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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기춘, 삼척·영덕 원전 건설 여론조작·수사 지휘

박근혜 정부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삼척과 영덕의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위한 여론작업을 진두지휘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2014년 10월 삼척 원전 찬반 주민투표 기간을 전후해 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응을 지시하고 지역 언론을 설득하는 등의 여론 작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또 원전 반대 활동에 앞장선 김양호 삼척시장의 검·경수사를 주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나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7일 <민중의소리>가 유족의 동의를 얻어 입수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정부가 어떻게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여론작업을 벌였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 수첩은 김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 참석해 기록한 것으로 이 회의는 대체로 김기춘 전 실장이 주재했다.

원전 반대 여론에 대한 ‘선제적 대응’ 지시한 김기춘
‘지역 언론 설득’ 등 여론 조작까지 지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삼척 원전 관련 대응 계획이 적혀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삼척 원전 관련 대응 계획이 적혀있다.ⓒ민중의소리

업무수첩에 따르면 삼척 신규 원전 관련 내용은 2014년 10월 10일 처음 등장한다. 이날은 삼척 신규 원전 찬반 주민투표가 치러진 다음 날이다. 이때까지 정부는 “주민투표에 법적근거가 없다”며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반복했다. 정부의 반대에도 삼척 주민들은 직접 투표 추진위원회를 꾸려 투표를 진행했고, 주민 68%가 참여해 85%의 주민들이 원전에 반대한다는 결과를 끌어냈다.

10월 10일 업무수첩에는 삼척 주민투표가 진행돼 원전 (건설) 추진이 곤란한 상황이지만 원전 찬반에 대한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3일 뒤 10월 13일 기록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삼척 주민투표 관련 지시사항이 등장한다. 수첩에는 “삼척 주민투표의 영향이 영덕으로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는 내용과 이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고 정부사업 추진 “선례”들을 이용해 기필코 “원전 건설을 달성”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지역 언론을 설득”하라는 지시사항도 담겨 있다.

10일 뒤인 10월 23일에는 “삼척 원전 반대 여론이 영덕에 전이 현상이 없도록 사전 노력이 요구”된다는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이 등장한다.

이후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영덕을 직접 방문해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 대책을 발표하는 등 여론 작업을 벌였다. 당시 지역 언론들 사이에서 총리까지 영덕에 방문해 대규모 정부지원을 약속하는 등 반대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졌다.

앞서,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삼척이나 영덕에 원전 2기 추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전력수급 계획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인구가 더 많고 반대 여론이 높은 삼척보다 영덕에 신규 원전이 건설된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김기춘, 원전 반대 김양호 삼척시장 검·경수사도 주도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삼척시장 검경수사를 주도했다는 정황이 담겨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삼척시장 검경수사를 주도했다는 정황이 담겨있다.ⓒ민중의소리

김 전 비서실장이 원전 반대 활동에 앞장선 김양호 삼척시장의 검·경수사까지 주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2014년 11월 14일 기록에는 “삼척시장 허위사실유포 기소예정”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로부터 10일 뒤인 11월 24일, 춘천지방검찰청은 6.4 지방선거 때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김양호 삼척시장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발표했다.

11월 14일 기록에는 “(삼척시장) 직권남용 사건도 (수사) 중”이라는 문구도 나온다. 해당 기록이 작성되고 9개월이 지난 2015년 8월, 강원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이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한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다. 이후 검찰은 김 시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정부가 원전 반대활동을 해온 김 시장을 압박하기 위해 검·경수사를 미리 계획하고, 주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원전에 반대하는 시장까지 검·경수사로 압박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정부 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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