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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의 Digital 道] 그 많은 동영상 업체는 다 어디로 갔을까? (2/4)

2000년대 후반 중국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을 제외하고 실리콘밸리에 필적하는 창의적인 서비스가 출현한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국제적으로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는 미국과 한국산이 대부분입니다. 한국은 수많은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창안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소셜미디어의 원조 격인 싸이월드가 한국 인터넷을 휩쓴 연후에야 페이스북이 등장했습니다. 싸이월드가 국제화에 성공했다면 소셜미디어 분야의 판도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겁니다.

모바일 시대가 도래한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이 재편될 때 재빠르게 등장해서 한국을 석권한 카카오톡과 일본에서 시작하여 아시아를 점령한 라인 때문에 페이스북과 구글 메신저의 아시아 침투가 벽에 부딪힌 상태입니다. (엄청난 인구수를 무기로 독자적으로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국은 논의로 합니다.)

검색과 포털, 전자상거래 그리고 소셜 미디어 분야가 인터넷 창업 시장을 휩쓸고 간 후 동영상 서비스가 유행이 시작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인터넷 초창기부터 텍스트, 이미지 서비스 트랜드를 주도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동영상 서비스 분야도 다른 나라에 비해 일찍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인기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가 출시된 2005년보다 훨씬 전에 이미 한국에서 동영상 공유 서비스가 출현했습니다.

아파트라는 밀집된 주거 형태가 60%가 넘는 탓에 한국은 90년대부터 초고속 인터넷 사용 환경이 가장 우수한 국가였습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망 개통도 쉽고 증설도 쉬우며 유지 비용도 적게 들어가니까요. 전화국과 아파트 단지 사이의 케이블만 업그레이드하면 수천 가구의 인터넷 속도를 단숨에 열 배 이상 증가시킬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조건 덕분에 대량의 데이터 전송이 요구되는 동영상 서비스의 경쟁력은 한국이 다른 나라를 압도할 것이란 점은 누구나 쉽게 예측 가능했습니다.

2006년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 mncast 첫 페이지.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
2006년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 mncast 첫 페이지.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문을 닫았습니다.ⓒmncast 홈페이지

Mncast, 판도라TV, 아프리카TV 등 한국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는 그 당시 국내 초고속 인터넷 속도에 걸맞은 빠른 속도와 고화질 대용량 동영상 업로드 허용 정책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습니다. 때마침 불어 닥친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의 유행과 맞물리면서 동영상 서비스는 2000년대 후반에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사이트가 인기를 얻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터넷망 사용료로 인해 동영상 서비스는 파행을 맞기 시작합니다.

어떤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인터넷은 특히 사용자가 몰릴수록 사용자 집중 현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네트워크 효과가 위력을 발휘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새롭게 등장한 동영상 공유 서비스 분야에서도 1위 업체가 사용자를 독식하게 될 것이므로 벤처들의 브랜드 강화 전략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동영상 업체들은 더 편리한 사용자 환경에 신경을 썼을 뿐만 아니라 타 업체보다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려고 노력했고, 더 큰 용량의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를 모아 브랜드 가치를 높임으로써 대표 동영상 서비스로 안착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때문에 초기 동영상 공유 서비스 업체는 수익보다는 인지도를 높이는 데 더 집중했습니다.

물론 수익보다 인지도라는 정책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제한 퍼주기 정책이 사용자를 모으고 사이트 인기를 유지하는 데는 효과가 좋을지 몰라도 이를 유지하는데 무제한의 비용이 필요하므로 아무리 많은 자금이 있어도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수익 모델이 갖추어지지 않아도 사람들만 끌어모으면 묻지마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인터넷 거품이 밀레니엄을 거치면서 다꺼진 후였으므로 투자를 받으려면 최소한 소위 캐즘을 넘을 수 있는 대책은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가 출현해 인지도 위주의 퍼주기 정책을 펼친다면 열광적인 초기 사용자를 모으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마니아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규모 서비스일 때는 비용 구조가 어떻게 되든 버틸 수 있습니다. 투자받은 돈을 다 소진하더라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사이트라고 입소문이 난다면 추가 투자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넘어야 할 장벽 즉 캐즘을 극복하려면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어야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용자를 감당할 수 있는 서비스 대형화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서비스가 규모가 커지는 동안 수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비용 증가는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반 대중이 사용할 정도의 범용 서비스가 되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때까지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내 동영상 서비스는 결국 이 캐즘을 넘지 못했습니다. 강남 스타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실제로 사용자가 몰릴수록 인터넷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이것은 고스란히 엄청난 망 사용료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매출이익을 모두 통신사에 상납하고 자본금까지 몽땅 망 사용료로 소진했음에도 계속되는 비용 증가를 감당할 수 없었던 동영상 업체들은 결국 기술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게 됩니다.

