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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향한 한 초등학생의 외침 “대통령 된 게 자괴감 들면 그만 두세요”

12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앞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김제동&청년 만민공동회’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현 시국에 대해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됐다.

이 행사는 오후 2시께 시작됐다. 시작 전부터 모여들었던 시민들은 어느새 세종문화회관 쪽 도로까지 가득 메웠다.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제동씨는 무대가 아닌 시민들이 모여있는 가운데로 들어가 시민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김씨는 오프닝 발언에서 “헌법에는 국가 원수는 내란.외환죄를 범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소추를 받을 수 없다고 돼 있다”면서 “그러나 이 나라 대통령은 이미 내란.외환죄를 저지른 헌법 위반 사범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헌법 제1조부터 30조까지 일일이 열거하며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반 근거를 들었다. 김씨의 발언이 진행될 때마다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김씨는 “삼년 반동안 이 땅의 진짜 대통령이 누구였을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시민들 사이에서 “최순실”, “우병우”, “문고리 삼인방” 등 다양한 답변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씨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삼년 반동안 이어져왔다는 건 그동안 실질적인 이 나라 대통령이 시민들이었다는 게 증명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닝 발언을 마친 김씨는 시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현 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초등학생 “메이플스토리 하면 레벨업 되는 시간인데, 이 시간이 너무 아깝다”

한 초등학교 여학생의 발언이 압권이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 여학생은 “나는 글쓰기가 싫어서 내가 말하면 엄마가 받아써줬는데 대통령은 최순실이 써준 것을 꼭두각시처럼 그냥 읽었다”며 “대통령은 자신이 국가를 좋게 만들려는 생각을 못하나보다. 금붕어에게 미안하지만 금붕어 지능 같다”고 재치 있게 운을 뗐다.

또 “제가 여기 나와서 이런 얘기를 하려고 초등학교 가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서 밤에 잠이 안 온다”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을 패러디한 성대모사를 선보였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자지러지면서 박수를 보냈다.

이어 “이 시간에 메이플스토리(게임)를 하면 레벨업이 되는데, 시간이 너무 아깝다. 하지만 이렇게 촛불을 들어서 게임만 해도, 돈이 없어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이나 재벌만 잘 사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게 자괴감이 들고 괴로우면 그만 두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사고 유가족의 발언도 이어졌다. 한 단원고 희생자 어머니는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스스로 양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선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맹골수도에 삼년 간 처박혀 있는 대한민국의 양심을 회복해야 한다. 여러분들 후손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김제동씨는 “우리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건 헌법 전문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구절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면서 “헌법 전문 마지막에는 헌법의 목표는 우리와 자손들의 자유와 안전과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오늘 보니깐 그렇다. 여기 나와 있는 아이들을 함께 잘 보호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주방일을 한다는 50대 주부 이순주씨는 “오늘 토요일이 식당 대목인데 여기 나와서 이러고 있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내가 왜 나왔겠느냐. 우리 아들이 여덟살인데, 이런 나라에서 더 살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박근혜가 하야하기 좋은 날씨라고 옆에 앉은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말씀하셨다”며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크게 외쳤다.

김씨는 “요 근래 들어본 구절 중에 제일 좋은 구절이 하나 나왔다. ‘하야하기 좋은 날씨’라니. 처음 들어보는 구절”이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행사 말미로 접어들면서 광장에 모인 시민은 무려 25만여명에 달했다. 오후 4시께부터 시작되는 민중총궐기 본집회를 거치면서 인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훈 기자

소속 : 법조팀, 나이 : 3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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