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공개 3일을 앞두고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공개했다.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운동·경제성장을 부각하는 내용과 1948년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박정희 독재 미화, 건국절 논란 등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60쪽 분량의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기준을 25일 공개했다. 편찬기준은 교과서 집필 시 유의사항을 담은 ‘집필 가이드라인’으로 교과서의 서술 방향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자료다. 교육부는 애초 28일 국정교과서 공개와 함께 편찬기준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24일 “집필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날 편찬기준을 공개했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 ‘건국절 사관’ 반영
‘친일파’ 단어 사라지고, 박정희 새마을운동·경제성장은 강조
노무현 정부 남북 공동선언 제외, 북한에 대한 서술은 ‘강경’
편찬기준에 따르면 새로운 국정교과서에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건국'이라는 용어가 직접 사용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수립’은 뉴라이트 등이 꾸준히 주장해 온 건국절 사관이다. 이는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반헌법적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친일파'라는 단어가 사라진 대신 '친일 행위' '친일 인사' 등의 단어가 사용됐다. '일제의 탄압이 강화되면서 일부 한국인들이 일제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내용은 자칫 친일을 시대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박정희 정권의 새마을운동과 경제성장 등의 부분은 강조됐다. 편찬기준에 따르면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 계획을 기반으로 이룩한 경제 발전의 과정과 그 성과를 시기별로 서술하고, 오늘날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사실을 서술하도록 했다. 또 ‘새마을운동이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민주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편찬기준에는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 집권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정착시키는 밑거름이 됐음을 유의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군사독재와 시민들이 이뤄낸 민주화 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북 회담에 관해 설명하면서도 노무현 정부 시절의 공동선언은 제외했다. 집필기준에는 “남북 회담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7.4 남북 공동 성명,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등을 중심으로 서술한다”고 돼 있다.
북한에 대한 서술은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고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등 북한의 군사 도발과 그에 따른 피해상을 기술한다”고 돼 있다.
한편, 교육부는 28일 예정대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집필자 명단도 함께 공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준식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국정교과서를 예정대로 공개하는 대신 국민 의견을 청취한 후 철회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같은 교육부 입장에 청와대 측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는 변함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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