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하지 마!” 대놓고 국회 무시한 박근혜정부의 국감 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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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근혜정부 국감 증인들, 노골적인 ‘국회 무시’
  2. 고대영 KBS 사장 “답변하지 마!”
  3. 이기동 한중연 원장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
  4. 박명진 문예위원장 “여담이라 ‘미르’ 발언 삭제”
  5.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수사 중이라 답변 못 한다”
  6. 이철성 경찰청장, 백남기 관련 상황속보 “파기했다”→“파기한 줄 알았다”
  7. 최성준 방통위원장 “국회법 잘 몰라서 불참”
  8. 이 기사의 히스토리
남소연 기자 최종업데이트 2016-10-12 21:00:10
  • CARD 1/

    박근혜정부 국감 증인들, 노골적인 ‘국회 무시’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문을 연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우여곡절 끝에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증인으로 나선 박근혜 정부 피감기관장들이 연일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빈축을 사고 있다.

    이전부터 문제가 된 성의 없는 답변과 부실한 자료 제출은 어김없이 반복됐다. 이에 더해 피감기관장들의 노골적인 '국회 무시'로 인해 국감은 파행을 거듭했다.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지 마"라는 지시로 부하 직원의 입을 막은 피감기관장이 등장했다. 핵심 내용을 누락시킨 허위자료를 제출하는 불법을 저지른 피감기관도 있었다.

    증인으로 나선 기관장의 말썽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질문을 받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 화장실에 가는 '돌발행동'도 모자라 야당 의원을 겨냥해 "새파랗게 젊은것들"이라고 비난한 것이 발각돼 한바탕 소란도 벌어졌다.

  • CARD 2/

    고대영 KBS 사장 “답변하지 마!”

    “답변하지 마!”

    고대영 KBS 사장이 정색하며 부하 직원에게 반말로 지시했다. 고 사장의 목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생중계됐고, 순간 국정감사장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10월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김인영 KBS 보도본부장에게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세월호 참사 보도 개입'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대뜸 고 사장이 나서 "보도본부장은 보도 책임자인데 이런 것을 적절치 않다"며 "기사가 나갔느냐, 안 나갔느냐 직접 묻는 것은 언론 자유의 침해 여지가 있다"고 맞섰다.

    질문을 던진 유 의원은 황당해하며 "지금 저에게 훈계, 훈시하는 것인가. 보도본부장에게 물었다"고 김 본부장의 답변을 촉구했으나, 고 사장은 "답변하지 마!"라며 부하 직원의 답변을 차단했다.

    고 사장의 어이없는 행동에 야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하며 정회를 요구했고 국정감사는 잠시 파행됐다. 속개 이후 해명에 나선 고 사장은 "언론인으로 살아왔고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다 보니 표현이 과했다"며 유감을 표했으나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0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웃으며 답변하고 있다.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0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웃으며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 CARD 3/

    이기동 한중연 원장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이번 국감을 통해 온 국민에게 본인의 존재감을 몸소 알렸다.

    국정감사 도중 답변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화장실로 뛰쳐나간 이 원장은 '새파랗게 젊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것이 너무나 분통이 터졌던 모양이다.

    9월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은 각종 돌출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국회의원을 '선생님'이라고 수차례 호칭하고 대부분의 질문에 소리치며 답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심지어 답변하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신체상의, 화장실을 잠깐만"이라더니 유성엽 교문위원장(국민의당)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더 큰 파문은 이 원장이 화장실에서 돌아오고 나서부터 시작됐다. 더민주 신동근 의원은 이 원장에게 화장실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추궁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신 의원이 "(이 원장이) 보좌관에게 '내가 안 하고 말지.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못 해먹겠다'고 하는 것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이 원장에게 "그냥 기자들에게 한 말이라고 해명하라"고 귀띔하는 모습까지 방송으로 공개돼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해당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다가 이후 "제가 나이를 먹어도 부덕하다"며 인정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9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던 중 화장실을 가고 있다.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9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던 중 화장실을 가고 있다.ⓒ뉴시스

  • CARD 4/

    박명진 문예위원장 “여담이라 ‘미르’ 발언 삭제”

    "마음대로 회의록을 삭제하면서 자료 제출하면 국감을 뭐 하러 하나."

    좀처럼 큰 목소리를 내지 않던 더민주 도종환 의원이 호통쳤다. 도 의원이 입수한 회의록은 45쪽인데, 피감기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이보다 14쪽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최근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미르재단의 강제 모금 정황이 담긴 내용을 삭제하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서슴없이 불법을 저질렀다.

    10월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 의원은 문예위 회의록 중 민감한 내용이 담긴 부분이 누락된 채 국회에 제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 의원은 "내부 자료와 (국회에 제출한 회의록을) 비교하게 됐는데 14페이지 정도를 삭제하고 줄이고 덜어내고 허위로 축소해서 제출했다"고 폭로했다.

