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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남 칼럼] 누가 상지대를 부실대학이라 하는가?

2년 전 나는 민중의소리 칼럼 ‘상지대로 돌아온 김문기, 교육부는 답하라’를 통해, 사학비리의 전형이다시피 한 김문기 씨를 상지대학교 총장에서 사퇴시키고 교육부로 하여금 상지학원 이사들의 취임승인을 취소하지 않는 한 상지대의 정상화는 요원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어쩌면 교육부 스스로 그렇게 하리라는 기대보다는 그런 방향으로의 교육운동과 연대를 고대하긴 하였지만, 그 책임이 교육부에 있음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상지대 사태 해결을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상지대 사태 해결을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뉴시스

민주대학으로서의 짧은 평화를 무너뜨리기 시작한 나쁜 가시는 다름 아니라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요지의 200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과 곧이어 ‘사립학교법’에서 신설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2009년 상지대의 정상화, 다시 말해서 종전이사의 지위라는 명목으로 포장되어 자행된 비리재단의 복귀였다. 문제는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배경이 어디에 있는가이다. 시민이 개와 돼지마냥 멍청하고 국회가 무능하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공공성을 팽개친 교육부의 책임과 비교하랴. 분규대학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정이사 선임처분행위를 취소하라는 상지대 구성원들의 저항이 6년만인 2016년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수용되었는데, 이는 죽은 ‘종전이사’를 살려내며 비리재단의 복귀에 눈감은 교육부에 그 책임이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위 파기환송심의 본래 의미는 상지대의 경우 비리재단의 복귀가 현실적으로 차단된 데 있다. 하지만 사립대학의 경우 그 학교민주주의의 주체는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을 규범적으로 다루었고 특히 교수와 학생들이 바로 그 주체임을 다시 확인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의 영속성도 설립자로부터 이어지는 이사의 인적 연속성보다는 정관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몇 해 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에 이미 내포되어 있었다. 특히 파기환송을 판시한 2015년 대법원 상고심에 의하면, ‘사립학교법과 그 시행령과 상지학원의 정관은 대한민국헌법 제31조 제4항에 정한 교육의 자주성과 대학의 자율성에 근거한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의 학교운영참여권을 구체화하여 이를 보호하고 있다고 해석’하였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2두19496, 19502 판결 참조).

죽은 ‘종전이사’를 살려내 비리재단 복귀에 눈감은 교육부

대법원 자료사진
대법원 자료사진ⓒ양지웅 기자

이렇듯 ‘사립학교를 위하여 출연된 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학교법인에 있고 설립자는 학교법인이 설립됨으로써 그리고 종전이사는 퇴임함으로써 각각 학교운영의 주체인 학교법인과 더 이상 구체적인 법률관계가 지속되지 않게 되므로 설립자나 종전이사가 사립학교 운영에 대하여 가지는 재산적 이해관계는 법률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상의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대법원 2014.1.23. 선고 2012두6629 판결 참조) 어떤 고등교육기관이 좋다 나쁘다 또는 정상인지 아닌지 여부는 학교법인의 운영뿐만 아니라 그 대학 소속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와 교육 등을 두루 살펴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느 고등교육기관의 수준을 판단하는 데 교수와 학생을 제외한 채 그 학교법인의 상태만 본다거나, 설립자 혹은 설립자라고 칭하는 사람, 그리고 그로부터 사실상의 영향을 받는 종전이사나 그 추천인사의 행태에만 의거한 채 그 법인의 운영이나 그 대학의 본질이나 경쟁력 등을 판단하면 큰 오류와 왜곡에 빠지게 된다.

그런 오류와 왜곡 가운데 하나가 교육부의 ‘(1주기)대학구조개혁평가’다. 이 조치의 1차 목표는 고등교육입학정원을 양적으로 감축하는 데 있다. 지난 5일 발표한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후속 이행점검결과 발표’에서도 1주기 구조개혁평가를 통해 4만 명이라는 정원감축목표를 초과하여 4만 4천명의 감축실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하고 있는 데에서도 확인된다. 교육부의 목표가 입학정원의 양적 감축에 있다면 그런 목표가 고등교육의 공공성에 부합하는지 부단한 공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며, 더욱이 높은 질의 고등교육이 가능한지와 부합되는 정당하고 객관적·합리적인 규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의 조치는 매우 엉뚱해서, 학령인구의 감축이 예상되므로 입학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만 반복할 뿐이고, 더욱이 정원의 감축보다는 일부 대학을 부실대학이라는 명목 아래 대학의 숫자를 줄이는 데 더 혈안인 듯하다. D와 E등급에 속하는 66개 대학에 대하여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하여 ‘부족한 영역을 개선하고 자율적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지만, 정작 수술을 해야 할 곳은 대학보다는 학교법인의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패하고 무능한 학교법인에 대한 교수와 학생 등 교육주체들의 저항을 부실대학이라는 지을 수 없는 낙인으로 묶어놓아서는 안 된다.

상지대 총학생회가 김문기 총장 퇴진을 촉구하며 총장실 점거 농성을 하는 모습.
상지대 총학생회가 김문기 총장 퇴진을 촉구하며 총장실 점거 농성을 하는 모습.ⓒ민중의소리

민주주의 가시밭길 걸어온 대학에 재정지원 제한이라니

교수와 학생들이 대학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지금껏 제도적으로·사실적으로 막은 채 일방적 운영을 독점해온 학교법인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채, 교육과 연구공동체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교수와 학생들의 권익을 증진시킬 재정지원사업의 기회를 제한하고 국가장학금 수혜와 학자금 대출에서 다른 대학생들과 차별할 근거는 아무 것도 없다. 대한민국헌법은 학교교육의 운영, 교육재정의 기본적 사항은 반드시 법률에서 정하도록 하는데 교육부의 일련의 조치들에서 적절한 법률적 근거를 찾을 수는 없다. 상지대학교를 비롯하여 대학의 민주주의를 향한 가장 힘든 길을 걸어온 몇몇 대학들에게 ‘전면제한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여, 정부재정지원사업을 전면 제한하고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을 일부 제한하는 형틀을 그들의 목에 걸어서는 안 된다. ‘대학민주주의의 이행지수’와 같은 꿈에나 상상할 지표의 도입을 교육부에 요구할 각오는 아닐지라도, 우리는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교육과 연구공동체의 모범적 전형을 일구는 대학의 자율성을 최소한 존중할 필요가 있고 더욱이 그 움직임을 옳게 평가하여야 하고 결코 왜곡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적인 학교제도를 보장하고 일정한 범위에서 사립학교의 운영을 감독·통제할 권한과 책임’을 지는 교육부는 작금의 대학구조개혁평가 등처럼 자신의 부작위와 무능을 교육주체들에게 떠맡겨서는 안 된다. 진정한 대학의 개혁은 잘못이 있는 곳에 그 책임을 묻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지금까지 무소불위로 대학을 운영해오던 학교법인에 고등교육의 부실의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교수와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이제 이런 비겁한 책임전가를 끊어야 함은 당연하고, 어쩌면 그 책임의 근거를 부패나 비리 정도가 아니라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수행할 수 있느냐 여부에서 찾을 때가 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는 부패나 비리의 사유뿐만 아니라 교육의 공공성에 부합하는 고등교육의 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학교법인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이사취임승인을 취소하여 임시이사를 선임해서라도 학교법인의 역할과 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하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에 철저한 학교법인과 교수·학생들이 함께 구축한 대학민주주의와 이에 기초한 가치들이 대학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는 지원하고 그 성장을 지켜볼 일이다.

고영남 인제대 교수, 김해교육연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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