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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합진보당 해산, 김기춘이 주도하고 헌재가 대리했나?

청와대가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에 대해 법무부와 협조를 통해 개입한 것은 물론 여론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등 사실상 ‘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일부 공개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을 보면, 2014년 8월 25일 ‘통진당 사건 관련 지원(支援) 방안 마련 시행(施行)’이라고 적혀있다. 그 밑으로는 ‘재판 진행 상황, 법무부TF(태스크포스)와 OO’이라고 기록해 놨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8월 25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8월 25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청와대가 직접 ‘진보당 해산 심판’ 진행 상황을 주시하면서 법무부와 협조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으로 개입해 온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런 메모들은 하나같이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을 의미하는 ‘장(長)’의 지시로 기록되어 있어, 김 전 실장이 통합진보당 해산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음을 짐작케 한다.

언론보도 통제, 보수단체 활용해 여론전도

또 ‘여론(輿論)’이라고 적어 놓은 것처럼 ‘진보당 해산’에 대한 여론전 대책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9월 19일 메모에는 ‘보도- JTBC 13. 11. 5자(字) 통진당 해산청구 관련 편향 보도 - 방심위의 징계에 대한 행정소송’이라고 기록돼 있어 ‘진보당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에도 예의주시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9월 19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9월 19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당시 2013년 11월 5일 방송된 ‘JTBC 뉴스 9’에서는 법무부의 진보당 해산 청구 소식을 1, 2번째 순서로 다룬 뒤 당시 김재연 진보당 대변인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대담했다.

이 보도에 대해 같은 해 12월 19일 방통심의위는 ‘JTBC 뉴스 9’를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와 제14조(객관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 ‘경고 및 관계자 징계’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에 ‘JTBC’ 측은 방통위를 상대로 불복 집행정지 및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메모가 쓰인 2014년 9월 19일 ‘JTBC’의 패소로 결론났다.

종합하면 청와대가 ‘JTBC’의 진보당 관련 보도와 이에 대한 징계, 행정소송 과정과 결론까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활용해 여론전을 벌이려 했다는 정황이 담긴 메모도 발견됐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1월 25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1월 25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2014년 11월 25일 메모를 보면 ‘헌재 재판- 여론전, 활동방향정립(方向定立)(시민사회 활동(活動))’이라고 적혀있다. 실제로 이날 정당해산심판 최후변론이 있었던 헌재 앞에는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진보당 당기를 불태우는 등 진보당 해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외에도 11월에 들어 보수단체들이 헌재 앞으로 몰려와 ‘진보당 해산’을 조속히 결정하라는 시위가 두드러지게 열렸다.

또 다음날인 26일에는 ‘헌법학자 칼럼 기고 유도-법무부(法務部)와 협력(協力)’이라고 메모돼 있어 청와대가 언론 기고 칼럼을 통해 여론을 몰아가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1월 26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1월 26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헌재 결정 나기도 전에 후속조치 세우고 있었던 청와대

청와대는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을 미리 예상하고 후속 대책도 고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28일 메모에는 ‘선관위 사무총장- 지방의원 자격 불포함(不包含)-법(法)-흠결(欠缺)(?) 대체정당-법(法)규정-형식적 심사-이설(異說, 의견이 다름) 취소소송(행정). 헌법소송’이라고 기록돼 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1월 28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1월 28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이는 청와대가 진보당 해산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헌재의 결정에 지방의원에 대한 자격 박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률 검토까지 끝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이에 대한 진보당 지방의원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을 예상하고 대책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12월 10일에는 ‘바른사회와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내일 통진당 해산 세미나’라는 메모가 기록됐다. 해당 세미나를 연 단체는 보수성향 단체로 앞서 언급됐던 ‘시민사회활동’을 통한 여론 대응의 일환으로 보인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10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10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다음날인 11일에는 ‘새정연, 통진당 해산 반대 - 새누리 반박 준비’라고 정치권의 대응도 주문했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당시 문재인 대표가 10일 “진보당 해산 결정에 찬성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진보당 해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메모가 적힌 1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새정치연합의 감싸기는 벌써부터 다음 총선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문 대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11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11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당 해산 이후 청와대는 후속조치에도 적극적이었다. 12월 28일 메모에는 ‘통진당 해산 이후 follow up(시민단체(市民団体))-종북숙주-시립대 교수, 구 통진당 지방의원 자격심사(재적 2/3 이상)’이라고 적어놨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28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28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여기서 언급한 시립대 교수는 진보당의 강령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최규엽 서울시립대 교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8일을 전후해 MBC, TV조선 등 언론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사장인 서울시립대에 최 교수가 ‘낙하산 인사’로 임명됐다고 보도하면서 박 시장과 최 교수의 관계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청와대가 진보당 사건의 후속조치(follow up)로 최 교수를 언급한 것이라면 이 같은 보도의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의심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그 아래에는 ‘카터 전 대통령, 이석기 선처 탄원’이라고 적혀있다. 같은 날 언론에서는 카터센터가 12월 18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구명을 위해 우리 대법원에 성명서를 전달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청와대가 진보당 해산과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여론에 예의주시했다는 흔적이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28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28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29일 메모에는 “통진당 후속수사 (평당원) - 긍정 58%”이라고 기록돼 있다. 당시 검찰은 “일반 당원이더라도 심각한 행위를 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처벌할 수 있다”며 평당원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언급했다. ‘긍정 58%’는 헌재의 진보당 해산 결정 직후 실시된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 헌재의 판결에 대해 58%가 긍정적으로 답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 같은 여론의 반응을 두고 평당원에 대한 수사 진행 여부를 조율했던 것이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29일 메모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회의 비망록’ 2014년 12월 29일 메모ⓒ전국언론노동조합

이같이 청와대가 헌재의 결정에서부터 여론전까지 구체적으로 관여하면서 주도했다는 정황이 밝혀지자 당시 진보당을 변호했던 변호인단에서는 재심까지 거론했다.

이재화 당시 진보당 소송대리인단 부단장은 3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정당 해산 시작도 최순실 씨의 입김에서부터 시작됐다는 보도도 나온 데다 청와대가 재판과정에서도 영향력을 미쳤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진상이 밝혀져서 필요하다면 재심도 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시 소송대리인단에서 활동했던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당시 변호인으로서 진보당 해산 결정 자체를 납득하기 어려웠고, 시민과 당원이 지지한 정도를 생각하면 헌재가 그렇게 빠르게 마무리 할 수 없었다”며 “그런 헌재의 발 빠른 결정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면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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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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