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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10년을 넘긴 라이브 클럽 하나 갖기 어려운 나라

지난 10월 4일 수요일 또 하나의 공연장이 문을 닫았다. 서울 홍익대학교 앞 라이브 클럽 타(打)가 운영을 중단한 것이다. 지난 2006년 6월에 문을 열었으니 10년만의 일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클럽 타는 10년만에 문을 닫았다.

인디 신의 성장에서 뺄 수 없는 ‘클럽 타’

지난 10년동안 계속 서교동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타의 무대에 서고, 객석을 채웠던가. 클럽 타는 홍대 앞에 라이브 클럽이 지금보다 적었을 때 문을 열어 수많은 뮤지션들과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여느 라이브 클럽들처럼 지하의 공연장이었고 크지도 않았지만 타는 좀 더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있었다. 객석의 한 켠에는 자연스럽게 앉을 수가 있었고, 뮤지션들에게는 짐을 풀고 쉴 수 있는 대기실이 있었다. 무대는 작았지만 스태프들은 성실했고 또 부지런했다. 그 곳에서 홍대의 뮤지션들은 제 집처럼 공연을 했고 관객들은 환호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추모 공연과 공감하고 싶어요 공연, 라이브 클럽데이 공연을 비롯한 인디 신의 주요한 공연에서 타는 빠진 적이 없었다. 그 사이 타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많은 이들은 제각각 다른 공연으로 타를 기억했고, 어쩌면 늘 그 자리에 있는 풍경처럼 타가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라이브 클럽 타
라이브 클럽 타ⓒ클럽 타

하지만 지난 10년의 시간은 클럽 타에게만 흐르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홍대 앞은 이제 젊은이들로만 붐비는 동네가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리는 동네가 되었다. 이른바 홍대 앞이라고 불리는 지역 역시 계속 확장했다. 홍대입구 전철역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하철역이 되었고, 건물 임대료는 계속 올랐다. 상승한 임대료를 견디다 못한 홍대 앞의 라이브 클럽 가운데 몇몇이 먼저 사라졌다. 그 사이 인디 신에서는 여러 스타가 탄생했다. 홍대 앞을 거점으로 했던 인디 신에서는 밴드 음악만이 아니라 포크, 팝을 비롯한 장르들도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한국 대중음악 산업에서 인디 신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해외로 진출해 각광을 받는 인디 뮤지션까지 생겨났다. 대중음악 페스티벌도 늘었고 음악을 듣기도 훨씬 편해졌다.

홍대의 경관을 만든 라이브 클럽, 홍대를 떠난다

하지만 클럽 타는 결국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되었다. 문화평론가 강내희 선생은 ‘건물을 세워놓고 십년을 가꾸면 경관이 되고, 경관을 백년 넘게 보존하면 풍경이 되며, 풍경이 천년을 견디면 풍토가 된다’고 말했는데 클럽 타는 이제 막 경관이 되었을 때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클럽 타가 문을 닫게 되면서 라이브 클럽 FF와 타, Gogos 2가 한 블록 안에 있는 경관은 이제 사라졌다. 그 골목을 지나면서 한 번이라도 타를 찾은 적이 있었던 이들은 타의 자취를 더듬고 타의 부재를 낯설어 하다가 그조차도 서서히 잊게 될 것이다. 이 망할 놈의 나라에서는 무엇 하나 오래 가는 것이 없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소비자는 대체로 무력하다. 자본만이 펄펄 살아 욕망을 부추기다가 급기야는 제 살을 파 먹을 때가 되어서야 도와달라며 뻔뻔하게 손을 내민다. 홍대 앞에 라이브 클럽들이 들어와서 홍대만의 경관과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니 반한 사람들이 몰렸는데 사람이 몰리니 임대료가 오르고 라이브 클럽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라이브 클럽들이 떠나고 문화공간들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가게들이 들어오면 홍대 앞은 홍대 앞으로 남을 수 있을까? 홍대 앞을 홍대 앞이게 했던 공간들이 사라지고 나서도 사람들은 홍대 앞을 찾을까?

클럽 타의 마지막 공연 일정표
클럽 타의 마지막 공연 일정표ⓒ클럽 타

문을 닫을 무렵 클럽 타의 임대료는 월 7,000,000원이었다고 한다. 타에서 가장 높은 토요일 대관료가 100만원이었으니 토요일 대관이 매달 가득 차고, 금요일과 일요일 대관 역시 한 두 번 빼고는 비는 날이 없어야 겨우 낼 수 있는 금액이다. 거기에 음향과 조명 및 운영 스태프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하려면 주말에는 늘 대관이 차고, 평일에도 대관이 많아야 한다. 그런데 이제는 홍대 앞에 공연장들도 늘었고 밴드 음악의 인기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홍대만의 풍경이 사라지고 유동인구가 많아지니 가장 먼저 홍대를 찾았던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홍대 앞을 찾지 않고 이태원이나 연남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래저래 밴드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라이브 클럽을 운영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만약 밴드 음악 대신 힙합 음악을 하거나, 춤추는 클럽으로 바뀌었으면 클럽 타는 운영을 계속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다른 묘수가 있었을까.

하지만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왜 라이브 클럽이 계속 라이브 클럽으로 남아 있지 못할까 하는 단순한 사실이다. 시대가 바뀌면 유행도 바뀐다지만, 그래서 그 흐름에 맞춰 운영을 잘해야 하는 것이 자영업자의 숙명이라지만 이 모든 변화가 단지 클럽을 운영하는 몇몇이 감당해낼 수 있는 일인지, 그래서 그들의 책임으로 귀결되어도 되는 일인지 정말 모르겠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왜 우리에겐 10년을 넘긴 라이브 클럽 하나 갖기가 이리도 어려울까. 얄팍하고 얄팍해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나라. 이미 날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나라.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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