고의 원인
  2. <원인1> “죽어야만 쉴 수 있다”
  3. <원인2> “죽도록 일해야 먹고 산다”
  4. <원인3> “필요한 ‘관리·감독’은 없었고, 무리한 ‘강요’만 있었다”
  5. <원인4> “시키는 대로 해라”
  6. 죽음 그 후.. CJ대한통운은 뭘 했나?
  7. 이 기사의 히스토리
옥기원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6-06-24 10:37:44
  • CARD 1/

    현직 택배기사들이 말하는 사망사고의 원인

    CJ대한통운 (자료사진)
    CJ대한통운 (자료사진)ⓒ민중의소리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민모(37)씨는 숨지기 6시간 전까지 물건을 배송했습니다. 그는 3일 오후 10시까지 수백개의 택배 배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쓰러졌고, 다음날 새벽 4시께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관련기사:[단독] “하루 16시간 근무” 30대 택배기사의 죽음)

    목동11단지 경비원 윤모씨는 민씨와 마지막 만남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3일 오후 5시 정도에 (민씨가) 의자에 앉아 한참을 쉬고 있는 모습을 봤어. ‘평소 빠릿하던 사람이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몸이 이상하다는 거야. 그래서 쉬엄쉬엄하라고 말했는데, 그런 일을 당할지 알았나.” 민씨가 쓰러진 당일 그와 만난 경비원들은 “민씨의 혈색이 안 좋았고, 평소와 달리 많이 지쳐 보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힘들어하는 민씨를 도와 물건을 정리했다는 경비원도 있었습니다.

    민씨는 쓰러지기 전까지도 자기에게 할당된 수백개의 택배 물량을 책임지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왜 죽기 직전에도 배송을 멈출 수 없었을까요? 전·현직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에게 사망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 CARD 2/

    <원인1> “죽어야만 쉴 수 있다”

    “죽거나, 그만두거나”

    현직 CJ대한통운 택배기사 B씨는 ‘쉴 수 있는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실제로 대다수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에게는 연월차 제도가 없었습니다. 직계가족의 경조사가 있을 때만 회사 차원에서 대체 근무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병가나 개인사유로 인해 쉬어야 할 시 비용은 해당 기사가 물어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소속 기사들이 대다수 특수고용직(개인사업자)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현재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로 일하는 1만6000여명 중 1만5000명(95%)정도가 개인사업자 신분입니다. 대다수 택배기사들은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은 지역별 대리점과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습니다. 기사들은 대리점에서 지역을 할당받아 그곳에서 나오는 물량 배송을 책임져야 합니다.

    민씨 역시 서울 양천구 목동 11단지의 배송을 맡았고,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도 자신에게 할당된 물량을 배송한 후 쓰러졌습니다. B씨는 “‘24시간 당일배송’ 압박과 ‘건당 수수료’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업계의 ‘하청구조’가 민씨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말합니다.

    택배사 직원이 창고에 가득 싸인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
    택배사 직원이 창고에 가득 싸인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다.ⓒ뉴시스

  • CARD 3/

    <원인2> “죽도록 일해야 먹고 산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측 관계자는 민씨의 죽음에 대해 “개인이 욕심을 부렸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요약하면 개인사업자인 민씨가 건당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 사측에 물량을 더 요구했고, 자발적 근로로 인한 건강 악화로 민씨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민씨는 실제로 다른 택배기사에 비해 많은 물량을 배송했습니다. 물건이 많은 날에는 부인과 함께 하루 400~500개를 배달했고, 월 6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고 사측 관계자는 말합니다.

    현직 택배기사들은 민씨의 월급 600만원의 내막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고객이 상품을 구매할 때 지급하는 비용 2500원 중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은 대리점에 떨어지는 비용은 800원 정도입니다. 이중 30%를 대리점이 떼가고 택배기사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500원 남짓입니다. 민씨의 경우 지난 2013년 CJ와 대한통운의 합병과정에서 사측과 직접 계약을 맺어 상대적으로 높은 7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민씨는 부인과 함께 오전 7시부터 밤늦게까지 택배 400~500개를 배송하고 하루 30만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하지만 이 돈 전부가 민씨 부부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택배업을 하기 위해 구입했던 차량 비용을 지급해야 했고,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회사 로고가 박힌 근무복, 박스테이프, 배송장까지 모두 민씨 부부가 사야 했습니다. 운송과정에서 발생한 물건 파손·분실 비용, 기름값, 식대 등의 부분까지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었습니다.

