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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욱 칼럼] 한전은 집행문부여 소송을 취하하라
주민에 따르면 조 모(80) 할머니는 이날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차량을 막으며 시공업체 직원들과 몸싸움을 한 후 현장에 서 있다가 탈진해 쓰러졌다.
주민에 따르면 조 모(80) 할머니는 이날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차량을 막으며 시공업체 직원들과 몸싸움을 한 후 현장에 서 있다가 탈진해 쓰러졌다.ⓒ청도송전탑 반대주민

2014년 7월 21일 새벽, 한전과 경찰 수백 명이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를 침탈하여 강제공사를 벌였다. 마을 한복판에 345,000v 송전철탑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 때부터 철탑을 다 세울 때까지 할매와 주민들, 연대자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공사차가 드나들 때마다, 한전과 시공업체와 부딪히며 아수라장을 겪었다. 고착, 체포, 연행, 구류, 부상, 응급실후송 등이 다반사였다. 숱한 충돌은 각종 실정법 위반이 되었다. 가장 흔하게는 업무방해, 충돌 시 생긴 시비 때문에 상해, 공동상해, 그 외에도 공무집행방해, 건조물침입 등이다. 그 결과 이십여 명이 팔십 여건의 기소를 당해 지금도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일심판결 대부분은 벌금이고 총액은 수천만원에 달한다. 이게 삼평리 송전탑 반대투쟁의 현재 상황이다. 그런데 한전은 이것도 모자랐다. 2014년 3월 1일 공사방해시 1일 20만원이라는 가처분을 받은 것을 구실로 집행문부여라는 민사소송을 끄집어냈다. 그 재판 항소심이 2016년 8월 24일 있었는데, 대구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기계적으로, 무자비한 판결을 했다. 완전히 한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문 주문은 이렇다.

“피고 빈00, 배00, 백창욱, 정00, 박00은 2014. 3. 1부터 2014. 7.20 까지 142일 동안, 피고 이00, 김00, 이00, 이00은 2014년 4.16부터 2014. 7. 20 까지 96일 동안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의 금지명령을 위반한 바, 원고에게 피고들의 위 방해기간에 대하여 1일당 20만원의 간접강제금, 즉 피고 빈00, 배00, 백창욱, 정수근, 박동인에 대하여는 각 28,400,000원(142일×200,000원), 피고 이00, 김00, 이00, 이00에 대하여는 각 19,200,000원(96일×200,000원)의 각 강제집행을 위하여 원고에게 집행문을 부여한다”

원고는 한국전력이고 피고는 삼평1리 주민과 할매이고 연대자들이다. 재판부는 한전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여, 평생 땅만 보고 살아온 농부들과 연대자들에게 철퇴를 가했다. 연대자는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와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다. 이들 모두에게 총액 218,800,000원, 약 2억2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린 것이다.

청도송전탑 반대주민들이 마을복지회관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
청도송전탑 반대주민들이 마을복지회관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청도송전탑 반대주민

여든 먹은 할매들이 무슨 잘못을 했나

이 사람들이 어떤 방해활동을 한 것일까? 96일 동안, 또는 142일 동안 피고들이 매일 공사장에 진치고 한전이 공사 하려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은 것인가? 턱도 없다. 공사방해자는 사람이 아니라, 장승과 망루이다. 삼평리에 평화를 간절히 바라는 심정으로 세운 장승이 공사를 방해한 주인공이다. 2014년 3월 1일, 장승세우는 행사에 모인 수백 명의 시민 중에, 한전이 가처분대상자로 지목한 사람 중에, 사진에 나온 주민과 연대자들이 장승을 세운 장본인이라고 하여 졸지에 이행강제금의 대상이 된 것이다. 움막도 할매 세 사람이 올라가서 인증사진 한 장 찍은 게 전부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들이 움막을 설치한 자들과 서로의 행위를 용인 및 이용하면서 원고의 공사를 방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고 판시했다.

생각해보라. 여든이 가까운 할매들이 무슨 역량으로 누가 세웠는지, 언제 세웠는지도 모르는 망루설치를 용인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한전의 증거수집방법은 저열했다. 그들이 직접 현장에서 공사방해 장면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 지역매체의 보도와 사진을 캡쳐해서 자신들의 증거물로 써먹은 것이다. 말하자면 96일이든 142일이든 이 기간동안 한전 직원들은 삼평리 현장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으니 공사를 진행할 리가 없고 그러니 공사를 방해할 건덕지도 없었다. 그리고 장승과 망루도 한전과 경찰이 침탈한 2014년 7월 21일에 순식간에 철거됐다. 그렇게 간단하게 철거해 버리는 상징물이 무려 총액 2억 2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내게 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뭐라고 해야 할까. 엎친 데 덮친 격도 모자라 뒤통수를 후려친다고 해야 할까. 삼평리 주민들은 한전의 무도한 철탑공사 때문에 2009년부터 8년째 고통을 겪고 있다. 가장 큰 고통은 마을로 철탑공사가 들어왔을 때인 2012년 여름이다. 이 때는 연대자들의 도움없이 송전탑을 반대하는 마을주민들 홀로 싸울 때이다. 할매들은 한전이 고용한 멧돼지같은 용역깡패들에게 깊은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2014년 7월 21일, 한전과 경찰 수백 명이 삼평리를 침탈하여 강제 철탑공사를 벌일 때이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마을 한복판에 고압적으로 서 있는 철탑을 매일 보고 견디는 것도 힘든 일이다. 또 철탑이 들어선 까닭에 농토는 은행대출도 안되고, 그래서 재산권행사도 할 수 없는 땅이 돼버렸는데, 공사방해 책임까지 뒤집어써서 한전에게 이행강제금까지 물어주라는 추상같은 명을 받은 것이다.