사용자가 인터넷 사이트의 동영상을 보겠다고 클릭하면 그때마다 서버에서 사용자 컴퓨터로 동영상을 전송하면 됩니다. 100명의 사용자가 강남 스타일 뮤직 비디오를 보겠다고 클릭하면 각각의 사용자에게 따로따로 동영상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1명의 사용자에게 데이터를 보내는 비용이 100원이 든다면 100명에게 보낼 때는 10,000원이 들어갑니다. 인터넷 업체들은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전송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한국의 사용자가 유튜브에서 강남 스타일을 요청할 때마다 매번 보내주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미국의 유튜브 서버에서 한국으로 매번 동영상을 보내면 국제망 사용료가 많이 발생하니까요. 만약 한국에 중간 서버를 두면 어떨까요? 일단 국제 망 사용료가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누군가가 한 번이라도 강남 스타일을 보면 이 데이터는 중간 서버에 저장되고 그 후부터 들어오는 한국 사용자의 강남 스타일 요청은 모두 이 중간 서버에서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많은 사용자가 강남 스타일을 보더라도 중간 서버를 두면 국제망 사용료는 한 번만 내면 됩니다.

이 방식을 쓰면 인기 있는 동영상일수록 망 사용료 절감 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전송 속도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미국 서버에 있는 동영상을 직접 받으려면 느린 국제망을 거쳐야 하지만 중간 서버는 국내에 있으므로 최대 속도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니까요. 이 방식을 “콘텐츠에 특화된 전송 네트워크”(CDN, Content Delivery Network)라고 부릅니다. 데이터 전송량이 많은 모든 업체들은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CDN으로 망 사용료 부담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CDN은 전문업체에 맡기게 되는데 미국과 한국 사이라면 몰라도 한국 내에서 중간 서버가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시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보내야 할 때 필요한 서버와 인터넷 용량 증설 등 설비비를 절감하는 정도입니다. 실제로 망 사용료 절감을 위해서는 P2P라고 부르는 전송 방식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사용자가 인터넷 사이트의 동영상을 시청하면 그 사용자의 컴퓨터(혹은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영상 시청이 가능한 모든 단말기)에는 지금 보고 있는 동영상이 임시로 저장됩니다. 그렇다면 이 사용자의 컴퓨터를 중간 서버로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 정말 간단한 일입니다. 동영상 시청 프로그램에 영상 수신뿐만 아니라 송신 기능도 함께 넣으면 됩니다. 만약 한 아파트에서 강남 스타일을 클릭한 사용자가 여러 명이 있다면 지금 강남 스타일을 보고 있는 사용자 컴퓨터의 동영상 프로그램에 다른 집으로도 동영상을 송신해주라는 명령만 내리면 그만입니다.

이 방식을 P2P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서버-사용자가 아닌 사용자-사용자 간 전송이라는 뜻입니다.(기술적으로는 이런 표현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이 방식을 쓰면 서버나 업체의 중간 서버에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P2P 기능이 내장된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은 언제나 네트워크상에서 가장 가까운 컴퓨터에서 동영상을 받으려고 시도하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을 도입한 이후 인터넷 업체는 데이터 전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끼리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이므로 업체는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으니까요. 또한 중간 서버를 줄일 수 있으니 서버 운영 비용도 아낄 수 있어 아주 유익한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짜증나고 불편할 뿐인 “사악한” 기술이었습니다.

