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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gory Elich] 한국입국을 거부당한 평화운동가, 이현정·이주연씨와의 인터뷰

7월 26일 박근혜 정부는 한국계 미국인 활동가 이현정 씨와 이주연 씨의 한국 입국을 금지시켰다. 이들은 한국의 평화 활동가들과 함께 만나 한반도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 및 다른 평화 관련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현정 씨는 '한국의민주주의및평화를위한연대회의(solidarity committee for democracy and peace in Korea)' 대표이며, 이주연 씨는 평화 활동가다. 나는 두 사람을 만나 그들의 입장을 들었다.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에서 입국 거부되어 환승 구역에 머물게 된 미국의 평화운동가 이현정·이주연씨(왼쪽)
지난달 25일 인천공항에서 입국 거부되어 환승 구역에 머물게 된 미국의 평화운동가 이현정·이주연씨(왼쪽)ⓒ민플러스 제공

질문 :일단 배경부터 들어보자. 이번 한국행을 기획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고 알고있다. 평화투어(Peace tour)에 대해 말해달라.

답변 -이주연:짧게 말하자면 이번 평화투어는 한국 내 미군부대, 기지와 관련해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미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미국은 한반도 분단과 지금의 휴전상황에서 중심 역할을 해왔다. 최근 미군기지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VFP)와 같은 단체가 한국을 찾아 지역민들과 연대하고 공감대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올해 우리의 계획은 평택오산 공군기지의 쥬피터 프로그램(JointUSFK Portal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 JUPITR)의 생물/화학무기 관련성, 군산미군기지의 소음 및 오염 문제, 그리고 사드배치 등에 대한 한국민들의 반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었다. 또 제주에 가서 강정 해군기지 반대 연례행사인 생명평화행진과 코리아 국제 평화포럼에도 참여할 예정이었다. 이번 방문은 4개월 동안 계획한 것이고 당시엔 성주가 사드배치지역으로 선정되기 전이라 구체적 일정은 상황변화에 맞추어 조정할 생각이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교육과 일자리 창출 예산이 축소된 것이 중요한 이슈인데, 따라서 우리는 이번 평화투어를 통해 한반도 사드 배치와 미군기지 확대가 한국과 미국 어느 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오히려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긴장을 증폭시켜 양국 안보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중앙기관'에서 우리에 대한 입국금지를 걸어놨다고 말했다"

질문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상황을 말해달라. 어떤 방식으로 입국금지를 통보받았나? 어떤 설명이 있었나?

답변 -이현정:입국심사대에서 우리를 작은 조사실로 보냈다. 조사실 직원 말이 '중앙기관'에서 우리에 대한 입국금지를 걸어놨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출입국사무소가 '중앙기관'보다 하위기관이라 이유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에게 "한국 출입국관리법 제11조와 12조에 의거해 입국을 금지하며 따라서 본국으로 송환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주며 서명하라고 했다. 우리는 "이 서류만으론 이해가 안 간다. 출입국 관리법 11조와 12조가 무슨 내용인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두툼한 법률 설명서 같은 것을 들고 와 11조를 가리켜 보여주었는데 내용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외국인들의 입국을 불허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안전을 해친다고 여겨지는지 물었다. 그들은 여기에 대해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다음날 저녁 9시에 있는 하와이(이번 여행의 종착지인)행 비행기에 탑승하라고 했다. 그래서 28시간 동안 인천공항 환승 대기지역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번 일정을 같이 하게 되어 있는 평화재향군인회 회원들인 브루스 개그논과 켄 존스가 다음날 저녁 9시에 인천에 도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떠나기 전에 그들을 만나 무사히 입국하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한항공 직원에게 하와이행 비행기 탑승을 좀 늦출 수 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국정원이 우리 입국에 금지를 걸어놓았고 즉각 송환령이 떨어져있는 상태라 연기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현정·이주연씨와 함께 평화투어에 참석하려던 미국인 평화운동가들. 왼쪽부터 윌리엄 그리핀, 브루스 개그논, 캔 존스. 이들은 무사히 입국해 평화투어를 진행했다.
이현정·이주연씨와 함께 평화투어에 참석하려던 미국인 평화운동가들. 왼쪽부터 윌리엄 그리핀, 브루스 개그논, 캔 존스. 이들은 무사히 입국해 평화투어를 진행했다.ⓒ코리아국제평화포럼 제공

질문 :환승대기실에서 마음이 어땠나?

답변 -이주연:내가 기획한 투어였기 때문에 입국이 불허되면서 전체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 것이 제일 걱정이 되었다. 환승지역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아는 한 팔레스타인 친구가 생각났다. 그녀는 공항에 갈 때마다 출입국 심사대에서 수모를 당할 각오를 늘 한다고 했다. 아랍계인들은 비아랍계인보다 억류되고 조사받을 가능성이 세배나 높기 때문이다. 갑자기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황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게 이번 경험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계속 싸워야 겠다는 결의를 더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내 소식을 듣고 많은 한국 활동가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었고, 누군가는 권위주의가 점점 노골화되는 한국 정권 하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데 겪는 '통과의례'로 생각하라는 말도 해주었다.

