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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녹취록:드러난 청와대의 ‘세월호참사’ 책임 은폐 시도
전국언론노조 등 7개 언론시민단체가 6월 30일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을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이 전 수석이 김 전 보도국장에게 대통령이 KBS를 봤으니 보도 내용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전국언론노조 등 7개 언론시민단체가 6월 30일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을 압박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이 전 수석이 김 전 보도국장에게 대통령이 KBS를 봤으니 보도 내용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전국언론노조 제공

세월호 참사 책임을 축소·은폐하기 위한 청와대의 언론보도 개입 정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증거물,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했다. 녹취록은 청와대가 '구조'보다 박근혜 대통령 '심기 경호'에 더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과 관련해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조위는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의 적정성, 언론보도의 공정성·적정성 등을 규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 활동을 강제 종료시키려 하고 있다.

이정현 녹취록:적나라하게 드러난 청와대의 '세월호참사' 책임 은폐 시도
"정부를 이렇게 짓밟아서 되겠나"라며 비판보도 자제 요구
"대통령이 KBS 봤다"며 뉴스 편집까지 개입

6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개한 '이정현 녹취록'은 참사 당시 청와대가 언론보도에 개입한 목적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 회피'에 있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관련기사:“대통령이 KBS 봤네~ 아예 다른 걸로 대체를” 청와대 세월호 보도 개입 ‘녹취록’ 공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KBS는 다른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해양경찰 등 정부의 대응 및 구조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뉴스들을 다루고 있었다. 이에 '박근혜의 입'으로 불리던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은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 항의 전화를 한다. 이 전 수석은 "정부를 이렇게 짓밟아 가지고 되겠냐, 직접적인 원인도 아닌데"라며 비판 보도 자제를 요구한다. 정부 책임을 축소·은폐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정현=그러나 지금은 뭉쳐가지고 해야지 말이야 이렇게 해경을 작살을 내면은 어떻게 일을 해나가겠습니까?

(중략)

이정현=저놈들까지 화면 비쳐가면서 KBS가 저렇게 다 보도하면은 전부 다 해경 저 새끼들이 잘못해 가지고 이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이런 식으로 다들 하잖아요, 생각하잖아요.

(중략)

이정현=거기서 솔직히 얘 선장하고 아까 그 뛰어내렸던 배 운영했던 개자식들이 거기서 보트 내려가지고 하시면 되잖아요. 정부를 이렇게 짓밟아 가지고 되겠냐고요 직접적인 원인도 아닌데도.

(중략)

이정현=지금은요, 다 같이 극복을 해야 될 때구요, 얼마든지 앞으로 정부 조질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가 가지고 이런 이런 문제 있으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좀 봐주세요.

- 2014.4.21 김시곤-이정현 통화 녹취록

특히 이 전 수석은 9일 뒤인 4월 30일 통화에서는 '박 대통령이 KBS 뉴스를 봤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달라"고 뉴스 편집에까지 개입한다. 문제가 됐던 보도 내용은 '해경이 민간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 잠수사들 우선 입수를 위해 해군 요원의 현장 투입을 막았다'는 취지의 국방부 답변서였다.

이정현=국장님, 나 요거 한번만 도와주시오. 아주 아예 그냥 다른 걸로 대체를 좀 해 주던지 아니면, 한다면은 말만 바꾸면 되니까 한 번만 더 녹음 좀, 한 번만 더 해 주시오, 아이고. 그래, 한 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 2014.4.30 김시곤-이정현 통화 녹취록

2014년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던 박근혜 대통령.
2014년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던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이는 '구조'보다도 '대통령 심기 경호'에 관심 있는 청와대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다. 참사 당일 청와대가 해경에 'VIP(대통령)'에게 보고할 영상을 달라고 재촉하거나, '370명 구조'라는 해경의 보고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대통령 보고'만 걱정한 일은 2014년 국회 국정조사 때 '청와대-해경 핫라인' 녹취록을 통해 이미 공개된 사실이다.

이 전 수석의 항의 전화에도 정부 비판 보도가 계속 나오자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은 휴일이었던 그해 5월 5일 보도본부장실로 김시곤 보도국장 등을 집합시킨다. 길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해경 비판 보도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다. 이러한 사실은 4일 뒤인 5월 9일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폭로했다.

회견에서 김 국장은 이 전 수석으로부터 '해경 비판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항의 전화를 받은 일도 공개했다. 이번 녹취록은 폭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증거물'이다.


'이정현 녹취록' 파문에 특조위 역할론 재부각

'이정현 녹취록'은 청와대의 참사 책임 축소·은폐 시도 및 언론보도 개입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라 진상조사기구인 특조위의 역할론도 거듭 부각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5조(위원회의 업무)에 따르면 특조위는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 '언론 보도의 공정성·적정성' 등을 조사하도록 돼 있다. 특조위는 이 전 수석과 길환영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참사와 관련한 정부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6월 30일로 특조위 활동이 끝난다고 주장하며 '강제 종료' 시도에 나선 상황이다.

언론노조 등은 "(정부가) 왜 세월호 특조위의 진상규명을 서둘러 끝내려 하는지가 이번 증거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청와대에게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아니라 오직 권력의 안위였다. 공영방송은 권력에 대한 비판, 진실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부속품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진실을 은폐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했던 자들의 책임을 물어 달라"며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한 채 특조위가 막을 내리지 않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조위 활동기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야당들도 이러한 호소에 힘을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녹취록은) 어린 학생들과 교사 등 304명이 희생된 충격적인 참사에서 사태 수습에 전념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해야 했을 청와대가 방송 보도를 무마하기에 급급했던 명명백백한 증거"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를 또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도 "정부는 KBS 보도를 보는 대통령의 불편한 심경보다 세월호 은폐에 급급한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가 더욱 크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이 전 수석의 행태 등 공영방송을 통해 이뤄진 진상 덮기와 여론 조작 행위를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세월호 유가족 및 관련 시민단체는 6월 30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기간 보장과 성역 없는 진상규명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세월호 유가족 및 관련 시민단체는 6월 30일 오후 서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기간 보장과 성역 없는 진상규명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민중의소리

최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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