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사드배치는 사형선고’ 성주군민의 눈물
이전 다음
카드목록
  1. <르포>사드 발표 후 성주, 7일간의 기록
  2. <목소리 1> “엄마·아빠에게는 선택지가 없어요”
  3. <목소리 2> “참외가 죽으면 성주도 죽습니다”
  4. <목소리 3> 학생들의 눈물 “제가 왜 빨갱인가요”
  5. <목소리 4> “배신감이 분노로” 뿔난 성주군민들
  6. <목소리 5> “당해보니 알겠다” 성주군민의 반성
  7. 성주군민 희망을 꿈꾸다
  8. 이 기사의 히스토리
성주 = 옥기원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6-07-20 20:12:17
  • CARD 1/

    <르포>사드 발표 후 성주, 7일간의 기록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서 군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서 군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경상북도 성주군이 들끓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평화롭던 ‘참외의 고장’ 성주가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발표 후 발칵 뒤집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라면 두말없이 OK였던 여권강세 지역에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촛불집회, 1인시위 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요언론에서는 집회의 외부세력 개입, 폭력집회의 모습만 부각하고 있을뿐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진짜 성주 사람들의 목소리는 잘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중의소리>가 지난 일주일간 성주에서 만난 농민, 학생, 학부모, 군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전합니다.

  • CARD 2/

    <목소리 1> “엄마·아빠에게는 선택지가 없어요”

    성주군민 배정하(40)씨가 18일 낮 성주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성주군민 배정하(40)씨가 18일 낮 성주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옥기원 기자

    “우리 아이를 위한 싸움입니다. 선택지가 없어요”

    지난 13일 정부가 사드배치를 발표한 후 배정하(40)씨는 성주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습니다. 18일 낮 성주군청 앞에서 만난 배씨는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사드반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배씨는 “초등학교 1학년과 4살짜리 아이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성주를 물려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성주에 사드가 들어온다면 아이들에게 죄인이 될 것 같았다”며 1인시위를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배씨 뿐만 아니라 성주군민 대다수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반대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미현(26)씨는 가게입구에 사드반대 현수막을 붙이고 지역 주민들에게 회의공간을 제공했고, 주민 배미영씨는 사드반대 배지를 만들어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매일 저녁 성주군청에서 열리는 ‘사드반대 촛불문화제’에는 매일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대한민국 사드반대’를 외쳤습니다.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촛불집회에 온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주민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사드는 절대 안 된다’는 간절한 호소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 CARD 3/

    <목소리 2> “참외가 죽으면 성주도 죽습니다”

    “사드가 들어오면 성주도, 참외도 사라질 겁니다”

    한평생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지은 이희동(53)씨는 정부의 사드배치 발표 후 일손을 놓았습니다. 사드가 배치되면 전자파 문제로 인해 참외 농사가 불가능해져 생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17일 성주읍 내에 위치한 참외 하우스에서 만난 이씨는 맞은 편 성산포대(사드배치 확정지)를 가리키며 “앞으로 없어질 수 있으니 많이 먹어두라”고 말하며 참외 한봉지를 건넸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참외재배 농가들이 성산포대 3km 이내에 빼곡히 분포돼 있었습니다.

    참외 하우스 너머로 사드배치 확정지인 성주 포대가 보인다. 농민들이 뒷산에서 나오는 사드 전자파가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참외 하우스 너머로 사드배치 확정지인 성주 포대가 보인다. 농민들이 뒷산에서 나오는 사드 전자파가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옥기원

    사드가 배치되면 성주참외가 없어진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이씨를 비롯한 농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성주는 뚜렷한 4계절 기온차와 점질토양의 특성 등으로 참외생산의 최적지로 평가됩니다. 성주지역만 벗어나도 참외농사가 잘 안 된다고 농민들은 말합니다. 그리고 열매를 맺게 하려고 벌을 이용해 꽃 수정작업을 하는데 사드 전자파가 나온다면 환경에 민감한 벌의 활동에 영향을 미쳐 참외생산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리가 먹는 참외 70%가 이곳 성주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현재 성주는 농가수의 60%정도가 참외재배업에 종사하고 있고, 유통업, 농자재업, 식당 등 대부분이 참외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참외산업이 위기를 겪는다면 참외재배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성주군민이 생업을 잃을 것이고, 이와 관련된 대부분의 군민들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 국민 역시 국산 참외를 맛볼 기회가 줄어들겁니다. 그래서 “참외 산업의 위기는 성주의 위기이고 우리나라 먹거리 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 CARD 4/

    <목소리 3> 학생들의 눈물 “제가 왜 빨갱인가요”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서 참석한 여학생들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서 참석한 여학생들ⓒ양지웅 기자

    “자발적으로 나온 건데 왜 선동당해서 나왔다는 거예요. 사드 반대하는 게 그리 큰 잘못인가요?”

