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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수 칼럼] 급식비리 터진 충암학원, 면죄부 준 검찰

□ 공소사실 요지

배○○(급식 용역업체 대표, 구속), 이○○(前 급식담당 직원), 신○○(前 학교 영양사), 김○○(前 급식실 조리원), 이++(前 급식실 조리원)은 공모, ‘12.3. ~ ’15.7. 학교에 보관된 5,100만원 상당의 식자재(쌀 957포 3,800만원, 식용유 512통 1,300만원)를 무단반출하여 절도

배○○(급식 용역업체 대표, 구속), 이○○(前 급식담당 직원), 신○○(前 학교 영양사), 신++(급식 용역업체 직원)는 공모, ‘12. 3. ~ ’14. 10. 용역일지를 허위기재하는 수법으로 A학교에 급식 배송원 인건비 1억 5,000만원 상당을 부풀려 청구해 지급받아 사기

서울서부지검이 지난 11일 발표한 충암고 급식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의 일부이다. 주동자 격인 배모 급식 용역업체 대표는 구속되고 나머지 5명은 불구속 기소되었다.

작년 3월 급식비 미납 학생에게 밥 먹으러 오지 말라는 식의 막말로 논란이 된 것부터 충격이었는데, 10월의 서울시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난 급식 실태는 더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은 급식이 모자란다고 불만이었고, 심지어는 식용유가 새까맣게 변하도록 튀긴 음식을 학생들에게 먹게 했다는 발표에 국민들은 경악했다.

2015년 10월 5일 오전 서울 충암 중고등학교 정문에서 이 학교 법-사회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학교 급식 비리를 다룬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2015년 10월 5일 오전 서울 충암 중고등학교 정문에서 이 학교 법-사회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 학교 급식 비리를 다룬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뉴시스

충격1. 쌀포대째로 ‘차떼기’를 하다니... 어떻게 학교에서, 먹거리로 이런 짓을?

2012.3.~2015.7. 충암고와 급식배송계약을 체결하여 배송용역을 제공하던 중, 급식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5,100만원 상당의 급식 식자재(쌀, 식용유)를 탑차에 실어 무단반출하고, 근무하지 않은 배송원이 근무한 것처럼 배송용역비를 부풀려 청구하여 1억5,000만원 상당을 착복한 용역업체 대표를 절도 및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에 가담한 학교 급식담당 직원‧영양사 등 학교 관계자 4명, 배송용역업체 직원 1명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였음.(검찰 수사 결과 발표)

검찰이 발표한, 충암고에서 벌어진 급식 비리의 실상이다. 조금 바꾸어 말하면, 학생들이 먹어야 할 쌀을 창고에서 포대째로, 그 유명한 ‘차떼기’로 빼돌려서 착복했다는 것이고, 학생들 먹을거리를 요리하는 데 쓰야할 식용유를 빼돌려서 학생들은 새까맣게 변할 때까지 재탕삼탕된 튀김 요리를 먹었다는 교육청 감사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근무하지도 않은 인원을 근무한 것처럼 고용 인원을 부풀려서 서류를 조작하여 억대의 인건비를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 바 ‘유령 직원’에 의한 사기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것도 학교에서, 그것도 학생들의 먹을 거리를 가지고 이런 짓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가히 만행(漫行)이라고 하면 이런 것이 만행일 것이다. 그것도 학교의 영양사, 조리사, 급식담당 직원 등 학교 직원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3년 동안 이런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었다.

충격2. 3년이 넘게 반복되어온 범죄를 학교가 몰랐다고?

