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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순 칼럼] 화학사고 현장엔 환경부가 없다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사무국 (사)일과건강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형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환경부 소속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하반기부터(7.1) 2016년 상반기(6.30)까지 접수·조치한 화학사고 상황보고서」를 분석하였다. 분석결과는 2015년 상반기 화학사고 50건을 분석한 결과보다 더 나빠져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화학사고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희생자 고(故) 김명천, 김연숙 씨의 추모제 및 기자회견에서 김명천 씨의 딸 김미란 씨가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희생자 고(故) 김명천, 김연숙 씨의 추모제 및 기자회견에서 김명천 씨의 딸 김미란 씨가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분석대상 사고건수는 총 103건으로 인명피해는 총 87명(사망7명, 부상80명)이며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61건(59.2%)으로 가장 많고 화물운송 23건, 연구실험실사고 12건 이었다. 또한, 발생형태로는 누출사고가 72건(70%), 폭발 20건, 화재 7건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 18건, 경북 9건, 충남6건, 인천/전남 5건, 경남 4건 등이었다.

일과건강은 화학사고신고, 초기대응, 주민통보, 사고원인현황 등으로 구분으로 2015년 상반기 화학사고와 비교분석하여 몇 가지 문제점과 개선대책을 제안한다.

화학사고대응 골든타임 30분, 여전히 꿈같은 다른나라 이야기

화학사고에도 효과적인 대응으로 큰 사고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이 있다. 환경부는 ‘골든타임 30분지키기’를 강조하면서 사고 최초 발생에서부터 30분 이내에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화학사고 분석결과 사고대응은커녕 현장까지 출동하는데만 1시 30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초기대응 문제점이 제기되며 대책마련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났지만 이번 조사결과에서 상황은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사고발생 후 관계기관에 신고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3분으로 지난해에 비해 7분 줄었으나 접수 후 환경부소속 대응팀이 현장출장하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시간으로 20분이 늘어 화학사고 발생부터 환경부 대응침 현장출동시간까지 1시간 43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골든타임 30분은 아직 멀었다.

없음

절반 이상의 화학사고 현장엔 환경부가 없다

전체 화학사고의 40%만이 화학사고 전문대응기관에 의한 현장대응이 이뤄진다.

전체 103건의 화학사고 중 절반 이상인 57.3%에 해당하는 59건의 사고는 해당지역 소방관과 경찰관, 지자체 공무원들의 사고대응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조사결과 환경부소속 전문대응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학물질안전원, 7개 지역(한강유역·낙동강유역·금강유역·영산강유역·원주지방·대구지방·새만금지방)환경청, 6개 산단지역(시흥·서산·익산·여수·울산·구미)의 화학재난합동방제센터가 직접 출동하여 현장수습과 대책활동을 진행한 것은 44건(42.7%)에 그쳤다. 59건(57.3%)의 사고는 유선 상으로만 보고받고 상호 기관끼리 상황전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된 초기대응이 이뤄지기 어렵다.

안타까운 사실은 환경부가 직접 출동하지 않고 유선상으로만 대응하는 비율(57.3%)이 작년 조사결과(40%)보다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없음

또한,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부실한 사고보고서 내용이다.

103건 중 40건의 사고보고서는 사고일시, 장소, 접수시간만이 있고 피해상황 및 사고분석에서 확인 중으로만 표시되어 있다. 세부적인 화학사고 원인 및 수습현황, 개선내용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1년이 지나도록 확인 중이고 추가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금의 화학물질안전원의 운영은 개선되어야 한다.

이런 식의 엉터리 사고조사보고서를 가지고는 계속되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사고 발생 시 주민에게 사실을 알린 사례 1건도 없어

작년 상반기 50건의 화학사고 중 단 1건도 없었던 “화학사고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인근 지역주민을 대피시키거나 행동지침을 고지하는 등의 사업장 위해관리계획서 상 사업주 의무사항 이행”은 이번에도 없었다. 보고서 상 103건의 사고 중 단 1건도 주민들에게 통보한 사실이 없었던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여러차례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주민들과 불통되고 있다. 사고시 주민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적절한 대피가 중요함에도 통보시스템이 없다보니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는 사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자체마다의 화학사고시 비상대응메뉴얼을 화학물질알권리조례나 현행 재난안전관리법 상 세부규정을 보완하여 시급히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사고소식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언론보도 비율, 더욱 낮아졌다.

