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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볼빨간사춘기의 인기, 무엇 때문인가?
볼빨간사춘기, 인디 듀오
볼빨간사춘기, 인디 듀오ⓒ뉴시스

여성듀엣 볼빨간사춘기의 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안지영과 우지윤으로 구성된 볼빨간사춘기는 지난 8월 29일 첫번째 정규 음반 [Full Album Red Planet]를 발표했는데 현재 수록곡 '우주를 줄게'가 온라인 음원사이트 차트 2위에 오르고, '나만 안되는 연애'가 10위권에 올라 함께 인기를 이끌고 있다. 이들의 노래 가운데 'You(=I)'와 '싸운날' 등도 차트 60위권 안팎에 포함되어 볼빨간사춘기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볼빨간사춘기의 인기는 정규음반을 발표한지 10여일 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고, 9월 26일 '우주를 줄게'가 온라인 음원사이트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본격화되었다. 당시부터 볼빨간사춘기의 인기는 적지 않은 화제가 되었다. 이들이 널리 알려진 뮤지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볼빨간사춘기는 2014년 엠넷의 '슈퍼스타K'에 참가했지만 이들은 탑10에 포함되지 못했다. 게다가 방송 후에는 일부 멤버가 탈퇴하면서 듀엣으로 팀을 재편해야 했다. 이들은 지난 4월 22일 첫번째 음반이자 EP인 [Half Album Red Ickle]를 발표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반향은 없었다. 그럼에도 4개월 후에 정규음반을 발표하는 강행군을 감행했는데 정규음반을 발표한지 한 달여만에 차트 정상에 오르며 더 많은 주목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볼빨간사춘기가 이미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팀이 아니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었던데다 음반을 발표한지 한 달 뒤에야 차트에 오르는 일은 싱글이나 음반 발표 즉시 반응이 나타나는 트렌드에 비하면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볼빨간사춘기의 인기를 '역주행'이라고 명명하는 보도도 있었다.

볼빨간사춘기는 지금도 박효신, 임창정, 크러쉬, 한동근 등의 곡을 차트에서 누르며 더 높은 순위를 지키고 있다. 당연히 화제가 되고 분석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볼빨간사춘기는 유명 대형연예기획사 소속도 아니고, 아이돌 뮤지션도 아니며, 언론을 통해 크게 주목받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웹진 아이즈에 글을 쓴 임수연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주목했다. 이들의 첫 방송 출연 영상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 덕분에 이같은 결과가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곡을 발표하고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소셜미디어라는 매체가 존재한다고 해서 모든 뮤지션의 음악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확산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볼빨간사춘기의 음악과 캐릭터, 스타일 가운데 어떤 부분이 호응을 얻어냈는지를 추론해볼 필요가 있다.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은 어쿠스틱 팝 스타일의 음악으로 이미 비슷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쿠스틱 팝은 힙합이나 아이돌 팝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루싸이트 토끼, 바닐라 어쿠스틱, 십센치, 스웨덴 세탁소, 스탠딩 에그, 어쿠스틱 콜라보, 옥상달빛 등의 인디 성향 뮤지션들에 의해 계속 확산되고 있는 장르이다. 물론 이들의 음악은 팝과 포크 사이에서 공존하고 있을 뿐 서로 다른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지만 대체로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꾸밈없는 정서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팝은 다른 장르보다 훨씬 높은 대중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인디와 팝 사이에서 톤을 잘 잡은 볼빨간사춘기
어둡거나 비관적이지 않은 사춘기 그려

그런데 볼빨간사춘기는 이 가운데 소녀처럼 수줍고 설레는 여성적 감성을 예쁘고 풋풋하게 드러내는데 중점을 두었다. 음반의 이미지 역시 이 같은 감성을 재현했고, 노랫말 역시 사랑의 설렘과 그리움, 밀당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담고 있다. 노랫말 속의 연애는 생각만큼 잘 풀리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볼빨간사춘기는 전혀 어둡거나 비관적이지 않으며 복잡하지도 않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면서도 감정을 격렬하게 드러내거나 부딪치기보다는 귀엽고 발랄한 톤으로 드러내는데 치중한다. 이처럼 위협적이지 않고 해맑고 밝은 톤은 노랫말뿐만 아니라 곡의 리듬과 멜로디, 보컬 스타일 속에서 일관되게 달콤한 소녀스러움으로 구현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어쿠스틱 팝과 포크 스타일의 음악들 가운데 가장 밝으면서 발랄한 편인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에는 인디음악에서 흔히 확인되는 마이너하고 침잠하는 사적 정서가 없다. 또한 한국대중음악에 흔한 청승과 과잉도 없어 전체적으로 밝은 톤은 간결한 연주와 매끈한 멜로디를 통해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어 세련된 느낌을 주면서도 기존 대중음악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결을 갖고 있어 싱그럽다. 보컬 또한 발랄하고 풋풋하면서도 기교를 뽐내는데 치중하지 않아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 결과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은 소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매끈하면서도 참신하고 익숙하면서도 상큼한 느낌을 주는 음악으로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인디 성향의 음악과 팝 스타일의 음악 사이에서 톤을 잘 잡은 것이다. 그 톤이 바로 볼빨간사춘기의 매력이자 캐릭터가 되었다.

또한 이들은 꾸준히 언론과 매체에 등장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미 꽤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바닐라 어쿠스틱, 스웨덴 세탁소 등의 뮤지션이 소속된 소속사 쇼파르뮤직의 역할과 노하우가 적지 않게 개입하고 작동했으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볼빨간사춘기와 결코 똑같지 않지만 비슷한 포지션과 음악 스타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팀들의 성공 사례와 경험이 볼빨간사춘기의 성공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같은 볼빨간사춘기의 인기는 어쿠스틱 팝이 현재 한국대중음악계에서 가지고 있는 지분과 확장성에 대해, 그리고 아이돌팝과 인디로 양분된 것처럼 보이는 시장이 실제로는 더 많은 장과 취향으로 채워져있으며 날마다 충돌하고 성장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어쩌면 음악적으로 큰 호평을 받지는 못한다 해도 지금 실질적으로 시장을 흔들고 키우는 음악은 이렇게 보편적이면서도 천편일률적이지는 않은 완성도를 갖춘 음악, 그리고 음악 안팎으로 일관된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서 온오프라인에서 계속 마주칠 수 있는 음악일지 모른다. 그 음악들은 세대적으로는 10~20대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 음악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볼빨간사춘기는 젊은 세대, 특히 여성들이 쉽게 공감하고 자기화 할 수 있는 서사와 톤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의 여러 성공사례 역시 이 같은 가설을 함께 증명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누가 볼빨간사춘기의 성공으로부터 배울 것인가. 다음에는 누가 볼빨간사춘기의 성공을 넘어설 것인가.

[뮤직비디오] 볼빨간사춘기- 우주를 줄게

[뮤직비디오] 볼빨간사춘기- 싸운날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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