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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이 “파기했다”던 상황속보 입수 “백남기 물대포 맞아 부상, 뇌출혈” 기록 담겨
경찰이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작성한 ‘상황속보 25보’에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차고 치료 중”이라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경찰이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작성한 ‘상황속보 25보’에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차고 치료 중”이라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민중의소리

경찰이 “파기했다”고 주장한 작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상황보고서(상황속보) 전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상황속보에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차고 치료 중”이라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 ‘명확한 사망원인 규명’을 이유로 부검 집행을 밀어붙이고 있는 경찰이 처음부터 백 농민이 상해를 입은 경과를 명확히 파악·기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18일 <민중의소리>가 단독입수한 ‘11.14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상황속보’에 따르면 총 26보로 구성된 해당 문건에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상황과 서울대병원으로 호송,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치료 중인 상황 등이 시간대별로 기록돼 있었다.

‘상황속보’란 각종 집회·시위 시에 현장 상황을 시간대별로 전파하기 위해 만든 경찰 내부 보고서이다. 민중총궐기 당시에는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과 소속 경찰관 8명이 현장의 정보관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해 30여분 단위로 상황속보를 만들었고, 이는 경찰청장, 경찰청 차장, 경비, 수사, 교통국 등에 전파됐다.

정치권과 언론 등이 경찰에 해당 상황속보 공개를 지속해서 요구해왔지만, 경찰은 ‘상황속보는 열람 후 파기가 원칙’이라는 이유를 대며 해당 문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민중총궐기 상황속보 파기·은폐 이유가
백남기 농민 사망원인, 경찰청장 위증 감추려?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작성한 상황속보 18보에 ‘19시10분 SK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이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구급차로 호송 조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작성한 상황속보 18보에 ‘19시10분 SK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이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구급차로 호송 조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민중의소리

백남기 농민의 부상 상황은 민중총궐기 당일 오후 8시에 배포된 ‘상황속보 18보’에 처음 등장한다. 18보에는 ‘19시10분 SK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이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구급차로 호송 조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오후 8시를 전후해 해당 상황속보가 전파된 것을 고려했을 때 현장 정보관을 비롯한 경찰 관계자들은 백 농민의 부상 상황을 오후 8시 이전에 확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지난 6월 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백 농민의 부상 사실을 “9시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백 농민의 위독한 상태는 오후 9시에 전파된 20보에 더 세세히 기록돼 있다. 20보에는 ‘백남기 농민이 47년생이고 전남 보성 출신이라는 것과 서울대병원에서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치료 중’이라는 상황이 명시돼 있다. 오후 10시에 전파된 22보에는 백 농민의 상태뿐만 아니라 딸과 사위, 야당 의원들이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는 기록도 담겨있다.

작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작성한 상황속보 22보에 백남기 농민의 신상과 부상 내역 등이 기록돼 있다. 백 농민의 위독한 상황은 20보부터 명시돼 있다.
작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작성한 상황속보 22보에 백남기 농민의 신상과 부상 내역 등이 기록돼 있다. 백 농민의 위독한 상황은 20보부터 명시돼 있다.ⓒ민중의소리

오후 11시20분에 전파된 25보에는 ‘백남기 농민이 19시10분경 서린R에서 물(대)포에 맞아 부상을 당했고,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하고 치료 중’이라는 사실이 담겨있다. 당시 현장 정보관과 해당 문건 작성자들은 백 농민이 쓰러져 뇌출혈 증세를 보인 상황의 원인을 경찰 물대포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과 검찰이 백 농민의 부검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운 ‘빨간 우비 타살 의혹’에 대한 내용은 당일 작성된 상황속보 어디에도 기록돼 있지 않았다.

해당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경찰이 조직적으로 상황속보를 은폐했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 간부들은 그간 “상황속보는 열람 후 파기가 원칙”이라며 해당 문건이 파기돼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지난 6일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찰이 법원에 상황속보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경찰은 6페이지 분량, 백 농민이 쓰러진 시간대가 빠진 반쪽짜리 상황속보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상황속보는 파기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취재 결과 민중총궐기 당시 상황속보 전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경찰이 공개하지 않은 문건에 백 농민 부상에 대한 핵심 증거 등이 담겨 있어 경찰이 조직적·의도적으로 문건을 은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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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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