그나마 사고소식을 알게 되는 언론보도 비율, 2015년 상반기 50건 중 26건(52%)의 사고가 단 1개의 언론에 조차 보도되지 않았었다. 이번 조사결과는 앞으로 언론의 역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전체 103건 중 1개 언론에라도 보도된 건수는 29건(28.1%)에 그쳤다.

없음

근본적인 사고원인을 찾아야 재발방지대책 마련할 수 있다

매년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은 사고원인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파악하여 분류하고 있다. 시설관리 미흡, 작업자 부주의, 운송차량 사고로 구분한 통계는 매번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시설관리 미흡이 47건(45.6%(47건)으로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되었고 33%(34건) 작업자 부주의, 사람의 실수를 그 다음 원인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운송차량 사고가 21.4%(22건)을 차지한다.

없음

산업단지 노후설비에 대한 제도개선대책이 필요하다.

일과건강은 사망1명, 부상 21명이 인명피해를 입힌 2014년 7월 31일 전남 '여수해양 조선소' 노후가스통에 의한 암모니아 누출사고를 계기로 노후설비 개선대책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2014년‘주요산단 화재,폭발,누출 사고은폐현황 설명회’를 통해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서 설비수명에 맞게 제때 교체되지 못하고 수시로 보수점검되지 못하는 것이 사업장 현장문제임을 제기하였다.

당시 정부는 사고 3일만에 정부기관 합동으로‘30년 이상된 전국노후설비 정밀실태조사계획’을 발표하였다. 2014년 노동부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300여개 사업장에 대한 1차 조사를 실시한 이후 2년이 지나도록 어떤 내용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계획되었던 조사를 마무리하고 대책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특히나 우리나라가 이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밝혀진 이상 근본적인 법제도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실천하길 촉구한다.

그해 12월 일과건강은 국회의원실과 공동주최한 산업단지 노후설비실태와 개선대책 토론회에서 제도개선 방안으로‘산업단지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제정을 요구한 바 있다.

사고의 원인을 사람의 실수, 부주의에서 찾는다면 근본적이지 못하다.

화학사고 중 33%가 작업자 부주의로 분석되면 재발방지를 위한 원인찾기를 시작조차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작업자 실사가 주요 원인처럼 보이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바라보는 안전에 대한 관점으로 본다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안전’이라 함은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하더라도 사고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수사는 오로지 작업자 중 누구의 실수가 더 많은가를 찾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면 누구나 제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바로 그것은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하는 시스템적 원인을 찾는 것이다.

미국환경청(EPA)는 근본적 원인을 찾아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작업자의 실수는 훈련 부족의 결과일수도 있고, 표준작업절차(SOP)가 부적절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콘트롤 시스템의 디자인이 잘못된 결과일 수도 있다. 장치의 오작동은 보수가 잘못된 결과일 수도 있고, 설계당시와 다른 조건에서 운전한 결과일 수도 있고, 공정에 부적절한 소재나 원료를 사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 전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으면, 근본적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사고의 원인을 디자인과 공학적 조치, 정비보수와 감독, 완화조치 및 장치, 경고 장치, 훈련과 절차, 인간 요인이라는 6가지 시스템적인 분석을 통해 조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사방법은 당연히 인적, 물적 비용이 더 든다. 6가지 요인 중 마지막 인간요인이 덜 근본적인 것이라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사고원인의 대부분을 인간요인, 작업자 실수로 단정하고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나머지 5가지 요인을 찾는 노력은 너무나도 부족하다.

앞서 제기했듯이 정부기관의 보고서라고는 믿기 어려운 이와 같은 부실한 조사보고서는 근본적인 사고원인을 찾기 어렵다. 그러면 사고는 재발되고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사고예방의 기본을 무시한다면 희망은 없다. 개선을 촉구한다.

달리는 시한폭탄, 화학물질 운송차량에 대한 제도개선대책이 필요하다.

화학사고 중 21.4%가 화물운송차량에 기인한다는 것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을 언제든 갖고 있다.

때문에 환경부도 작년 화학물질 운송 개선대책을 마련을 한다며 관련단체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간담회에서는 운반 차량운전자의 피로누적 원인을 불규칙한 운송날짜와 운송시간 등으로 몇 시간씩 대기한다거나 촉박한 운송시간 등으로 안전한 운송을 책임질 수 없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되었다.

또한, 유독물인 화학물질 운송은 일반화물과 다른 관점에서 정책이 필요하며 화학물질 운송차를 지입차가 아닌 화학물질을 운반하려는 사업장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총괄하는 시스템도입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이후 후속사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제도개선마련은 어느 정도 추진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조속한 대책마련과 시행을 촉구한다.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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