도대체 이 판결은 무슨 뜻인가? 앞으로 정부가 하는 사업에는 일절 반대를 해서는 안된다는. 저항하면 탈탈 털릴테니 끽소리 말고 가만있으라는 경고인가? 게다가 연대자들에게도 이행강제금을 물린 것은, 괜히 어설프게 정의니 연대니 하면서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니 일이나 잘 하라는 메시지인가?

한전은 변호사라는 법전문가를 내세워서 현행 법과 제도가 보장하는 여러 법적수단들을 행사해 왔다. 2014년 6월 11일 있었던 밀양의 행정대집행을 본 따서 대체집행이라는 송사를 제기했다. 그 대체집행 심리가 2014년 7월 25일이다. 한전이 기습침탈한 7월 21일 그 주간의 금요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알게 된 것은 디데이는 7월 21일인데, 하지도 않을 대체집행이라는 수단으로 법을 우롱하면서 우리의 시선을 분산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공사방해시 하루 이십만원이라는 가처분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으면서, 기어이 집행문부여 송사로 주민과 연대자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운 것이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도로로 나와 주민을 에워싼 후 고립시키고 있다.
한국전력 직원들이 도로로 나와 주민을 에워싼 후 고립시키고 있다.ⓒ구자환 기자

한전은 아무 죄가 없는 것인가?

나는 이 판결문을 접하면서 성경에서 늘 보는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이 떠올랐다. 율법을 문자그대로 적용해서 민중들을 정죄시한 당대의 지배엘리트들. 로마제국과 헤롯괴뢰정권에 눌려서 발거 벗겨지는 민중들의 삶과 한숨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철면피들. 예수는 그들에게 심판을 넘어서 저주선언을 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아! 위선자들아! 너희에게 화가 있다!” 라고. 문장마다 마침표가 아니라 느낌표다. 표현의 강도가 매우 심하다는 뜻이다.

예언자들도 부르짖었다. “어찌하여 너희는 나의 백성을 짓밟으며, 어찌하여 너희는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을 마치 맷돌질하듯 짓뭉갰느냐? 만군의 하나님이신 주님의 말씀이다.”(이사야 3:15) 맷돌질에 짓이겨지는 콩을 보았는가? 아래위맷돌 무게에 콩은 액즙이 된다. 지배자들의 학대와 수탈이 얼마나 심하면 민중들의 고통을 맷돌질에 비할까.

한전은 철탑공사가 끝나갈 무렵, 늘 해 오던 수순인지, 미안해서인지 공사가 끝난 후에는 주민치유화합행사를 하겠다고 선전을 했었다. 그 염불은 공사가 끝나자마자 썰물 빠져나가듯이 빠져나가면서 헛소리였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리고 집행문부여 송사를 악착같이 물고 늘어짐으로 그들이 말하는 치유화합이 반대주민들의 재산권을 압박하고 심적으로 괴롭히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한전은 집요하게 반대주민들의 행위를 물고 늘어지는데, 그럼 한전은 아무 죄가 없는 것인가? 아무 죄가 없어서 남의 죄를 묻는데 온 힘을 쏟는 것인가?

한전의 죄는 이렇다. 애초에 송전탑건설을 위한 입지선정이나 노선결정에서 지역주민들을 배제한 죄. 주민설명회나 공시공람을 지극히 요식적으로 한 죄. 주민들의 지중화요구를 거부한 죄. 2012년 여름 철탑공사 때 할매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안긴 죄. 2014년 7월 21일 이후 철탑공사를 폭력적으로 진행한 죄. 철탑을 지으면서 주민들의 행복권, 생활권, 재산권을 침해한 죄. 철탑공사 때문에 주민들이 찬반으로 갈려서 남남이 되게 한 죄. 마을지원금으로 마을공동체를 파괴한 죄 등이다. 이런 죄들이 실정법에 저촉하는지 안 하는지에 관계없이 한전은 삼평리에 천추에 씻을 수 없는 상흔을 남겼다. 한전은 이 죄를 어찌 갚을 것인가? 양심이 있다면 더 이상 삼평리 주민들을 괴롭혀서는 안된다. 연대자들은 무슨 죄인가? 이웃의 고통을 보고도 모른 척 하는, 약삭빠르지 못한 죄인가?

한전이 삼평리주민들과 연대자들에게 집행하려는 2억 2천만원이,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쌍용차 노조에 청구한 손해배상금 46억원이나 해군이 제주강정마을에 청구한 구상권 34억 5천만원에 못 미친다고 해서 분노와 부담과 고통이 더 적은 것이 아니다. 한전은 진정 삼평리 주민들에게 미안하고, 치유하고 화합하기를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즉각 집행문부여 소송을 취하하라. 그것이 같은 하늘, 같은 나라에서, 같은 동족으로 부끄럼없이 사는 길이다.

백창욱 대구 새민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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