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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딜레마’…최순실 구속영장에 ‘공범 박근혜’ 넣어야 하나?

검찰이 청와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비선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를 구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구속영장의 구성 요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검찰은 전날 오후 11시 57분께 증거인멸·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긴급체포됐다. 체포 시한은 48시간이며 검찰은 이 시간 이내에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신병 확보 상태를 이어갈 수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는 별개로 법 집행은 감정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혐의가 분명해야 하고, 그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해야 한다. 최씨를 잡아가둘 때 필요한 구속영장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 씨(가운데 검은모자)가 31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 씨(가운데 검은모자)가 31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최씨의 구속영장에 적시될 수 있는 혐의점은 큰 틀에서 ▲재단 불법설립 및 기금 강제모금 ▲개인회사를 통한 재단 기금 횡령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문건 유출, 이렇게 세 가지다.

여기서 재단 기금 횡령 의혹 부분은 검찰이 아직 입증하지 못한 단계다. 또 청와대 문건 유출의 경우는 최순실이 그 당사자가 아니다. 최씨는 누군가에 의해 유출된 청와대 문건을 받기만 했을 뿐이다. 이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자백’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법 상식에 기초해봤을 때 이 두 혐의로는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구속 사유가 확실한 혐의는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을 강제 모금했다는 것이다. 재단 기금을 강제로 모금했다는 내용은 이미 각종 증언과 자료를 통해 확실히 드러났다. 검찰도 최씨의 의혹이 불거졌을 초기부터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그동안 뇌물죄 적용이 쉽지 않다고 해왔으나, 최근 최씨에게 ‘제3자 뇌물공여죄’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죄’ 적용의 장애물

그러나 검찰의 수사 상황을 감안했을 때 최씨에 대한 뇌물죄 적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제3자 뇌물공여죄는 공무원과 공무원의 행위에 가담한 공범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또는 법인)을 내세워 경제적 이득을 보게 했을 때 성립한다.

이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최씨가 대기업을 압박해 재단 출연금을 받아냈다는 관련자 증언과 정황들이 수없이 나온 만큼 최씨에게 이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의견들도 많다.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보자.

우선 최씨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최씨 개인으로는 뇌물죄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최씨에게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최씨가 ‘공무원’과 범죄를 공모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공식적으로 최순실과 ‘공무원’ 안종범은 서로 모르는 사이다. 안 전 수석은 지난달 27일 “최순실이니 더블루케이니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씨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수석의 얼굴도 모른다고 했다. 정황상 성립되기 어려운 말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검찰은 아직 두 사람의 말이 거짓이라고 입증하지 못한 상태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범죄를 공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안 수석과의 관계가 입증되기 전까지 최씨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검찰 수사의 순서가 꼬여버린 영향이 크다. 최씨가 귀국하기 전 안 전 수석을 불러 두 사람의 관계를 추궁하고, 그 이후에 최씨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최씨가 예상보다 빨리 귀국하는 바람에 검찰은 최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급급했다. 결국 검찰은 최씨와 안 전 수석 간의 관계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최씨를 긴급체포해버렸고, 남은 체포 시한 내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구속영장에 ‘박근혜’ 이름 들어갈까?

최씨의 체포 시한 내에 최씨와 안 전 수석 간의 관계를 규명하지 못한다면 검찰은 최씨를 풀어주거나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검찰에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장에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미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두 재단과 관련한 의혹을 해명하며 자신이 재단 후원을 독려했다는 취지로 일종의 ‘자백’을 한 바 있다. 안 전 수석이 기업을 압박해 재단 기금을 받아냈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잇따라 나왔다. 이들 내용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안 수석이 재벌 기업들의 돈을 뜯어내라고 시켰다는 연결 고리가 성립된다. 이는 실체적 진실과도 가장 맞닿아 있다.

결국 검찰은 2일 안 전 수석에 대한 소환 조사 진척 여부에 따라 최씨의 범죄 사실에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포함시킬지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법리적으로 ‘공범’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변론센터 송상교 변호사는 “대통령이 뇌물죄의 중요한 고리이기 때문에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드러냄에 있어 연결고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구속영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법리적 난점을 감안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 제84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에 대한 기소 뿐 아니라 수사까지 금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기소만 못 하도록 했을 뿐 수사는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 혐의가 있다면 대통령이든 누구든 수사는 해야 증거 확보를 할 수 있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면 증거가 다 사라진다. 다만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다면 직무수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할 수 있으되 기소는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강경훈 기자

자 그럼 이제 취재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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