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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구하기’ 나선 박근혜 대통령, ‘이석수 찍어내기’ 성공하다
29일 사의를 표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서울 청진동 사무실을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9일 사의를 표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서울 청진동 사무실을 떠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우병우 구하기'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이석수 찍어내기'에 성공했다. 대선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제는 완전히 무력화됐다.

'찍어내기' 표적이 된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29일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이로써 이 감찰관은 임명 1년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검찰은 이날 '기밀 누설'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찰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앞서 이석수 감찰관은 지난 18일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과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 우 수석에 제기된 의혹 중 가족회사 '정강'을 통한 세금 회피 및 재산축소,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과 관련된 혐의였다.

하지만 청와대는 다음날 '우병우 구하기'와 동시에 '이석수 찍어내기'에 나섰다. 이 감찰관이 특정 언론에 우 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을 누설했다고 주장하며 공격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이 감찰관을 겨냥, '국기 문란'이라고 맹비난하며 배후와 의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도 전날 이 감찰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럼에도 이 감찰관은 사퇴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 그는 지난 22일 정상 출근을 하면서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의혹만으로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정부의 방침 아닙니까"라고 되물었다. 이는 우병우 수석이 물러나지 않는 상황을 겨냥한 뼈 있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23일 특별수사팀을 꾸리면서 '우병우 라인'으로 꼽히는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감찰관을 동시에 수사하는 팀이지만 공정성과 신뢰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인사였다.

여기에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되자 이 감찰관은 더는 버틸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감찰관은 29일 오후 6시께 서울 청진동 사무실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모로 특별감찰관이라는 자리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압수수색도 있었고 이런 상황에서 제가 이 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수사도 앞두고 있고,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잘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석수 찍어내기'가 성공하면서 특별감찰관은 완벽히 무력화됐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부패 근절'을 위해 도입된 '독립적' 감찰기관이다. 박 대통령도 18대 대선 당시 특별감찰관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자신이 임명한 특별감찰관을 흔들고 찍어내면서 박 대통령 이를 뒤엎은 셈이 됐다. 향후 누가 특별감찰관이 되더라도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박 대통령이 스스로 증명했다.

한편, 검찰은 우 수석 의혹들과 관련해 서울 반포동 소재 가족회사인 '정강'과 서울지방경찰청 차장실 등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검찰은 '정강' 압수수색 이후 '쇼핑백 하나' 분량의 자료만 들고 나오는 등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다란 상자 박스가 즐비하던 일반적인 압수수색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 수석은 여전히 직을 지키고 있다. 민정수석은 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정한 수사를 위해선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우 수석의 버티기는 계속되고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자료사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자료사진)ⓒ뉴시스

최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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