    19일 저녁 열린 촛불집회에서 만난 성주여고 박모(18·여)학생은 기자와 인터뷰 도중 서럽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드배치 발표 후 일주일간 겪었던 마음의 상처가 느껴졌습니다.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성주 방문 당시 항의집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학부모의 ‘등교 거부 투쟁’으로 인해 집회에 동원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고, 온라인상에서는 ‘선동당한 고등학생’이라며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신상털기 공격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매일 저녁 열리는 촛불집회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했고, 기자들과 접촉을 꺼렸습니다. 언론이 학생들의 이야기를 왜곡해서 전달한다는 불신과 ‘사드배치 반대’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여론 등을 보고·듣고·경험하며 마음속에 큰 상처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성주고에 재학중인 최모(18·남) 학생은 “집회에 참석해 잘못된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로 몰리는 이상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직접 목격할지 몰랐다”면서 “(사드배치 발표 전) 평화로웠던 성주로 다시 돌아가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 CARD 5/

    <목소리 4> “배신감이 분노로” 뿔난 성주군민들

    “벌집을 건드린 겁니다.”

    20일 성주 시내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우미애(37)씨는 일방적으로 사드배치를 통보한 정부·여당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우씨는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한 후 ‘성주 새댁’으로 잘 알려져있는 인물입니다. 성주의 들끓는 여론에 대해 우씨는 “절대 신임을 보낸 박근혜 정부로부터 받은 배신감이 분노로 변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여권강세 지역이었던 성주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성주투쟁위)’에 따르면 20일 현재 탈당신청서를 작성한 군민 수가 800여명을 넘어섰습니다.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에게 탈당을 권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고, 실제로 백철현 성주군의원 등 탈당 의사를 밝힌 정치인도 있습니다.

    성주시내의 한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에 사드 반대 스티커가 붙어있다.
    성주시내의 한 음식점 배달 오토바이에 사드 반대 스티커가 붙어있다.ⓒ옥기원 기자

    성주시내 곳곳에는 수천개의 ‘사드 반대’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도로뿐만 아니라 상점, 개인 차량, 집 등에도 현수막을 만들어 붙이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참외 박스에 ‘사드반대’ 스티커를 붙여 납품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우미애씨는 “성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땅에 사드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성주군민들은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를 하고 있다”면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잘못된 결정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 CARD 6/

    <목소리 5> “당해보니 알겠다” 성주군민의 반성

    “평택 대추리, 강정마을 주민, 밀양 할머니.. 힘겹게 싸우시는 줄 몰랐습니다. 당해보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성주군 선남면에 사는 백재호(44)씨는 19일 저녁에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해 정부에 맞서 힘겹게 싸우는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백씨는 전국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 피해자를 언급하며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300명의 소중한 아이들을 잃었다. 정부는 계속 가만있으라고 하는데 더는 가만히 못 있겠다”고 울부짖었고, 성주군민들은 큰 박수로 호응했습니다.

    실제로 사드배치 발표 직후 ‘성주는 안 된다’의 목소리가 ‘대한민국에 안 된다’로 바뀌는 등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성주군민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촛불집회에서 만난 농민 배윤호씨는 “다른 지역에 이런 고통을 넘겨줄 수 없기에 이 싸움은 성주에서 끝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성주 제일교회 서철봉(52) 목사가 촛불집회 현장에서 교인들과 함께 사드반대 배지를 만들고 있다.
    성주 제일교회 서철봉(52) 목사가 촛불집회 현장에서 교인들과 함께 사드반대 배지를 만들고 있다.ⓒ옥기원 기자

    성주 제일교회 서철봉(52) 목사는 “아픔을 계기로 성주군민이 더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사드 한반도 OUT’이라고 적힌 배지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서 목사는 “사드 발표 후 수십년동안 가져온 정부·여당에 대한 우호적인 생각이 변하는 과정과 군민이 똘똘 뭉쳐서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모습이 성주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면서 “목회자로서 주민들과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CARD 7/

    성주군민 희망을 꿈꾸다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에서 군민들이 집회를 열고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에서 군민들이 집회를 열고 사드 배치 반대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성주는 일주일 만에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생업을 잃을 수 있다’ ‘고향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걱정이 주민들을 모이게 했고, 신성화하던 정부·여당과 싸우게 된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성주군민들은 하나같이 “힘들겠지만,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성주를 지키는 게 우리 가족을 지키고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는 길”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2016년 7월에 만난 성주군민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모두의 희망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 CARD /

    기자를 후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