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실종자 수습과 유품 정리를 위해 세월호 선체를 절단하기로 결정했다. 선체 인양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참사의 중요한 증거물인 세월호 선체에 130여개의 구멍이 뚫린데 이어 선체 절단까지 결정돼 참사의 원인 규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전문가들과 선체 정리 방식을 분석한 결과 세월호 인양 후 눕혀진 상태에서 객실 구역만 절단해 바로 세운 후 작업하는 ‘객실 직립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객실 직립방식과 관련해 해수부는 “객실만을 분리해 바로 세운 상태에서 작업을 하면 60일가량 작업 시간이 소요돼 가장 신속하고 안전하게 미수습자를 수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객실 분리 과정에서 화물칸 상단이 절단되지만, 이 부분이 외벽이고 사고 당시 이미 대부분 영상으로 공개된 부분이기 사고 원인 조사 등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족들이 제안한 '수직 진입방식’에 대해서는 객실분리 없이 수직으로 진입해 수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선체가 옆으로 누워있어 작업여건이 열악해 안전사고나 일정 지연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세월호 유가족·특조위 “선체 훼손은 참사 진실 덮으려는 의도” 반발
세월호 유가족과 특별조사위원회는 객실 직립방식에 대한 ‘선체 훼손’과 ‘선체 정리 방식’에 이견을 제기하며 선체 절단 결정을 유보할 것을 촉구했다.
해수부의 객실 직립방식에 대해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현재 객실 부위는 침몰 당시 선미를 중심으로 매우 심하게 파손된 상태로 철골 구조를 제외한 벽체와 천장 판넬은 스스로 지탱할 내구성이 남아있을지조차 의심스럽다”면서 “객실 부위만 크레인으로 들어 올릴 경우 객실이 무너져 내려 미수습자들이 객실 내 잔존물들과 뒤섞이며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족협의회는 “‘미수습자 수습’과 ‘온전한 선체인양’이라는 두 가지 대원칙은 경중을 다질 수 없는 필수적인 전제요건이자 목표”라면서 “정부가 피해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선체정리를 추진하는 것은 향후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특조위도 해수부의 선체 절단 결정과 관련해 “참사의 진실 규명을 덮으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30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수부가) 객실 직립방식을 고집하며 세월호를 절단하는 것은 기기결함 등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선체 정밀조사를 원천봉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소위원장은 지난해 대법원이 세월호 조타기의 이상 작동, 프로펠러 이상 등의 기기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한 상황을 설명하며 “조타실에서부터 선미 끝까지 하나로 연결된 선체를 절단하는 것은 세월호의 물리적 오작동 여부에 대한 조사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육상거치대에 세월호 선체가 도착한 이후의 선체조사·선체정리·선체보존 방안을 원점에서부터 논의하자”고 촉구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특조위는 해수부에 객실 직립방식 결정을 유보하고, 가족협의회 및 세월호 특조위와 공동으로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술검토를 다시 해줄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찬성하고 있는 데다 전문가들이 한 달에 걸쳐 기술적 분석을 한 만큼 더 이상의 기술 검토는 없다는 입장이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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