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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의 미술이야기] 인류도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

뉴스를 보지 않았는데도 경북지역의 지진 피해 소식을 듣게 되었던 날. 올 여름 유독 길었던 폭염의 잔상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이 밀려왔다. 유쾌하고 흥미진진했던 KBS드라마 <태양의 후예> 몇 회였던가. 드라마 속에서 지진이 발생하고부터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채널을 돌렸다. 군인과 의사의 만남을 극대화 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던 재앙이 이렇게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다니. 그날 밤, 결국 이불을 걷어차고 책상에 앉아 책 한 권을 찾았다. 머릿속을 맴도는 여섯 번째 대멸종기. 작년 가을, 이정모 선생님(현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의 강의를 통해 알게 되었던 생명의 역사.

‘공생 멸종 진화’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46억년 전에 생겨난 지구. 지구에 생명이 생긴 지 38억년이 되었고, 종으로서의 인류가 생겨난 지 20만년이 되었다. 인류가 생겨나기 전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기가 있었는데 대멸종기의 공통된 특징은 당시의 최대포식자를 포함한 70~95%의 종이 멸종한다는 것이다. 이정모 선생님의 말을 빌려 설명하자면 “95%가 멸종했다는 것은 100마리 가운데 95마리가 죽었다는 뜻이 아니라, 100종류 가운데 95종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기의 산소농도가 달라지고 화산이 터지고 땅이 움직이는 갑작스러운 환경변화가 그 원인이다. 다섯 번째 대멸종기의 최고 포식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룡. 공룡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인류라는 새로운 종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멸종의 속도는 38억년 생명의 역사를 통 털어 가장 빠르다. 특히 1945년 최초로 시도된 핵 발전 실험을 기점으로 새로운 세기(과학자들은 ‘인류세’라는 새 지질연대기를 주장 중이다)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 우리는 여섯 번째 대멸종기를 살고 있고, 지구의 최대포식자다.

이는 1999년쯤 많이 들었던 세기말 종말론이 아니라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연과학이다. 어제도 경북 경주에서는 지진이 있었다. 한반도의 지진은 지난 12일 이후 지금까지 현재 진행 중이다. 더불어 그것은 역사 속 기록으로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이렇게 또 과학 공부가 시작되는 것인가.

엊그제 미국에서는 지름 14미터의 거대한 싱크홀(sink hole)이 생겨났다. 땅 속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끌어 쓴 결과 물이 사라진 빈 공간이 무너져서 생기는 구멍이란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도심 한가운데서 불쑥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싱크홀로 인해 비료공장의 오염수 저장 장치가 파손되었고,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 8억여 리터가 유출되었다. 식수원까지 오염될 가능성이 있어 인근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유례없던 세계적 폭염과 열대야. 썩어버린 강물에서 발견되어 우리를 놀라게 했던 큰빗이끼벌레. 지구는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인간들의 욕망은 타협을 모른다. 인류의 종말은 가능해도 지구의 종말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달한다. 큰빗이끼벌레와 같은 새 생명들이 생겨나 사라져버린 종들의 빈 공간을 차지하겠지. 지구는 그렇게 변화하며 46억년 전부터 존재해왔으니까. 환경 변화의 심각성은 인류의 존속이 위태롭기 때문인 것이지 지구로서는 큰 문제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지구의 대대적인 환경변화가 두통이 아닌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코 앞에 다가 온 걸까.

여러 가지 생각과 함께 밀려왔던 그림 한 장을 나누고 싶다. 실체 없이 어두운 머릿속에 큰 고래가 헤엄쳐 간다. 그들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 사라져가는 걸까. 고래의 옆구리에 깊숙하게 박혀있는 작살 때문에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 기린과 코뿔소, 그리고 나무들… 저건 거북이인가, 개와 고양이도 있겠지… 디지털 화면을 아무리 확대해도 보이지가 않는다. 원화를 보고 싶다. 간절한 마음. 저 곳이 바로 코스모스(COSMOS)구나. 한 번 보면 가슴이 시려 잊지 못하는 이 그림 한 장에 우주의 이치가 담겨있다.

We are leaving you 우리는 당신들을 떠난다
We are leaving you 우리는 당신들을 떠난다ⓒ최병수 작가

자연의 순리와 재해 앞에서 그 일부인 인간은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스스로 멸종을 앞당길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한반도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규모 7.0의 대지진 발생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원전이 있는 지역에서 대지진이 발생하면 2차 대형사고로 연결될 위험이 너무나 확실한데 핵발전소가 가동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대로 가다간 현재 존재하는 대다수의 생명체들과 함께 인류도 지구에서 사라질 수 있다.

박민희|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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