아프리카TV의 P2P 프로그램:어떤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국내 동영상 업체에서 다운로드하라는 프로그램은 P2P 기능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TV의 P2P 프로그램:어떤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국내 동영상 업체에서 다운로드하라는 프로그램은 P2P 기능을 내장하고 있습니다.ⓒ아프리카TV

P2P 전송은 동영상 업체의 프로그램이 사용자의 컴퓨터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자 컴퓨터가 느려지고 시스템 에러가 발생하게 만들었습니다. 동영상 사이트에 접속만 하면 알 수 없는 액티브엑스 프로그램이 인스톨되어 짜증을 유발했고, 동영상을 보지 않을 때도 P2P 프로그램이 동작해서 주변 컴퓨터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탓에 인터넷 속도가 떨어졌습니다. 결국 사용자들은 삭제하기도 어렵게 만든 P2P 프로그램을 악성 코드 취급하게 되었습니다.

P2P 프로그램에 대한 원성이 점점 높아갔지만 기업 측에서는 망 사용료 부담 때문에 이 방식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그리드, 그리드 딜리버리, 고화질 스트리머 등 이름만 바꾼 채 사용자들의 눈을 속여가며 지금까지도 공공연히 사용자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P2P 프로그램으로 인해 동영상 업체들은 대표적인 혐오 기업으로 낙인 찍히게 되었습니다.

무료 P2P 쿠폰:웹하드 업체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회원 수를 늘리려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P2P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무료로 사용하는 동안 여러분의 컴퓨터는 그 이상의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
무료 P2P 쿠폰:웹하드 업체들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회원 수를 늘리려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P2P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무료로 사용하는 동안 여러분의 컴퓨터는 그 이상의 댓가를 치르게 됩니다.ⓒ아프리카TV

과거의 P2P, 그리드 프로그램은 사용자 컴퓨터의 자원을 제한 없이 사용하는 바람에 문제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나마 사용량을 제한해서 시스템이 눈에 띄게 느려지는 현상까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컴퓨터 성능이 좋아지고 인터넷도 빨라져서 과도하게 사용하더라도 보통 사용자들은 성능 하락을 눈치 못 챌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리드 프로그램이 상주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웹하드, P2P를 사용하고 나면 꼭 그리드 프로그램이 동작하지 않도록 찾아서 꺼주는 것이 좋습니다. 검색을 통해 그리드 제거 프로그램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특화 네트워크” 와 그리드 전송을 사용했음에도 여전히 망 사용료가 부담이었던 동영상 업체들은 결국 동영상에 과도한 광고를 삽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영상 시작할 때 건너뛸 수 없는 광고를 배치하고 한 개의 동영상을 잘라서 5분마다 광고를 시청해야 그 다음 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광고를 통한 수익 확보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초기의 브랜드 강화 전략은 사라지고 캐즘을 넘기 위해 수익을 쥐어짜는 구조가 되면서 동영상 업체의 몰락이 시작되었습니다. 2008년경 전성기를 맞이 했던 동영상 업체들은 이후 자본금 잠식과 투자 유치 실패로 운영비 부족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용자 이탈로 상황은 더욱 나빠졌고 결국 파산하거나 우회 상장 등 투기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파괴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UCC는 활발한 사용자 참여가 중요한 콘텐츠였는데 마음 놓고 웃고 떠들던 광장을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일일이 댓글의 신원을 확인하기 시작하면서 참여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2009년에 법률로 확정되었으나 거센 비판과 논란을 불러 일으키다가 2012년 위헌 판결로 폐지된 인터넷 실명제는 경쟁력을 상실해가던 한국 IT의 숨통을 완벽하게 끊어 놓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한국의 동영상 업체는 실명제로 인해 완전히 도태되고 말았습니다.

검찰이 수사 편의성을 이유로 카카오톡을 뒤지는 바람에 카톡의 국제화에 실패하고 국내용으로 전락시켜 버리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한다고 아이들을 중독자 취급하며, 웹툰을 유해물로 취급하는 등 IT 외적인 이유로 IT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새로운 시대에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의 동영상 서비스 분야에서는 아프리카TV만 남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TV가 이 험난한 환경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프리카TV가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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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성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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