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청문회] 4486명의 피해자, 참사에 대한 정부-기업-로펌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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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가 밝혀낸 것들
  2. 정부의 책임①:환경부
  3. 정부의 책임②:고용노동부
  4. 정부의 책임③:산업통상자원부
  5. 정부의 책임④:식품의약품안전처
  6. 정부의 책임⑤:질병관리본부
  7. 기업의 책임①:옥시 레킷벤키저
  8. 기업의 책임②:SK케미칼
  9. 대형로펌의 책임:김앤장
  10. 청문회에 대한 평가는?
  11. 이 기사의 히스토리
신종훈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6-09-08 09:17:29
  • CARD 1/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가 밝혀낸 것들

    우원식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 위원장이 9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우원식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 위원장이 9월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2016년 8월 31일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 신고자는 총 4천486명.

    919명에 달하는 생명을 앗아가고 3천567명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이 참사는 정부의 무책임과 기업의 비윤리적 이윤추구가 결합돼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은 지금도 책임 회피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특위)는 지난 8월 29~30일, 9월 2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우원식(더불어민주당) 특위 위원장은 9월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에서 드러난 정부 소관 부처와 가습기 살균제 판매·제조 업체, 대형 로펌 등의 책임 소재 조사 결과를 브리핑했다.

    8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주최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5주기 추모행사 빼앗긴 숨이 진행되고 있다.
    8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주최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5주기 추모행사 빼앗긴 숨이 진행되고 있다.ⓒ민중의소리

  • CARD 2/

    정부의 책임①:환경부

    화학물질 관리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화학물질 사용 등록시 '용도'만 관리했다. '용도'에 맞게 생산되고 사용되는지,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유해성'이 있는지 여부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일례로 가습기 살균제의 핵심 독성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가 '카페트 항균제'로 용도가 신고돼 있었고,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는 '고무·목재 보존제'로 용도가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들 물질이 최초 신고와 달리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됐음에도 유해성 점검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규제가 전무했던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005년 자체 연구용역을 통해 '신규화학물질에 대한 심사가 끝나더라도 용도의 변경 등이 발생하면 재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은 없었다.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정의철 기자

  • CARD 3/

    정부의 책임②: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는 '기업 영업 보호' 명목으로 독성물질 PHMG를 가명으로 관리했다.

    노동부는 PHMG 심사에서 경구독성, 안구 자극성 등 유해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업의 정보보호 요청에 따라 'YBS-WT'라는 가명으로 공표했다.

    정보보호 요청기간인 3년이 지나서도 '가명 관리'는 계속됐다.

    지난 6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제2의 옥시를 막자 손피켓을 들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출범식에서 참가자들이 제2의 옥시를 막자 손피켓을 들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 CARD 4/

    정부의 책임③: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각종 제품을 관리한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에 따른 공산품으로 관리하지 않았다.

    산자부는 기업 측에서 '가습기 살균제는 어느 법령에 의해 관리되느냐'고 문의를 하자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공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공 돌리기 끝에 산업부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가습기 살균제는 아무런 법령에도 적용받지 않는 '무법지대'에서 제조·판매가 이뤄진 것이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제도적 미비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부작위'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CARD 5/

    정부의 책임④: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외품'을 관리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감기, 폐렴 유발균 등 유해세균 제거'라는 허위·과장 내용을 적시한 가습기살균제 '세퓨'를 적발해 처벌하지 않았다.

    아토오가닉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의 문의에 식약처는 "의약적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해선 안 된다"고 답변까지 했다. 그러나 '세퓨'와 마찬가지로 무대응이었다.

  • CARD 6/

    정부의 책임⑤: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질환의 인과관계 규명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 CMIT/MIT(메틸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틸이소치아졸리논)에 대해 '인과관계 없음' 판정을 내린 것이다.

    질본은 이들 물질의 독성이 나타날 수 없는 조건에서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강행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중대한 인명 사고의 원인을 밝혀낼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이 고의로 실험 조건을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질본의 과실은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이 수사에서 사실상 제외되는 결정적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우 위원장은 지적했다.

  • CARD 7/

    기업의 책임①:옥시 레킷벤키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본사는 "RB 본사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RB가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레킷벤키저(RB)는 2000년 옥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의뢰했던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실험 중단을 요구했다.