"사드 배치 반대가 국제적 이슈가 되는 것 막고자 한 것 같다"

질문 :당신들의 경우, 입국 불허 근거로 출입국관리법 11조와 12조를 적용한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다. 방문이 전적으로 평화적인 것이었고, 참여하기로 계획한 행사들은 어쨌거나 진행되는 것들이다. 강제출국의 진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답변 -이주현/이현정:현재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사드 배치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는 사드 체제에 대한 최근 한국 내 저항이 평화활동가들에 의해 국제적 이슈로 불거지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 같다. 한미 당국이 경상북도의 작은 농촌 마을인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주민들이 연일 이에 반대하는 시위와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당국자들을 내려보내 시위를 수습하고 '협상'을 시도하려 했으나 주민들은 이들을 내쫓았고, 사드 배치 철회 외 다른 어떤 타협안도 거부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성주 주민 90%가 박근혜를 지지했는데, 이제 그들은 새누리당 장례식을 치르고 집단으로 새누리당에서 탈당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이웃 국가들도 사드 배치 결정에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는 한 지역포럼에서 한국 외무장관에게 "한중 양국 간 신뢰를 해치는"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었다.

우리 평화투어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한국의 사드 배치 반대 평화운동과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사드를 남한에 배치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결정이며, 그 목적은 미사일방어체제로 중국과 러시아 주변을 둘러싸고,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이 지역의 미군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한국인들로부터 충분한 내용을 파악한 다음, 우리나라로 돌아가 미국 정부가 해외에서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국민의 이름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인들과 미국인들 간의 이 같은 연대가 구축되는 걸 막고 싶은 것이라고 본다. 미국과 한국의 평화운동 간의 연계와 공조가 강화되면 사드 문제에 대해 양측 모두가 힘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로서는 우리가 와서 연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한국 내 사드 반대 운동을 더 대담하게 만들까 두려운 것이다.

성주군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주민들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주군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주민들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구자환 기자

질문 :당신들의 강제출국이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와 박근혜 정부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준다고 보는가?

답변 -이현정:우리에 대한 송환조치는 새로울 것이 없다. 한국에 입국하려다 저지당한 진보운동가들은 우리 전에도 많았다. 올해 5월, 한 한국계 독일인은 1980년 군사독재 시절 수많은 희생을 낸 민중항쟁의 장소인 광주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여하려고 왔다가 입국을 거절당했다. 2012년에는 평화재향군인회 회원들이 제주에 계획된 미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러 갔다가 제주공항에서 저지당했다. 2011년 6월에 한국에 사무소를 연 그린피스의 경우, 지금까지 4명의 그린피스 동아시아 활동가들이 합당한 이유 없이 입국을 거부당했다.

독재자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정권 하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공격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집권 이후 줄곧 반정부인사, 노조, 그외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인 모든 이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해왔다. 2013년에는 야당 국회의원인 이석기 의원을 기소해 투옥시키고 그 다음 해에는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 2015년에는 노동시장 개혁과 박근혜의 신권위주의적 통치 반대 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금했다. 최근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희생된 학생들의 부모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진상규명 활동을 강제 종료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군‘위안부’ 협상과 관련해서도, 지난 12월 (정식 배상이 아닌) 민간 모금액의 지급을 대가로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범죄행위를 해소해주기로 일본 정부와 협정을 맺고는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제로 진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비민주주의적인 정책과 행동은 나열하자면 매우 길다. .

질문 :이번 강제송환 경험이 본인의 정신과 의지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답변 -이현정:내게는 우리 (평화운동) 커뮤니티의 저력을 재확인하는 기회였다. 예상치 못한 후퇴이긴 했으나 다행히도 애초에 이번 투어를 함께 하기로 했던 평화재향군인회 회원들은 무사히 입국했다. 또 한국 친구들과 조직들이 즉각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아 평화재향군인회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통역 등의 지원을 제공하는 등 우리가 없는 빈자리를 메꾸어주었다.

우리가 하와이에 도착하자, 이 지역 활동가 커뮤니티가 나서서 숙식을 제공해주었고 하와이 원주민들의 투쟁에 대해 소개해주기도 했다. 또 미국 전역에서 친구들이 격려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이같이 폭넓은 진보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것을 축복으로 느낀다. 그리고 이는 우리로 하여금 두려움과 주저함 없이 역경을 싸워나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이번 기회로 우리는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싸우는 이들과의 연대 노력을 배가하기로 결심했다.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즉시 미국 내의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조직할 계획이다.

그레고리 일리치 Gregory Elich / 번역 : Voice of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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