학교 실운영자(前이사장, 교장, 행정실장)의 관련성에 대하여는 다방면으로 수사 하였으나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음. 사회적 관심도 등을 감안 부장검사가 주임검사를 맡아 수사한 사건으로, 공판에도 수사참여검사가 직접 관여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임.(검찰 발표 내용)

최소 3년 동안, 학교에서, 학생의 먹을거리를 가지고 이런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더 큰 충격은 학교의 실제 운영자들인 전 이사장과 교장, 행정실장 등이 이를 몰랐다는 검찰의 발표이다. 정확하게는 ‘몰랐다’기보다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족벌로 운영되어온 충암학원이 각종 사학비리 문제로 언론에 회자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검찰도 학교의 운영자로 지목한 전 이사장과 행정실장은 부자지간이다. 또 다른 아들은 이전 행정실장이었는데 공금 횡령으로 유죄선고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현재 교감은 행정실장의 부인이며, 다른 친인척들이 학교에 교사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검찰은 애써 사회적 관심도를 거론하며 주임검사가 직접 사건을 맡아 수사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상식으로는 둘 중 하나이다. ‘검찰이 봐주기’를 했든지, 아니면 ‘검찰이 무능’한 것이다.

이 사건과 비교되는 것이 있다. 똑같이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를 담당한 국민의당 박선숙, 김수민 의원의 2억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이다.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켜서 원내 교섭단체가 된 제2야당의, 그것도 2명이나 되는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서 2번씩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나아가 대검까지 나서서 이례적으로 언론에 입장까지 발표하던 그 서울서부지검이 담당한 사건이다.

그런데, 충암학원 급식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는 너무도 무기력해 보인다. 사실 수사가 아무런 결실도 없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강병원 의원과 충암고 급식 문제를 직접 담당한 시민감사관 출신의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등이 직접 나서서 기자회견을 통하여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를 받았던 학교장 등 학교측 관계자들은 검찰 출석 이후 생글생글 웃고 다녔을 정도라고 하니 사학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정말로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추측을 하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인근의 또 다른 사립학교인 하나고 입시 비리 의혹 사건이 똑같은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언론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전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하나고의 입시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 정도면, 정말로 검찰의 의지 부족 또는 능력 부족을 심각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은평구의 지역시민단체뿐 아니라 교육단체들, 나아가 정당들까지 충암학원 급식비리 수사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면서, 이번 수사 책임자의 징계를 요구하는 이유도 이런 것이다.

없음
ⓒ뉴시스

충격3. 교육부의 정치적 술수... 무상급식 때문에 급식 질 저하?

충암학원의 급식수사 결과 발표로 시끄러운, 지난 16일 교육부는 '2015∼2016년 시·도교육청 무상급식 실시현황 분석 자료'라는 것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 학생 대비 무상급식 지원 인원의 비율은 2011년 46.8%에서 올해 67.6%로 증가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 자료를 통하여 무상급식에 대해 "학부모 부담이 경감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무상급식이 오히려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에 의한 급식의 질적 저하 우려가 커지는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지금 시점에서 무상급식이 현재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할 것"이라며 무상급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참으로 아전인수식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충암고의 급식 비리는 무상급식이 적용되지 않는 고등학교에서 저질러졌다. 그러니까, 무상급식이 실시되지 않는 학교에서 벌어진 범죄 행위로 인하여 학생들이 질 낮은 급식을 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초중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면서 급식비가 안정적으로 들어와(학생들이 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 부담) 학교 급식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으며, 교사들 역시 학생들에게 급식비 납부 지도 같은 행정적 업무 부담에서 해방되어 조금이라도 더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학생들 역시 눈칫밥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초등학생도 알고, 교사들도 알고, 전국민이 알고 있는 것을 교육부만 모른 척 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무상급식의 확산을 막아보겠다는 얄팍한 정치적 술수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학생들의 먹는 문제까지 이렇게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그것도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에서 벌이는 거짓 언론플레이에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안타까운 마음마저 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립학교의 이사장 출신이고, 또 집권 여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사립학교의 설립자 또는 이사장 출신들이 여럿 있으며, 사학법인이 이들의 정치적 지지세력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적어도 사학비리, 그것도 학생의 먹을거리를 가지고 자기잇속을 차리는 급식비리만큼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정권의 입장, 정치적 이해가 있을 수 있지만 학교에 벌어지는 급식비리를 편들거나 감추는 것은 어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검찰은 국민적 상식에 반하는 충암학원의 급식 비리 수사 결과 발표를 철회하고 원점에서부터 재수사를 해야 하며, 교육부는 무상급식에 대한 근거 없는 정치적 공세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고, 그래야 어른이다.

김행수 전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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