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박석준의 청춘칼럼] 호국의 고장에서 ‘호구의 고장’으로? 이젠 판을 엎자

드디어 ‘대프리카’의 여름이 오고 말았다. 연일 이어지는 장맛비에, 습한 기운에 짜증이 절로난다. 하지만 대구경북시도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더위만은 아니다. 가뜩이나 동네이미지도 별로 안 좋은데 믿었던 박근혜 정권에 호구 잡힌 탓에 짜증이 제대로다.

제대로 호구 잡힌 첫 번째 사건은 동남권 신공항 유치문제이다. 사실 신공항 건설은 수요예측의 타당성, 대규모 토목공사의 한계를 볼 때 흡사 사대강 삽질 같은 냄새가 모락모락 나지만 이른바 PK와 TK의 정치권과 지자체는 지역 경제 활성화, 청년일자리 창출 등을 외치며 목숨 걸고 싸웠다. “우리가 남이가?”가 아니라 “우리는 남이다!”라며 말이다. 그런데 밀양이니, 가덕도니 계산기를 두드리며 신나게 펌프질을 하던 박근혜 정부는 허무하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을 냈다. 그리고 공약 포기가 아니다, 김해공항 확장이 사실상 신공항라며 특유의 책임회피와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진가를 또 다시 보여주었다.

전면 백지화라는 황망한 결과에 발표 직전까지 밀양유치를 확신했던 대구시, 경상북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와 관변단체들은 ‘집단 멘붕’이 왔다. 이례적으로 정권에 날을 세우고, 납득할 수 없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방방 뛰었다. 하지만 어쩔 텐가? 우리는 대통령님께서 까라면 까라는 만만한 대구경북이다.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 말 한마디면 고개 끄덕이며 대통령의 진심은 확인했다며 정신 승리할 당신들 아닌가? 솔직히 자신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시도민의 분노와 상실감을 제대로 전달할 수는 있을까 싶다. 부끄럽게도 그동안 정권의 나팔수가 돼 실정을 두둔하며 막말을 퍼부은 정치인들 대부분은 대구경북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다. 대통령과 ‘절친 인증샷’ 찍어서 떡하니 걸어놓고 공천만 받으면 당선인데 당연히 지역주민의 삶은 안중에 없다. 그렇게 ‘허구’한 날 대통령에게만 충성경쟁과 친박타령이니 ‘호구’ 잡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칠곡 지역에 붙은 사드 배치 결사반대 현수막
칠곡 지역에 붙은 사드 배치 결사반대 현수막ⓒ박석준 제공

관변단체들이 내건 “사드 결사반대” 현수막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호구 잡힌 대구경북의 또 다른 ‘호구 인증’이 이어졌다. 바로 칠곡 왜관지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최적지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사실 대구(인근) 지역 사드배치설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 유력지역으로 심심치 않게 거론됐고 지난달에는 일본 언론을 통해 대구에 사드배치를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칠곡 왜관이라는 지명까지 거론된 것이다. 언론 보도 직후 지역의 정치권, 시민사회, 언론은 강하게 반발하였고 아이러니하게도 한미동맹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재향군인회, 관변단체의 “사드 결사반대” 현수막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칠곡군을 지나가다 보면 ‘호국의 고장 칠곡’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다는 낙동강 전투가 있던 곳이 바로 칠곡이다. 때문에 수많은 전적지와 기념관이 있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며 해마다 관련 행사를 진행한다. 혹시 그 희생과 정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일까? ‘호국의 고장’ 칠곡은 평생 희생해야 하는 ‘호구의 고장’ 칠곡이 되고 말았다.

물론 사드는 우리 땅에도, 우리 집 앞 어디에도 당연히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칠곡 왜관지역은 논의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가혹한 일이다. 다름이 아니라 사드배치 유력지로 거론되는 왜관은 몇 해 전 미군기지 캠프 캐롤에 고엽제 불법매립 의혹으로 난리가 났던 곳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 5월에는 미군기지 안에서 대규모 폭발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독극물에, 전자파에 이 동네 사람들은 정말 어쩌란 말인가? 이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극혐’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남의 나라 땅에서 생물학전 실험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젓이 하는 미국은 원래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된 이 나라, 이 정부는 도대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5일 오후 경북 칠곡군청에서 사드배치 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사드 칠곡 배치 보도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드 칠곡 배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5일 오후 경북 칠곡군청에서 사드배치 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사드 칠곡 배치 보도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드 칠곡 배치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잇단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홀대와 무시 때문일까?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지역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폭락했다. 물론 그간의 실정과 헛발질에 비하면 아직 40%나 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일편단심이었던 대구경북지역의 정서가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경북시도민들은 선거 때만 되면 표를 구걸하며 자신들을 호구 취급했던 새누리당에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우리 삶을 파탄 낸 근원적 원인제공자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있다.

온갖 꼬드김에 노름판에 앉는 순간 호구는 타짜의 손바닥 안이다. 본전 생각에 한 판, 두 판 할수록 수렁에 빠질 뿐이다. 전 재산을 탕진하고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호구처럼 이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박근혜 정권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면 그것은 정말 노예에 불과할 뿐이다. 더 이상 대구경북은 박근혜 정권의 텃밭도, 호구도 아니다.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판을 엎어야 한다. 대프리카의 뜨거운 여름이 오고 있다. 대구경북시도민의 분노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박석준 함께하는 대구청년회 전 대표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