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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 폭로 : 사법부 사찰로 헌정질서 유린한 청와대
양승태 대법원장(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자료사진)ⓒ양지웅 기자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양승태 대법원장 등 사법기관 수장을 광범위하게 사찰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사실이라면 헌법에 보장된 '삼권분립'의 뿌리까지 뒤흔드는 초유의 사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분명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윤회 문건' 외에 그동안 미공개된 8건의 문건 가운데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과 최성준 전 춘천지방법원장을 사찰한 문건이 있다고 폭로했다.

조 전 사장은 지난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가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불러일으킨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이후 2015년 2월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춘천지법원장부터 대법원장까지 사찰 정황
조한규 "일상생활을 대외비로 보고? 사찰이라는 명백한 증거"

김성태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제출한 '청와대의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사찰 문건'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김성태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4차 청문회에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제출한 '청와대의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사찰 문건'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조 전 사장이 이날 국정조사특위에 제출한 총 두 개의 문건은 각각 A4용지 반 페이지 분량이다. 여기엔 국정원을 나타내는 '워터마크'가 분명하게 찍혀 있었고, 위쪽에는 '대외비', '2014년 2월 10일 파기'라고 써 있었다. 조 전 사장은 해당 문건이 "2014년 1월 6일"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大法院(대법원), 대법원장의 일과중 등산사실 외부 유출에 곤혹'이라는 제목의 문건은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등산 마니아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 후 매주 금요일 오후 일과시간 중 등산을 떠난다"고 비판하는 보도를 준비하자 이에 당혹한 양 대법원장이 해명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다른 하나는 당시 춘천지법원장이었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었다. '법조계, 춘천지법원장의 大法官(대법관) 진출 과잉 의욕 비난 여론'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최성준 전 지법원장의 관용차 사적 운용 등 부적절한 처신 논란과 대법관 후보 추천을 앞두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와 "소설가 이외수 등 지역내 유명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처럼 청와대와 국정원이 행정부도 아닌 사법부의 수장에 대해 일상생활까지 낱낱이 조사한 것은 헌법의 '삼권분립'을 위배한 사찰로 볼 수 있다.

조 전 사장은 '이걸 왜 사찰 문건이라고 판단했느냐'는 질문에 "일상생활을 대외비로 보고하는 건 상시적으로 사찰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단언했다. 그는 "(문건 작성 의도는) 사법부를 필요 시 컨트롤(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삼권분립이 붕괴되고 헌정질서가 유린된, 명백한 국헌문란"이라고 비판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4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4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김기춘이 '사찰' 주도했나
'사찰 폭로' 접한 대법원도 '당혹'

조 전 사장의 폭로에 대법원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대법원 조병구 공보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만일 법관에 대한 일상적인 사찰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면, 이는 사법부를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는 법원을 구현하고자 하는 헌법정신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실로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고 말했다. 이어 “책임 있는 관련자들이 전후 경위를 명확히 해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찰의 대상으로 지목된 양 대법원장도 "사법부 독립성이 침해당하거나 공정성이 의심받는 이런 사회적 논란·물의 자체가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대법원은 전했다.

이러한 사찰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 전 사장은 '사찰' 문건에 대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에서 일괄해서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과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으로 지내며 청와대의 '정윤회 문건'도 보고 받았다.

최근 공개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도 김 전 실장이 사법부 사찰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사법부 인사와 판결 등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있다.

국조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사찰했다는) 근거가 있다면 이는 (대통령) 탄핵 사유"라며 "반드시 특검 수사에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오전질의를 마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화를 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오전질의를 마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화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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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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