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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정원은 北종업원들을 어디에 숨겼나
국정원 기획탈북설이 제기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
국정원 기획탈북설이 제기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통일부 제공

정부 당국이 중국 저장성 닝보의 북한식당 ‘류경’에서 ‘집단탈북’했다고 밝혔던 지배인과 종업원 등 13명이 최근 국가정보원 조사를 마치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합동신문센터)에서 나온 것으로 최근 전해졌다. 당국은 “탈북 종업원들이 사회로 나갔다. 모두 같이 살지는 않고 본인 의사에 따라 살 곳을 택해 살게 됐다”라고만 할 뿐 다른 정보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통일부가 관할하는 북한이탈주민지원사무소(하나원)도 거치지 않았다.

당초 이들의 입국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곳곳에서 ‘기획탈북’ 의혹이 제기됐다.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공식 발표가 이뤄진 데다, ‘한류를 동경했다’는 등 탈북 동기가 이례적이라는 점,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근무지 이탈에서부터 탈북 심사, 입국까지 거쳐야 하는 실무적 과정이 매우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점 등에 따른 것이었다.

그동안 보여진 당국의 태도도 매우 이상했다. 탈북 당사자들은 대개 향후 북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데려오겠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신원이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국은 입국 직후 곧바로 언론을 통해 발표했고, 비슷한 시점에 이들에 대한 신상이 인터넷상에 모두 공개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제기한 인신구제청구 사건에서는 재판부가 종업원들을 모두 출석시키라고 명령하자 돌아온 건 ‘북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하다’는 식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언론 플레이와 민변에 대한 종북몰이였다.

이처럼 국정원을 비롯한 당국은 이들에 대한 정보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며 보호센터에 수용해왔다.

하나원에 보내지 않은 채 이들을 사회로 내보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는 기존 탈북자 사회에서도 이들을 배제시키겠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통상 자유의사로 탈북한 이들의 경우 국정원 보호센터에서부터 같은 기수의 탈북자들과 교류를 하면서, 하나원을 거쳐 함께 사회로 나가게 된다. 사회에서도 이들은 지속적인 교류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12명의 종업원들의 경우는 다르다. 이들은 보호센터에서부터 고립된 상태로 조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나원에서 다른 탈북자들과 교류할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이는 통상 위장 탈북 및 간첩 혐의가 의심되거나 고위층일 경우, 즉 법적으로 국가 안보에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던 20대 초반의 여성들이, 당국의 발표대로 ‘자유의사’로 탈북한 것이라면 이들이 국가 안보에 어떤 위험을 준다는 것인지, 그 어떤 창의적인 발상을 떠올려 봐도 도무지 설명이 어렵다.

당국이 그동안 철저한 관리로 은폐했던 이들을 사회에서 외부와 접촉하면서 다른 탈북자들처럼 자유로운 생활을 하도록 놔둘까?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 12명을 자신이 원하는 각지로 보내 살게 했다는 당국의 말은 곧 개별적으로 보호관찰을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한국을 전혀 모르는 그들이 ‘원하는 각지’가 어디인지도 의문이다. 그곳이 국정원이 관리하는 안가(안전가옥)인지, 외부 접촉이 불가능한 다른 미지의 장소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이는 곧 당국이 그들을 서로 알지 못하는 곳에서 떨어져 살도록 했다는 말인데, 자의든 타의든 남쪽으로 내려와 장기간에 걸친 국정원의 압박을 극복한 뒤 다시 서로 의지하며 미래를 도모하고자 했을 그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이것이 과연 ‘자유를 찾아왔다’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우일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북 종업원들에 대한 ‘기획탈북’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민변은 ▲합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보호센터에서 곧바로 사회로 내보낸 것인지 ▲현행법에 맞게 정착지원금을 지급해준 것인지 ▲국정원 안가나 변형된 상태로 수용된 것이 아니라면 이들이 거주하는 곳은 어디인지 등을 확인하는 내용의 구석명 신청을 현재 인신구제청구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에 낼 예정이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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