    ▲2004년 RB 본사가 직접 작성한 가습기 살균제의 '제품안전보건자료(PSDS)의 '유해성 확인사항' 란에 '수증기, 분무 시 호흡기관에 자극을 일으킬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PSDS에 흡입독성이 없다고 표기한 허위의 문서도 만들었다.

    ▲2011년 정부 발표 이후 법적 대응을 위해 서울대·호서대·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국내외 연구기관에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KCL 실험에서 '폐 이외의 장기까지 손상이 온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해당 보고서 수령을 거부했다. 이는 RB 본사 결정이었다.

    ▲옥시가 의뢰한 서울대 실험결과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실험동물 태아에 기형이 발생하고 각종 장기에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 옥시는 관련 데이터와 내용은 삭제하고 유리한 부분만 모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실험에 참여한 서울대 연구원은 "실험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 RB 연구원과 김앤장 변호사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미국 기관에 의뢰한 보고서에도 "폐, 간, 소화기관 등에서 증상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담겨 있었다. 이는 4년 간 은폐됐다. 보고서 표지에 적시된 의뢰자는 '레킷벤키저 그룹 PLC'였다.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아타 샤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운데)가 출석해 앉아 있다.
    8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아타 샤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운데)가 출석해 앉아 있다.ⓒ정의철 기자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아타 샤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운데)가 출석해 앉아 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아타 샤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운데)가 출석해 앉아 있다.ⓒ정의철 기자

  • CARD 8/

    기업의 책임②:SK케미칼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물질인 PHMG와 CMIT/MIT를 개발하고 공급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검찰 조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돼 왔다.

    SK케미칼은 PHMG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로 쓰일 줄 몰랐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용마산업)가 홈플러스에 납품한 가습기 살균제의 항균력 실험을 SK케미칼에 의뢰한 사실이 확인됐다.

    SK케미칼은 CMIT/MIT에 대해선 유해성을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았다.

    SK케미칼은 이들 물질에 대해 "유해성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기준치 이하로 사용해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에 의뢰한 흡입독성 실험 자료를 근거로 들었으나 자료의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실험을 수행한 서울대 교수는 "당시에는 흡입독성 실험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실험이 1994년 10월에서 12월까지 진행됐는데, 실험 도중인 11월에 이미 신문에 가습기 살균제 판매를 광고했다"고 증언했다.

    가습기 살균제 유통업체인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도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책임을 추궁받고 있다.

  • CARD 9/

    대형로펌의 책임:김앤장

    '옥시'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은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위조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앤장'은 지난해 말 '옥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가습기살균제 이용자들의 폐손상이 봄철 황사, 꽃가루, 흡연 등 때문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해 빈축을 샀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앤장 측 관계자는 의원들의 질의에 '변론 중인 부분이라 얘기하기 어렵다'는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하다 퇴장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각종 증거조작 의혹이 제기된 김앤장에 대해 청문회 직후 무혐의로 결론을 내버렸다.

  • CARD 10/

    청문회에 대한 평가는?

    이번에 개최된 '가습기살균제 사건' 청문회는 여러 면에서 '반쪽짜리' 청문회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의 평가를 발표했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청문회 일정 단축 ▲새누리당의 불참 ▲핵심 증인 대거 불참 ▲출석한 증인들의 불성실한 답변 ▲정부기관의 불성실한 태도 등을 지적했다.

    특위는 청문회를 끝냈지만 핵심 증인들이 불참하면서 이들의 증언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특위는 오는 21일 영국 '옥시' 본사를 방문해 라케시 카푸어 회장과 영국 관계 장관, 영국 내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중대비리조사청(SFO) 책임자를 면담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일정부분 성과로 평가되는 부분은 '옥시' 영국본사가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인지·관리했다는 사실이 부분적으로 확인됐다는 점, SK케미칼의 주의 의무 방기가 상당 부분 확인됐다는 점, 가해업체들로부터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 마련 약속을 이끌어낸 점 등이 꼽히고 있다.

    폐 이외의 질환 인과관계를 규명해 3·4등급 판정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피해구제 방안 마련은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책임이 드러난 정부 및 기업, 로펌 김앤장 등에 대해선 향후 검찰 및 감사원 차원의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추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여당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여당의원들이 불참해 자리가 비어있다.ⓒ정의철 기자

  • CARD 11/

    이 기사의 히스토리

    이 기사는 2016년 9월 8일 처음 발행됐습니다.

    신종훈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s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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