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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검열을 반대합니다]4. 초인적인 박정희 각하를 만나볼 시간, 연극 ‘해야 된다’
극단 돌파구 전인철 연출가
극단 돌파구 전인철 연출가ⓒ전인철 제공

극단 돌파구 전인철 연출가는 ‘검열 사태’ 관련해서 공연을 만들기로 했을 때 고민이 많았다. 배우 두 명과 자신이 각각 에피소드를 하나씩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지 고민하던 중 페이스북에서 소식 하나를 접했다. 내년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관련 뮤지컬 ‘고독한 결단’(가제)이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제작비만 무려 28억이었다. 해당 뉴스를 접한 그는 “‘어? 이거 못하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어떤 검열이 저한테서 생겼다. 이상했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작품을 검열하는 사람의 입장이 된 것이다. ‘권리장전’ 네 번째 작품인 연극 ‘해야 된다’는 그런 입장이 담긴 작품이다. 작품은 극중 검열 주체인 갤러리 관장, 군대내 검열관의 입장에 서서 오히려 ‘검열을 해야 된다’고 관객을 설득한다.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을 의연하고, 초인적으로 그린다.

‘검열 반대’를 취지로 열리고 있는 ‘권리장전’ 프로젝트의 의미와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검열을 해야 된다’고 말한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한창 연습을 진행 중인 연습실을 찾았다.

연극 ‘해야 된다’는 실제 있었던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그 중 세 번째 에피소드인 ‘초인’은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사건을 재구성 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초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사람들의 증언을 보면 박 전 대통령이 김재규가 총 쏠 때 도망을 가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굉장히 초인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게 많은 사람의 이야기다. 저희는 그 부분을 재구성했다. 어쨌든 뮤지컬이 박 전 대통령의 과실보다 업적을 찬양하는 쪽이 될 텐데, 저도 관객에게 상당히 익숙한 박 전 대통령 죽음이라는 부분을 비하하지 않고, 그를 초인적인 모습으로 그렸을 때 관객들 속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제가 관객입장에서 뭔가를 검열한 것처럼, 관객도 검열이란 것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캐리커처를 그리는 만화가가 갤러리로부터 일방적인 전시 취소 통보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갤러리’와 군대 내 불온서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불온’도 마찬가지다. ‘초인’이 박 전 대통령을 초인으로 그린 것처럼, 두 작품 역시 갤러리 관장과 군대 검열관의 입장에 서서 이야길 한다.

그는 “우리는 관장과 검열관 입장에서 관객을 설득해야 한다. 검열관의 논리들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겸열관의 논리에 ‘어? 이 사람 말이 맞네?’라고 동조하게 되면, 그 관객은 아마 더 화나지 않을까? 그러면 저희 공연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출가가 뮤지컬 ‘고독한 결단’을 제작해도 되는 건지 생각했던 것처럼, ‘저런 공연을 올려도 되는 거야?’라는 관객의 근심이 흘러나와도 연극 ‘해야 된다’는 성공이 아닐까 싶다.

검열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라고 해서 딱딱하고 무겁게 푼 것은 아니다. ‘갤러리’는 10분짜리 ‘콩트’로 풀어냈다. ‘불온’엔 흥미로운 과거와 현재,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 군대에서 있었던 불온서적에 대한 이야기와 로마시대 당시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군 법무관 몇 명이, 군인이 읽어야 할 책과 그러지 말아야 할 책을 나누는 기준이 뭐냐를 가지고 재판까지 간 적이 실제로 있더라. 아마 그때 문제가 됐던 책이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이었다. 군인들 사기를 위해서라는 검열 주체들의 여러 논리가 이 드라마에 나온다. 과거 로마시대 땐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가 금서였다. 이 책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다. 어쨌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노래다. 금서인 이유가 군인들 사기 저하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과거와 현재에 있어서, 군으로 상징되는 어떤 조직, 공동체, 국가가 구성원들을 자기 규율 안에 묶는 사고과정 같은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알아가 보려고 했다.”

‘권리장전’ 프로젝트에 앞서 진행된 ‘킥 오프 파티’에서 공개된 그의 한 줄 성명에 대해서 물었다. 해당 행사에선 검열을 반대하는 연출가들의 다양한 한줄 성명이 공개된 바 있다. 전 연출가는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라는 한줄 성명을 내밀었다. 그는 이 한줄 성명을 생각하면서 연극 ‘해야 된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조직 혹은 국가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 조직의 어떤 이념 같은 것들이 개인보다 우선시 된다. 한국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 교육이나 군대까지 갔다 오면서 조직의 일부분으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상당히 내면화 돼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생각하기 보다는 공동체 혹은 공동체 이익에 내가 복종하거나 그렇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검열 사태도 국가의 어떤 이념이라고 해야 하나? 개인이 희생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상당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 안에서 나 자신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번 작업을 하고 있다.”

연극은 계속 수정되고 보완되는 과정에 있다. 그는 “저희 작품만 따로 놓고 평가를 하기 보다는 20여개 작품이 나오는 ‘권리장전’ 페스티벌 안에 저희 작품이 존재할 때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 한다”며 페스티벌을 통해서 검열의 다양한 결을 체감하길 권했다. 연극 ‘해야 된다’는 오는 6월 30일부터 7월 3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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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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