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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여자배구의 부자 동생과 가난한 형
한국 여자배구대표 선수들이 16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3세트를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16.08.17.
한국 여자배구대표 선수들이 16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2016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3세트를 승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16.08.17.ⓒ뉴시스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리우 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런던올림픽 4위를 했던 여자배구 대표팀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선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한국이 네덜란드전에서 패한 이후 박정아 선수가 검색어 1위를 할 정도로 네티즌들은 박 선수의 리시브 범실에 큰 책임을 물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여자배구의 4강 탈락이 온전히 박정아 한 사람만의 잘못인가는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중국 여자배구는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습니다. 중국의 랑핑 감독은 결승전에서 세르비아를 3-1로 꺾은 뒤 “어린 선수들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랑핑 감독의 말을 배구협회, KOVO 는 뼈속 깊이 새겨들어야 합니다. 중국은 이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착실히 준비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과감한 투자를 했습니다.

기자는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에 대해서 그리 희망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하는 김연경 선수도 은퇴를 할 것이고, 그때는 올림픽 본선 진출은 커녕 예선전조차 통과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실패를 놓고 배구협회와 KOVO의 책임전가 논란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입니다. ‘내 탓 보다는 네 탓’이라는 느낌입니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배구 선수들의 연령은 많은 편에 속합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배구 대표 세터 중, 가장 나이 많은 세터가 한국의 이효희 선수입니다. 38세이지요. 배구 선진국에서 이효희 선수 나이 정도면 현역에서 은퇴하여 코치를 할 나이입니다. 네덜란드 조반니 귀데티 감독은 이 선수의 프로필을 보고 놀랐다고 외신은 전했습니다.

이것은 분명 이효희 선수의 잘못은 아닙니다. 여자 프로구단 6팀에서 가장 잘한다고 해서 출전한 선수가 이효희 선수입니다. 어찌보면 런던올림픽 이후,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지 못한 한국배구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부자 동생과 가난한 형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번 리우 올림픽의 여자배구에 5억 원의 포상금을 책정했습니다. 4강 진출에 1억 원, 동메달에 2억 원, 은메달에 3억 원, 금메달에 5억 원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바깥의 온도는 달랐습니다. 배구인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어차피 메달을 딸 가능성이 희박한데 포상금 5억 원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KOVO가 5억 원의 포상금을 내 놓을 정도라면, 지난 런던 올림픽이 끝나고 4년간 아낌없이 그 돈을 지원했어야 옳았다는 지적입니다.

올해 3월경 신원호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V-퓨처(future) 펀드에 지원할 예산이 없다.”고 밝힌적이 있습니다. V-퓨처(future) 펀드가 무엇입니까? 배구협회가 국가대표팀 지원을 위래 만든 순수 모금 운동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여자대표팀을 적극 지원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입니다.

V-퓨처 펀드가 만들어지자, 현대캐피탈 정태영 구단주가 5천만원을 기탁했습니다. 최태웅 감독도 나섰습니다. 이상열 경기대 감독도 동참했습니다. 모금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KOVO는 싸늘했습니다. KOVO는 지난해 12월 KBSN SPORTS와 5년간 2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는데도 말이지요.

방송사와 꽤 많은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정작 KOVO는 V-퓨처 펀드에 도움을 주는 것에 달가와 하지 않았습니다. 부자(KOVO)인 동생이 가난한 형(배구협회)을 박대한다는 애기가 들려왔습니다.

유소년 배구를 육성한다는 KOVO가 V-펀드에 지원할 예산이 없다는 신 총장의 말은 앞 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두고 배구협회의 관계자는 “배구의 룰도 모르는 ‘비전문가’가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총장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블랙 코메디”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신 사무총장은 KOVO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고급 승용차와 운전 기사까지 제공 받고 있지요. KOVO의 인사권 까지 쥐고 있습니다.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김수지(오른쪽), 이재영 선수가 19일 오전 서병문 배구협회 회장의 축하를 받으며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6.08.19.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김수지(오른쪽), 이재영 선수가 19일 오전 서병문 배구협회 회장의 축하를 받으며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16.08.19.ⓒ뉴시스

요즘 사회적으로 배경좋은 사람을 가리켜 '금수저'라도 부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신 사무총장은 구자춘 총재가 KOVO총재에 취임하면서 사무총장으로 데리고 온 낙하산 인사입니다. 사실 KOVO만 놓고보면 사무총장의 억대 연봉과 대조되는 게 심판들의 처우 문제입니다. 퇴직금도 없고 4대보험도 없는 계약직입니다. 배구관게자들은 한 지붕 밑에 ‘금수저와 흙수저’를 보는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얼마전 남경필 경기 지사는 ‘금수저’ 이미지가 강하다는 질문에 “금수저가 문제가 된 것은, 그 수저를 갖고 자기만 퍼 먹었기 때문”이라면서 “혼자 퍼먹지 않고 금수저를 들고 어려운 사람을 배려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리더십을 롤 모델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번쯤 KOVO도 상행하효(上行下效)하기를 바랍니다.

고교 감독들의 반발에 부딪친 학교 지원금 비율 조정

지금까지 기자는 ‘KOVO 비판’을 쓴 셈입니다. 이제부터는 유소년 배구의 실태에 대해서 써 볼까 합니다. 어떤 배구 관계자 분이 “고교가 선수 장사하는게 아니냐”고 합니다.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유소년 배구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자 프로배구의 경우 고교 선수와 입단계약을 할 때 구단은 해당 선수의 출신 학교에 라운드에 따라 연봉의 100%에서 200%까지 학교지원금 명목으로 발전 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지원금 전액을 출신 고등학교에 지급하였으나 지난 시즌부터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하여 총액의 70%는 출신 고교, 20%는 출신 중학교, 10%는 출신 초등학교에 사용하는 것으로 지원 비율을 조정하였습니다.

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고등학교와 초중학교 지원 확대를 위해 지난 8월 31일에는 한국배구연맹, 여자프로구단 그리고 고교 감독들이 모여 추가적인 비율 조정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지원금의 규모가 작아지게 되는 일부 고등학교 감독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금년도에도 전년과 같은 사용비율을 유지키로 결정했습니다.

가까운 중국,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의 배구 저변은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난 런던 올림픽의 4강 진출과 리우 올림픽의 8강진출은 기적에 가까운 결과물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부 고등학교의 학교지원금 비율 고집이 과연 옳은 처사인지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합니다. 뿌리가 말라버린 나무에서는 아무리 줄기에 잎이 풍성하고 꽃이 피어도 그 열매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면, 초, 중, 고교 배구의 발전을 위하여 구단과 KOVO 측도 학교 지원금을 대폭 인상해 어린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배구의 꿈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김연수 전문기자 ace@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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