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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칼럼] 언제까지 GMO를 고집할 것인가?

지구상에서 GMO를 재배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다. 우리나라가 GMO를 재배하지 않다보니 우리나라는 GMO 재배가 금지되어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GMO재배 금지국가는 아니다. 일정한 법적 절차를 통과하면 언제든지 GMO를 재배할 수 있는 나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작년 농촌진흥청에서 GMO를 상용화하겠다는 발표를 할 수 있었겠는가. 다행히 지금까지는 이 법적인 절차를 통과한 작물이 없어서 아직 우리나라가 재배를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년 간 우리나라도 GMO연구를 남부럽지 않게 많이 했다. 초기에는 수 십 종의 작물을 유전자조작하겠다고 연구계획을 낸 적도 있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주식은 쌀부터 밥상에 없어서는 안될 김치의 원료인 배추, 무, 마늘, 고추 등에 이르기까지 연구개발은 엄청났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연구들이 성과를 낸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성과를 낼 때마다 떠들썩하게 언론이나 방송을 탄 것에 미루어보면 계획에는 턱도 없이 못 미치는 성과였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GMO를 재배하겠다는 말은 거의 없었다. 지난 2002년 9월 당시 김동태 농림부장관이 한 조찬회에서 우리나라도 GMO를 연구하고 있으며 4~5년 내에 상용화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것이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당시에도 엄청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있었고 결국 장관이 해명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후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동안 GMO를 재배한다는 말은 금기시 되어왔다.

2년 동안 GMO 옥수수를 먹은 실험용 쥐가 복부 부위에 암이 생겼다. (자료사진)
2년 동안 GMO 옥수수를 먹은 실험용 쥐가 복부 부위에 암이 생겼다. (자료사진)ⓒ민중의소리

GMO 재배에 긍정적이었던 박근혜정부

그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이다. 소위 창조경제 이야기가 나오고, 미래창조과학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GMO에 관한 태도도 바뀌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매년 유전자조작종자를 파는 기업이 돈을 내서 만든 기관의 대표를 초청해서 설명회 내지는 기자초청간담회 등의 이름으로 GMO를 재배하지 않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를 언론과 방송을 통해 흘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 3월 GMO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농약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제초제내성이나 살충성 GMO대신 소위 기능성이라는 2세대 GMO로 옮겨갈 조짐이 보인 것이다. 그 첫 징후는 세계보건기구가 제초제내성 GMO종자에 쓰는 글리포세이트계열 제초제가 발암물질이라는 발표를 한 것이다.

이 발표는 아이러니하게도 글리포세이트계열제초제내성 GMO종자의 특허가 끝나는 2015년 4월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나왔다. 즉, 더 이상 글리포세이트계열제초제내성 GMO종자로 특허라는 독점을 누릴 수 없어지는 시기가 되어서야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심을 좀더 하자면 고엽제의 원료로 알려진 글리포세이트성분은 고엽제 피해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미 의료계에서는 의심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조사가 아루어졌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이 발표 후 미국에서는 새로운 GMO종자 2가지를 추가로 승인했는데 바로 갈변하지 않는 사과와 아크릴아미드가 생성되지 않는 감자이다. 대표적인 기능성이라 할 수 있는 종자들이다. 거기에 더해 이미 1999년 개발되었으나 반발로 인해 상업적 재배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비타민A를 강화한 쌀까지 부각되기 시작했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 100여명이 이 비타민A를 강화한 쌀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GMO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던 과학자들이, 그것도 집단적으로, 기존의 제초제내성이나 살충성이 아닌, 비타민A를 강화한 쌀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어쨌든 이런 일련의 사태들 속에서 2015년 9월 우리나라 농촌진흥청도 상용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지금까지의 제초제내성이나 살충성이 아닌 기능성 작물로 말이다. 마치 우리나라에도 기능성 GMO가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런 농촌진흥청의 시도는 전국민적 반발에 부딪쳤고 결국 농촌진흥청은 상용화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상용화하더라도 재배용이 아니라 산업용, 즉 화장품원료로 쓰겠다는 발표를 했다. 그것이 바로 레스베라트롤성분강화벼이다.

GMO 설명회 갖는 농촌진흥청
GMO 설명회 갖는 농촌진흥청ⓒ뉴시스

우리 주식인 쌀까지 GMO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이 정부는 확실히 GMO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듯하다. 집권 초기부터 홍보를 해대더니 결국 농촌진흥청의 발표에까지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미 전세계는 GMO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 상태로 가고 있다. 초기에 늘어나던 재배국이 지난 7-8년 사이에 한 국가도 늘어나지 않고 28개국에서 정체상태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2015년에는 GMO재배 역사상 처음으로 재배면적까지 줄었으니 말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뒤늦게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더구나 GMO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미국에서조차도 자신들의 주식인 밀은 GMO재배를 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우리의 주식을 정부가 앞장서서 GMO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이 정부 들어 그야말로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가뜩이나 국민들의 생활이 불안정한데 거기에 최소한의 생존권을 담보할 주식인 쌀조차도 불안에 빠뜨리려는 작태를 행하는 것이 이 정부의 본질인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과학자(아니, 그들은 과학자가 아니라 기술자들일 뿐이다)들이라니. 그러니 딴 거 다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존권인 밥상을 지키는 일, 그것은 쌀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쌀을 지켜야 밥상을 차리고 그래야 반찬을 만들고 그래야 채소랑 잡곡농사도 된다. 그러니 쌀만 지키면 되냐는 둥, 이미 식문화가 바뀌었다는 둥, 그런 말, 정부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신물나니 우리만이라도 우리 땅에서 나는 안전한 농산물 안심하고 먹게 만들어 보자. 일반쌀로는 경쟁이 안되니 기능성쌀은 연구해야 한다는 둥, 허울좋은 소리도 무시하자. 우리에겐 수천년 내려온 우리의 식문화가 있다. 그 문화를 지키는 일, 그것을 후대에 물려주는 일, 그것만큼은 부끄럽지 않도록 하자.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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