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동안 뒤엉킨 매듭··· 백남기 농민과 경찰 그리고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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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남기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불신
  2. ‘애도’는 했지만 ‘사과’는 안 했다
  3. 경찰은 ‘애도’보다 ‘부검’이 먼저였다
  4. 차벽 위 경찰들은 진짜 보지 못했을까?
  5. “지금 ‘증거인멸’하는 겁니까”
  6. 문제는 ‘신뢰’야 이 바보야
  7. 이 기사의 히스토리
옥기원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6-10-08 12:03:07
  • CARD 1/

    백남기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불신

    이철성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자료사진)
    이철성 경찰청장 인사청문회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11개월’

    경찰총수가 백남기 농민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애도의 뜻을 전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이 한 마디가 나오기까지 참 긴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새로운 경찰청장이 부임했고, 당시 현장 책임자들이 승진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관련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유족들이 경찰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매듭이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달 25일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세상을 등졌다.

    지난 11개월 동안 한 농민을 사망까지 이르게 했던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및 살수차 운용지침 등에 대한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경찰은 불법폭력시위 대처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경찰청 국감에서도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 커지는 경찰에 대한 불신. 지난 11개월 동안 얽히고설킨 백 농민 문제의 매듭은 언제쯤 풀릴 수 있을까.

  • CARD 2/

    ‘애도’는 했지만 ‘사과’는 안 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백남기 농민과 유족에게 ‘애도’의 뜻을 밝혔다. 백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11개월 만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을 백 농민 사건에 대한 ‘사과’는 아니었다.

    백남기 사건에 대해 경찰은 계속해서 ‘애매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 경찰청장은 6일 국감에서도 백 농민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얼마 후 “(백씨가) 경찰 물대포 의해서 희생됐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씨는 물대포에 의해 희생됐다. 경찰이 책임져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김 의원이 조문을 하지 않은 경찰의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 경찰청장은 “경찰 관계자 7명이 고소·고발을 당했고, 현재 민형사상 소송이 계류 중이어서 조문을 못 갔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쏟아지는 의원들의 지적에 백남기 사건이 “2년전에 발생했다”고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과 함께 조문을 가자”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제안에 이 경찰청장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그간 답변을 반복했다.

    형식적인 애도 발언만 더해졌을 뿐 “사람이 죽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건 옳지 않다”는 전 청장의 입장을 현 청장의 입으로 다시 확인한 셈이다.

    김영호 의원은 사건 발생 후 경찰 부적절한 대응 문제를 지적했다. “백 농민이 쓰러진 후 경찰 수뇌부가 위로방문을 가고,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을 하고, 임종 후 조문을 갔더라면 사건이 이렇게까지 확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뒤얽힌 상황을 풀기 위한 경찰의 최우선적인 조치가 경찰청장의 조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 CARD 3/

    경찰은 ‘애도’보다 ‘부검’이 먼저였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 (자료사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물대포로 한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경찰은 애도를 표하기 전에 부검부터 논했다. 정확한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국민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백 농민이 피를 흘리고 쓰러진 장면을 봤지만, 경찰은 “(백씨가) 경찰 물대포 의해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작년 민중총궐기 이후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증폭됐다.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차벽과 물대포에 짓밟혔다. 이후 수많은 집회 참가자가 경찰에 소환됐고, 처벌을 받았다. 집회·시위 참가자에 대한 경찰의 삐딱한 시선은 경찰에 대한 불신, 분노를 낳았다. “경찰이 부검을 통해 다른 사인을 덮어씌우려 한다” “경찰 등의 외압으로 백 농민 사망진단서가 ‘병사’로 기록됐다” 불신과 분노는 의혹으로 번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백 농민 부검과 관련해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법원에서 한차례 기각되고, 발부 당시에도 유족과 협의하라는 조건을 단 부검영장을 기간 내 집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유가족들은 절대 가해자 경찰에 부검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충돌이 불가피한 부검을 하지 말 것을 권유했지만, 이 경찰청장은 “검토해보겠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대다수 여론이 “부검을 강제 집행되면 더 큰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지만, 경찰이 부검 집행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가 뭘까?

  • CARD 4/

    차벽 위 경찰들은 진짜 보지 못했을까?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을 당시 CCTV 영상. 충남 9호차 아래 경찰차벽 위에 경찰관 다수가 백 농민이 쓰러진 것을 볼 수 있을 상황이었다.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을 당시 CCTV 영상. 충남 9호차 아래 경찰차벽 위에 경찰관 다수가 백 농민이 쓰러진 것을 볼 수 있을 상황이었다.ⓒ박남춘 의원실 제공

    “경찰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씨를 보고도 방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근거는 박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광주 11호차 CCTV 영상에 담겨있다. 영상에 따르면 당시 경찰차벽 위에 수많은 경찰이 있었고, 경찰관들은 백 농민이 쓰러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지난 4일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에서 “살수요원들이 소방호스 교체를 위해 자리를 비워 백씨가 쓰러지는 장면을 아무도 볼 수 없었다”는 김정훈 서울청장의 답변과 상반된다.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관이 쓰러진 분을 보고도 못 본 척 할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의 주장처럼 경찰이 백 농민의 부상 상황을 보고도 방치했다면 해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백 농민의 부상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CARD 5/

    “지금 ‘증거인멸’하는 겁니까”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일 오후 5시부터 8시30분까지 경찰 내부의 상황보고서(상황속보)가 사라졌다. 왜 하필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고 병원에 실려 가기까지의 시간대의 상황속보가 사라졌을까.

    앞서, 이철성 경찰청장은 해당 상황속보가 열람 후 파기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상황속보 1보부터 20보까지가 법원에 제출돼 있는 사실을 지적했고, 경찰은 뒤늦게 6페이지 분량의 상황속보를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상황속보는 1보부터 9보까지 누락돼 있었고, 백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기 전후의 상황이 담긴 14보부터 18보까지의 보고서도 빠져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사라진 상황속보에 백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을 당시 경찰 내부 정보 등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우 의원은 “경찰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계속해서 은폐하고 감추려 한다”면서 “사건의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 백남기 특검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혹은 감출수록 더 커지는 법이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이 경찰청장은 “(상황속보를) 파기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왜 하필 백 농민이 쓰러지기 전후 시간대의 상황속보만 파기됐을까? 일각에서는 백 농민의 부상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상황속보를 고의로 파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 CARD 6/

    문제는 ‘신뢰’야 이 바보야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농민청문회’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뒤로 백남기 농민 장년 백도라지 씨가 참석해 앉아 있다.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농민청문회’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 뒤로 백남기 농민 장년 백도라지 씨가 참석해 앉아 있다.ⓒ정의철 기자

    “백남기 유족들은 왜 부검에 반대할까요?”

    “가족 입장에서 아버지 신체에 손상이 가해지는 걸 바라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찰을 못 믿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사건이 조작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물대포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사건이 조작될까봐.”

    지난 6일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과 이철성 경찰청장이 부검 논란에 대한 질문하고 답한 내용이다.

    경찰이 백남기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진상을 숨기는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부검 집행 논란까지 더해서 시국사건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라는 게 백 의원의 설명이다.

    11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은 발생 초기에서 멈춰있다. 사건의 가해자이자 피의자인 경찰의 수사도 국민의 불신만 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야당의원들은 특검을 도입해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백 농민 사건에 대한 특검 요구안을 공동으로 발의한 상태다.

  • CARD 7/

    이 기사의 히스토리

    이 기사는 2016년 10월 8일 처음 발행됐습니다.

    옥기원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o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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