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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검찰에 ‘개똥’ 투척 둥글이 박성수의 배후세력은?
없음

10월31일 오후 3시경, 국정농단 사태로 최순실씨가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직후 "시녀 검찰, 해체하라!"는 고성과 함께 지검 앞에 '개똥'이 투척됐다. 반찬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와 고체의 배설물이 최씨가 들어간 입구에 나뒹굴었다. 개똥 투척자는 곧바로 '건조물침입'과 '공무집행방해', '공용물훼손' 혐의로 현장 체포됐다.

이 엽기적인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바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둥글교의 교주이자 닉네임 '둥글이'로 잘 알려진 박성수(42)씨다. 그는 "당시 검찰이 긴급 피의자로 체포해서 수사해야 할 사람(최순실)을 체포도 않고, 31시간의 증거인멸 기회를 준 것에 너무 화가났다"며 "뭔가 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개똥을 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오전 일찍부터 이웃집을 돌아다녔어요. 반찬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에 이를 채집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강아지 몇 마리가 도망가 한참을 찾아 헤맸는데, 그러다보니 버스시간을 놓쳐서 조금 늦게 중앙지검에 도착한 겁니다. 최순실은 제가 도착하기 직전에 들어갔더라고요. 최순실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애초에 그 사람에게 뿌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죠. 최순실의 죄가 아무리 중하더라도 검찰이 수사를 안 하면 끝나는 거잖아요."

그렇게 고체의 물질은 분노한 둥글이 박성수씨의 손을 떠나 공중을 부양한 후 중앙지검 입구 바닥에 떨어졌다.

둥글이 박성수씨의 페이스북 메인 화면에는 "2014년 박 터지게 싸워보겠다"는 다짐이 담긴 이미지가 게재돼 있다.
둥글이 박성수씨의 페이스북 메인 화면에는 "2014년 박 터지게 싸워보겠다"는 다짐이 담긴 이미지가 게재돼 있다.ⓒ둥글이 박성수 제공

"개똥을 뿌리게 한 배후세력은..."

개똥을 투척한 이유로 현장 체포된 둥글이 박성수씨는 "서초경찰서에 끌려가 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며 경찰에게 받았던 질문을 나열했다.

박성수씨에 따르면, 경찰은 '개똥을 몇 시에 어떻게 퍼왔나', '몇 곳에서 퍼왔나', '무엇으로 퍼왔나', '개똥을 퍼왔던 플라스틱 용기를 구입할 자금은 어디서 났나' 등의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둥글이는 "결정적인 압권이, '개똥을 뿌리게 한 배후세력이 어디냐' 그렇게 물어보는 거다"라며 "그 질문에 하마터면 진실을 답할 뻔 했다"고 말했다.

"개똥을 뿌리 게 한 배후세력은, 투척할 수 있도록 도와 준 배후는, 바로 우리 동네 똥개였다는 것을. 진실을 얘기했다가는 우리 똥개들이 개장수들에게 다 잡혀갈까봐 차마 답하지 못했습니다."

웃픈 퍼포먼스에 황당한 조사를 받은 그날, 저녁이 되자 경찰이 찾아왔다. 둥글이는 "경찰이 말하길, 사건 자체가 구속영장 건은 안 되는데 검찰이 치니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며 구속되기 직전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둥글이를 구속시킨 경찰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여론 때문인지 이틀째 그를 풀어줬다.

둥글이 박성수씨의 검찰 비판 퍼포먼스
둥글이 박성수씨의 검찰 비판 퍼포먼스ⓒ둥글이 박성수씨 제공

거리의 코미디언을 자처한 둥글이
"디딤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

둥글이 박성수씨의 활동은 개똥 투척에 그치지 않는다. 둥글이는 지난해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긴 시국 비판 전단지를 제작하고 배포했다. 이 문제로 경찰이 출석을 요구했지만 거부하고 오히려 경찰서에 '개 사료'를 보냈다. 지난해 4월, 대검찰청 앞에서는 검찰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멍멍'이란 구호를 외쳤다. 그날도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멍멍이란 구호 때문에 '집시법위반' 혐의로 체포된 그는 "'멍멍'의 의미가 무엇인지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며 "답변하기 참 곤욕스러웠다"고 말했다. 둥글이 박성수는 "권력의 감시견이라는 말이 있듯, 비유적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수차례 진술했다"고 회고했다.