    문예위가 삭제한 회의록에는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460억 원을 내는 것으로 해서 (미르재단이) 이미 굴러가는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선 실세에 이어 청와대까지 재단의 모금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미르 재단의 실체를 밝힐 중요한 단서 중 하나였다. 이러한 모금 행위에 대해 '자발적'이라고 강변한 정부의 해명과 달리 모금의 강제성을 재확인시켜주는 자료인 것이다.

    그러나 답변에 나선 박명진 문예위원장의 태도는 당당했다. 박 위원장은 "(해당 발언은) 여담이었고 실무자들이 안건과 상관없어 삭제했다고 한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유성엽 교문위원장(국민의당)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유 위원장은 "(삭제된 회의록을 제출하는 것은) 허위자료를 낸 것으로 범죄행위다. 가벼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0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0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CARD 5/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수사 중이라 답변 못 한다”

    "검찰이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관계자들의 '유행어'가 된 말이다. 이번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적극 활용했다. 그는 "수사 중이라 답하기 어렵다"는 말로 자신을 향한 모든 의혹을 갈음하기로 마음먹은 태세였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된 핵심 당사자 중 유일하게 여야 합의로 채택된 증인이다.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 부회장 입으로 모든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이날 "수사 중인 사항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말만 거듭했다. 야당 의원의 질문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도 같은 답변 태도로 일관했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전경련이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용역 프로젝트를 준 적이 있지 않나. 이 부회장은 '본인이 낸 아이디어로 내가 방안(재단 설립)을 만들고 통과됐다'고 했는데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구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답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두 재단의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최근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석상에서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 발목을 비틀었다고 했다. 누가 발목을 비틀었나"라고 질문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변론 기회를 줄 요량으로 "야당은 청와대가 주도해서 두 재단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주도했나, 이 부회장이 주도했나"라고 물었으나 이 부회장은 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자 장내에서는 한때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불성실한 답변이 이어지자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정도껏 해야지"라며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여당 내 일부 의원들도 이 부회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왜 국회가 전경련 부회장을 여기 출석시켜서 저렇게 오만한 답변을 듣고 있어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석에 앉아 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석에 앉아 있다.ⓒ정의철 기자

  • CARD 6/

    이철성 경찰청장, 백남기 관련 상황속보 “파기했다”→“파기한 줄 알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위증에 따른 벌이 중하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언감정법) 14조에 따르면 위증을 했을 때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15조에 따르면 고발 조항도 있다.

    이 청장은 10월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듭 증언을 번복해 논란이 됐다.

    이날 이 청장에게는 쏜 물대포를 맞아 사망에 이른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당시 초기 상황속보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상황속보는 집회·시위 현장 상황을 경찰 내부에 시간대별로 전파하는 내부 보고서다.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은 상황속보를 30분 단위로 총 20보까지 작성했다. 해당 자료는 법원에도 제출됐다.

    그러나 이 청장은 야당 의원들의 상황속보 제출 요구에 "당시 보고서를 열람하고 파기했기에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기존에는 지면으로 했었는데 최근 문자로 대체해 보고서 자료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에 더민주 김정우 의원은 경찰청이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공개하면서 "30분 단위로 작성한 상황속보를 1보부터 20보까지 법원에 제출했는데, 이것을 파기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라며 이 청장의 거짓말을 질타했다.

    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추궁에 경찰청은 뒤늦게 상황속보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이 청장은 "(경찰 규정에) 상황보고서는 열람하고 파기하는 것이 원칙이라 (상황속보를) 파기한 줄 알고 있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경찰로부터 받은 상황속보는 6페이지 분량의 '반쪽짜리' 보고서였다. 더욱이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기 전후의 상황이 담긴 보고는 빠져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이 청장의 발언 번복에 강하게 반발하며 정회를 요구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행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유독 이 시간대 상황속보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해명"이라며 "고의 은폐시도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10월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10월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 CARD 7/

    최성준 방통위원장 “국회법 잘 몰라서 불참”

    "XXX 계시나요"

    국정감사가 시작된 첫 주, 국회 본청 복도에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누리당이 국감 일정을 모조리 거부하는 '보이콧'에 들어가고, 이정현 대표가 단식투쟁에 막 접어든 시점, 9월 27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개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기관증인들이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미방위원장은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이었기에 회의가 정식으로 개의되지는 못했지만 기관증인이 나오지 않은 것은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이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신 의원이 기관증인들에게 불출석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개의시간에 맞춰 자리에 있던 야당 의원들은 "기관 증인을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일부 의원은 국정감사장 복도에 나가 기관증인들을 호명하며 찾아 나섰다.

    증인들은 20여 분이 지나서야 하나둘 슬그머니 나타났다. 그러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오전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재홍 방통위 부위원장은 "정식회의 전에는 국정감사장에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털어놨다.

    오후 감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출석한 최 위원장은 "국회법을 잘 몰라 잘못 판단했다"고 변명하며 "국회 안에 있기는 했지만 출석을 안 한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증인출석 통지를 받고도 불참한 최 위원장은 국회를 무시하고 모독했다.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정의철 기자

  • CARD 8/

    이 기사의 히스토리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2일 처음 발행됐습니다.

    남소연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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