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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노래로 ‘열우물 마을’ 떠나보내는 가수 강헌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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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 마을은 어릴 적 뛰어놀던 좁은 골목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동네 구비마다 작은 구멍가게와 문구점이 있고, 개량형 기와지붕을 얹은 집들은 가파른 언덕길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열우물 벽화마을'로도 불린다.

열우물 마을은 지난 1960~70년대 서울과 인천의 철거민과 인근 산업공단의 노동자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며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재 국토교통부와 인천도시공사는 이곳에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사업) 방식을 적용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벌써부터 빈 집들이 늘어나 골목에는 지나는 사람마저 드물다.

"사람에게는 터전이라는 것이 있어요.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던 곳. 내 삶의 기억들이 있는 터전이에요. 그런데 돈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이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어요."

작곡가 겸 가수 강헌구 씨가 지난 11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 마을에서 ‘열우물, 재개바라 콘서트’를 하고 있다.
작곡가 겸 가수 강헌구 씨가 지난 11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 마을에서 ‘열우물, 재개바라 콘서트’를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강헌구 씨는 열우물 마을의 한 골목 귀퉁이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마을 주민 10여명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옹기종기 모여 공연에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주민이기도 한 강 씨는 지난 11월부터 매주 일요일 '열우물 재개바라 콘서트'를 열고 있다.

"다른 집주인들은 보상가를 높여달라는 싸움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30년 넘게 이 동네에서 살아왔는데, 집이 낡았다는 이유로 제 의지와 관계 없이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인근 언덕 끝에 자신의 집이 있다는 작곡가 겸 가수 강 씨는 오는 29일 '열우물 길'이라는 제목의 디지털싱글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태어나 줄곧 이 동네에서 살았다는 그는 자신의 터전이 사라져가는 허무함을 가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본래 강 씨는 사회복지사였다. 그러나 어렸을 적부터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사회복지사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언어로 일상을 담아내는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른다. "경의선 철도를 타고 북이든 유럽이든 어디서든 자유롭게 노래를 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행복이 존중받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음악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전달하고 싶다는 강 씨는 "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무대"라며 "세상에는 여러 형편의 사람들이 있지 않나. 제 노래도 그런 다양한 삶을 존중하는 하나의 양식"이라고 말했다.

"비록 이곳은 내년부터 철거가 시작되더라도, 저처럼 오랜 추억과 삶의 흔적이 묻어있는 터전을 떠나 보내기 싫은 마음으로 제 노래를 들어줬던 사람들의 가슴에는 아련하게 열우물이 남아있겠죠."

열우물 길(작사·작곡 강헌구)

어릴 적부터 살던 우물 많은 우리 동네
다들 가난했지만 정은 많았었지

어디로 갔을까 그 많던 사람들
이제 몇 집 안 남아 그 자릴 지키고 있는데
모두 떠난 자리에 우리 집도 낡았고
무너진 저 집처럼 점점 더 가라앉고 있는데
언제가 될지 몰라 여길 나가야 하는 것도
정들었던 우리 동네 모두 다 떠나야겠지 언젠가는

언제부터였을까 빈 집들이 늘어가고
동넨 점점 낡아져 영화촬영지로
어디로 가야 하나 집을 나서도 갈 데 없는데
동네 한바퀴를 돌아 전망 좋은 소방도로 위 어두 캄캄한 밤에 불 꺼진 창문보며 내 마음도 같이 꺼져가

언제가 될지 몰라 여길 나가야 하는 것도
정들었던 우리 동네 모두 다 떠나야겠지

작곡가 겸 가수 강헌구 씨와 인천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 마을 주민들.
작곡가 겸 가수 강헌구 씨와 인천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 마을 주민들.ⓒ민중의소리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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