둥글이는 이날 집시법위반으로 체포돼 지난 활동(전단지 제작 및 배포)에 대한 혐의 '박근혜-정윤회 명예훼손'까지 더해져 8개월 가까이 수감생활을 지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치지 않고 올해 4월, 어버이연합 사무실을 찾아가 "2만원짜리 노인알바가 웬 말이냐, 최저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이 가결되던 날에는 '실업자 박근혜 돕기모금 운동'을 국회 앞에서 벌이기도 했다.

이런 그의 활동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웃기다', '사이다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의 활동을 찾아보기 위해 둥글이 페이스북을 팔로워한 사람만 1만9천여명에 이른다.

박성수씨는 "지쳐있는 시민들에게 웃음이 필요하다"며 "웃음이 있으면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던 이들도 관심을 갖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먹고사는 문제로 사람들은 항상 지쳐있습니다. 누군가가 절규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 외면하는 것은 내가 사는 문제도 너무 버겁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구호 속에 웃음을 집어넣고 마음을 터주면 달라져요.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그는 "4~5년 전부터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싸울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그랬더니 정말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조금씩 움직여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살포할 때도 70여명이 함께 이름을 올리거나 배포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가 기자회견을 열 때면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접하곤 점심 시간에 현장을 찾아와 함께 구호를 외치는 경우도 많았다.

둥글이 박성수씨는 "일상과 사회적 고뇌가 분리된 이들에게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술회했다.

둥글이는 지난해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긴 시국 비판 전단지를 제작하고 배포했다. 이 문제로 경찰이 출석을 요구했지만 거부하고 오히려 경찰서에 '개 사료'를 보냈다.
둥글이는 지난해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긴 시국 비판 전단지를 제작하고 배포했다. 이 문제로 경찰이 출석을 요구했지만 거부하고 오히려 경찰서에 '개 사료'를 보냈다.ⓒ둥글이 박성수 제공

복지시설을 박차고 나온 박성수씨
"차라리 박 터지게 싸우자"

처음부터 거리의 활동가는 아니었다. 둥글이 박성수씨는 2002년 한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시설과 환경단체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평범한 활동가에 가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제도권 활동의 한계와 회의를 느끼고 몸담고 있던 복지시설과 단체를 박차고 나왔다.

박성수씨는 "열악한 복지시설에서 장애인분들과 함께 먹고 자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냈다"면서 "그런데 저 같은 활동가 백명천명 있어도 정부가 정책을 없애고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음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고 당시 심정을 고백했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 들어서 2007년 겨울철 저소득층 난방비를 700억 삭감했어요. 구세군의 많은 사람들이 한해 열심히 노력해서 모은 사상 최대 모금액이 70억인데, 그것에 10배나 되는 돈을 일순간에 없애버렸습니다. 그해 한 어르신이 아래위로 옷을 수십 겹 껴입은 채 얼어 죽고 부패한 모습으로 집주인에 의해 발견됐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박성수씨는 "당시 저로선 차라리 나가서 '박 터지게' 싸워서 하나의 정책이라도 지킬 수 있는 게 났겠다 싶었다"며 시설을 나와 거리에서 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둥글이는 길바닥 삶을 살기 시작했다. 군산지역에 핵 폐기장 유치 반대를 위해 싸웠고,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국 250개 자치단체 중 180여곳을 돌아다니며 환경운동 캠페인 등을 벌였다.

"이 사회가 단순히 정치인 몇 명, 박근혜와 최순실 때문에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봐요. 저부터도 이들을 지지하고 잘못된 사회를 보고도 침묵한 행위, 좀 더 높은 자리에 앉고 싶은 욕망도 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내 자신부터 반성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고행을 떠나 지금에 이르렀네요."

둥글이 박성수씨는 유랑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활동을 묶어 '둥글이의 유랑투쟁기'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둥글이는 "유랑이란 단어에는 삶 속에 실천과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담고, '투쟁'이란 단어에는 사회적 문제와 관심의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양자가 하나로 엮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썼는데,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책 서점에는 재고가 없어, 인터넷 주문을 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둥글이 박성수씨는 오늘도 일상생활 속에서 웃음을 전파하며 '박 터지는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둥글이 박성수는 지난 2006년 유랑투쟁을 떠나 9년 동안 환경 캠페인을 진행했다.
둥글이 박성수는 지난 2006년 유랑투쟁을 떠나 9년 동안 환경 캠페인을 진행했다.ⓒ둥글이 박성수 제공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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