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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석 칼럼] 표현의 자유와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

“인간의 모든 사상과 감정은 그 자체로는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다. 사상과 감정은 인간의 본질적 측면이지만, 보이지 않은 실체인 탓에 어떤 식으로든 ‘표현’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까닭이다.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할 다양한 매체를 발전시켜왔다. 언어(말과 글)로 표현된 모든 것들이 그러하며, 매체 위에 수놓아진 온갖 종류의 표현물이 또한 그러하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은 이처럼 유무형의 표현행위를 거쳐 나오는 표현물을 통해야만 비로소 그 존재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 권리가 된다. 인간적 가치를 발현시키는 기본적 수단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차원으로 표현의 자유가 거론되는 것이다.”
- 표현의 자유 침해 백서(한국민예총) 발간사 중 2001년

지난해 2월 12일 부산 부전동 쥬디스태화, 천우장 주변과 연산동에 있는 부산시청, 부산지방경찰청, 부산의회 주변에 김수연과 이하 작가의 작품을 앞뒤로 담은 경국지색과 out blue house in prison이란 전단지 8천여 장이 윤철면 씨에 의해 뿌려졌다. 그리고 2월 23일 윤 씨의 집에는 부산 연제경찰서 12명의 경찰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당했고 이어 먼지털기식 수사가 이어졌다. 그는 “경찰이 13평의 좁디좁은 자신의 집을 이 잡듯 뒤지고, 심지어 냉장고 속 음식물 봉투까지 수색하며, 핸드폰까지 압수했고 개인의 모든 정보를 털어 수사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윤 씨는 경찰이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돈으로 전단지를 제작했느냐며 겨우 7~8만 원의 자금 출처를 찾고, 전단지 원본을 제작한 작가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에 대해서도 ‘배후조정자가 누구냐, 작당 모의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경찰 측에서 자신의 우편물 받는 날짜까지도 파악하고 있었다며 사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어 윤 씨는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 정치적 비판을 한 행위를 경찰이 직권을 남용하여 과잉 수사를 펼치고 있다며 부산 연제경찰서 지능수사팀장인 김 모 경감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하지만 법원으로부터 윤 씨에게 돌아온 것은 이유 없음이라는 기각 통보였다.

이에 항의하여 윤 씨는 5월 15일 부산 연제구에 있는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존경하는 부산의 법조인들에게 질문합니다’라는 제목의 피켓을 세워 놓고 1인 시위를 하던 중 박 모 씨(67세)에 의하여 폭행을 당하였고 박 모 씨는 유죄를 인정받아 벌금 30만 원을 처분 받았다.

윤철면 씨가 지난해 부산 일대에 뿌린 전단지
윤철면 씨가 지난해 부산 일대에 뿌린 전단지ⓒ배인석

문제는 그 보다 앞선 4월 3일 부산지방경찰청 후문에서 “청와대 비선실세+염문설의 주인공 정 모 씨에 대한 의혹 감추기” 등의 내용이 기재된 전단지 100여 매를 살포한 것이다. 부산지방법원은(판사 조승우) 마치 피해자인 박근혜가 세월호 사고 발생 당일 정윤회와 함께 있었고 긴밀한 연인관계인 것처럼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박근혜와 피해자 정윤회의 명예를 각 훼손하였다고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였다. 재판부는 윤 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범행을 비롯하여 여러 범행을 저지르고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고 자신의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을 하나, 이를 빙자하여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공직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각종 범죄를 저지른 윤 씨에 대하여 그에 마땅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한 것이다.

대통령의 7시간은 명예훼손인가

자 그럼 여기까지 하고 이 사건에 대한 의구심을 이야기해 보자. 윤 씨는 이 판결에 대하여 불복하여 항소심과 헌법소원을 할 방침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의혹이 아직 성역처럼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단 말인가? 여러 의혹이 세상에 난무하는 것 자체가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 7시간에 대한 의혹은 대통령인 박근혜 씨에 대한 사생활이라고 볼 수 없다. 알다시피 세월호 특조위에서도 이 7시간의 조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물밑접촉에서도 청와대 조사를 빼면 특조위의 활동을 연장해주느니 아니니 공방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윤 씨가 배포한 전단지에 표기된 문구가 공직자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아님은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재판부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악의적으로 제한하고 범죄인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씨와 정윤회 씨의 염문설 또한 아직은 설일 뿐이고, 역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명백하게 재판부에서 입증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어떻게 입증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한 의혹을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하고 또한 공직자의 공적 업무를 묻는 의문을 개인의 명예훼손이라고 단정지어 힘없는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위헌적이고 폭력적인 판결을 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재판부가 말하듯이 윤 씨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찾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오히려 그는 도가 지나친 수사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법부에 대하여 신뢰할 수 없음을 절감했는지도 모른다. 어찌 잘못을 입증하지도, 깨닫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반성의 여지가 없다고 나무랄 수 있다는 것인가? 또한, 여러 범행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복면금지법이란 악법이 통과되었다면 윤 씨의 여러 범죄 중 또 하나가 옳거니 하고 추가되었을 것이다. 왜 이 나라의 경찰과 검찰 그리고 사법부는 대통령의 얼굴이 나오는 전단지 따위만 보면 깜짝깜짝 놀라며 허둥지둥 되는 것일까? 국민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옹호할 줄 알았더라면 이 사건은 그리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 될 수도 있다. 먼지 털기 식 수사와 가혹한 형법 적용 자체가 배보다 배꼽을 크게 만드는 악의적인 법 집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이미 알고 있는 윤 씨로서는 복면을 하고 이륜차의 번호판을 가리고 시내와 관공서 주변에 전단지를 뿌리고 도주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이 자연스러운 범죄자(?)의 행위에 좀 더 귀 기울였다면 사법부는 대한민국의 자유가 억압된 현실을 오히려 체감했을 것이다.

하물며 대통령의 7시간 잠적과 정윤회씨 염문설에 대한 판결은 비단 윤 씨가 처음이 아니다. 왜 산케이 신문의 가토 다스야는 무죄고 박래군, 둥글이 박성수씨는 유죄인가? 최초에 기사를 썼던 조선일보는 왜 아직까지 아무 탈이 없는 것일까? 이 오락가락하는 재판의 결과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사법부의 현실이 아닌지 되물어야 할 지경이다.

위정자의 통치가 국민의 행복과 알 권리로 흐르고 표현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인권이 되기 위하여 이 마법과 같은 7시간의 의혹은 빨리 제 모습을 드러내야 할 것 같다. 우리에게 인양되어야 할 것은 동거차도 깊은 심해에서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세월호 뿐만이 아니다. 사법부는 주권자를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배인석 화가/한국민예총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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