    민씨는 부인과 어린 두 자녀를 책임지는 가장이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죽도록’ 일하고 받은 택배 500개의 수수료로 먹고사는 영세 사업자였습니다.

  • CARD 4/

    <원인3> “필요한 ‘관리·감독’은 없었고, 무리한 ‘강요’만 있었다”

    “민씨가 사망할 때까지 CJ대한통운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전직 CJ대한통운 택배기사 L씨는 “사측의 부실한 관리·감독과, 무리한 ‘당일배송’ 압박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법적 권한이 없는 원청 CJ대한통운이 각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에게 ‘당일배송’ 지침을 하달했고, 고객 불평이 접수된 기사에게 벌점을 주고, 별도 교육을 하는 등 월권행위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압박으로 회사를 요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민씨의 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L씨의 주장입니다.

    CJ대한통운이 각 지역별 대리점에 택배기사들이 지켜야야 할 ‘당일배송’ 등 지침을 담은 사항의 안내문을 붙여놨다.
    CJ대한통운이 각 지역별 대리점에 택배기사들이 지켜야야 할 ‘당일배송’ 등 지침을 담은 사항의 안내문을 붙여놨다.ⓒ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CJ대한통운 택배분회 제공

    대리점 관계자는 ‘왜 과도한 물량을 관리·감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택배기사 요구를 반영해서 물량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특성상 다른 회사에서 500개를 배송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3년 업계 1, 2위였던 대한통운과 CJ가 합병한 후 두 회사의 물량이 한 지역에 몰려 기사들이 한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현직 택배기사 K씨는 이같은 대리점 관계자의 답변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더 편하다고요? 책상에 앉아서 보면 편할지 모르겠지만, 지역이 몰려있다고 해도 고객 500명을 상대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과 충돌이 생기기도 하고, 배송 개수가 늘어날수록 신경 써야 할 일이 배로 늘고 스트레스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민씨처럼 1년만 일하면 건강한 사람도 병에 걸릴 겁니다.”

  • CARD 5/

    <원인4> “시키는 대로 해라”

    “오전 물류작업, 대형 화물배송.. 먹고 살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요.(한숨)”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현직 택배기사 L씨는 회사가 강요하는 ‘수당 외 근로’와 ‘대형화물 배송’ 등이 기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민씨의 경우를 봐도 오전에 수화물 작업 때문에 오후 1시 전후에 배송을 시작해 밤늦게 일을 마쳤습니다. 회사가 수화물 작업을 도와주는 직원만 추가로 고용했어도 민씨의 업무 강도가 낮아질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L씨는 “택배 업체간 과대 경쟁으로 인해 대형화물을 받는 등 상품관리가 잘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택배표준약관’에 따르면 한면이1m·세면합계1.6m 이하, 20kg를 넘지 않는 ‘소화물’만 택배로 배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체 간 경쟁 상황에서 택배사가 매출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대형 화물을 받아 배송에 대한 책임을 택배 기사에게만 떠넘긴다는 게 L씨의 설명입니다.

    목동 11단지에서 만난 경비원 김모씨는 “민씨가 자기 몸만한 절인배추 포대를 들고 끙끙거릴 때 안쓰러워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대리점 관계자는 “업계 관행상 수화물 작업은 당연히 물건을 배송하는 기사들이 할 일이고, 계약을 맺은 회사와 택배업체 관계 때문에 한두개 정도 대형화물을 받아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 CARD 6/

    죽음 그 후.. CJ대한통운은 뭘 했나?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물건을 분류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택배기사들이 물건을 분류하고 있다.ⓒ뉴시스

    취재과정에서 만난 사측 관계자는 민씨가 사망한 이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 교육 등을 시켰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현직 택배기사에게 교육 여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어떤 교육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민씨 죽음 사실을 기사를 통해 접한 택배기사들도 많았습니다.

    민씨와 같은 영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 B씨는 “나 역시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회사가 관련 사실을 감출 게 아니라 인명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가족을 위해 아등바등 일했던 30대 택배기사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수일간 취재과정에서 만난 택배기사들은 “제 2·제3의 사고를 막기 위해 그를 죽음으로 내몬 택배업계의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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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의 히스토리

    이 기사는 2016년 6월 23일 처음 발행됐습니다.

    옥기원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ok@vop.co.kr

    (▶관련기사:[단독] “하루 16시간 근무”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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